방학이라 야간 알바 갔다가 늘어서서 자고 있는데 점심 즈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시계 및 오유질 용으로 쓰고 있는 나에게 전화란 핸드폰 판매와 잘못걸린 전화 뿐이였기에 받자마자 끊으려 했으나
익숙한 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끊지 못하게 하였다.
"야 너 갈비찜 했지!"
대학 동기인 친구 B였다.
B는 몇 년째 알콩달콩 사귀는 여친이 있으므로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친구였다.
근데 이게 뭔 아닌 낮 중에 헛소린가.
살짝 덜 깬 머리로 "아니 나 아직 밥 안먹었는데......"
하고 답하자 그제서야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여친과 데이트 중(좀 죽었으면)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뭐였냐는 질문에 B는 아무 생각없이 '군대에서 휴가나와서 먹은 갈비찜'이라고 답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B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착한 여친분은 몰래 B의 어머니에게 연락에 갈비찜의 레시피를 알려달라 했다.
그런 전화를 받은 B의 어머니는 '갈비찜 할 줄 모른다'고 답하셨던 것이다.
그럼 그 갈비찜을 해준 여자(?)는 누구냐. 혼자서 끙끙 앓던 여친이 결국 던진 질문에 B는 솔직히 아는 친구가 해주었다고 한 것이다.
아는 친구가 해줘?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옛날 애인이라고 그냥 말해.로 시작한 연인들의 싸움은 결국 B로 하여금 나에게 뜬금없는 전화를 걸게 만들었다.
커플들의 싸움따위에 휘말려 전화를 바꿔받은 나는 "네~네 내가 했어요 갈비찜..."라며 성의와 진실성이 제로인 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고.
다시 잘까 일어날까 망설이며 핸폰게임을 하던 중에 갑자기 벨이 울렸다.
현관에는 갈비찜 재료를 든 B와 여자친구가 있었다.
커플들은 좀 멸종했으면.
나는 조리비로 갈비의 절반과 저녁 반주용 술을 요구했고. 느지막히 먹게된 갈비찜 맛에. 친구도 감탄하고 여자친구분도 감탄하고. 나는 남은 갈비 절반으로 뭘 만들까 고민했다.
여자친구분은 결국 레시피를 받아갔다.
커플들은 좀 멸종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