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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내 꼬물이들, 교배와 분양 경험담 나눔
게시물ID : animal_1204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rusia
추천 : 11
조회수 : 62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3/14 20:57:16
 키우던 개가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고, 여섯 꼬물이를 낳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 분양을 생각해야 될 때가 오니, 정말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중성화 문제가 굉장히 예민한 주제라는 것은 알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저는 중성화 반대에서 찬성 쪽으로 기울어 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동네 푸들 견주와의 신경전에 밀리고 입씨름에 져서 생긴 일이었지만, 
대를 이어주고 싶다는 명목 하에, 분양을 전제한 교배는 정말 신중히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특히나 ...... 입에 담기도 싫지만 우리나라 믹스견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더 그렇구요. 

믹스견 뿐만 아니라 품종견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제가 거주하는 시골마을까지도 흘러들어온 품종견들이 넘쳐나니까요.
시골이라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지낼 거라 생각하시나요? 
적어도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제가 본 모습들은, 
80% 이상이 철장에 갇히거나 산책 한 번 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글이 길어져 죄송하지만, 
개주인이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썼던 글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느낀 그대로 적어내려간 글입니다.

부족한 글솜씨이지만, 
분양하는 개주인의 마음을 간접경험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배는 정말 신중하게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간만큼 잔인한 동물이 없더군요. 
제가 우리집 개한테 하는 짓만 봐두요. 
우리 꼬물이들 미래를 생각해봐도요. 
죄만 짓는 것 같습니다. 






  보더콜리 믹스(10kg) 가을이와 동네 난봉꾼 푸들 사이에서 태어난 꼬물이들이 39일차를 맞이했다. 따뜻한 날씨를 맞아 가을이가 본격적인 꼬물이들의 훈련에 돌입했다. 참 신기하다. 사납게 젖을 뗀다는 모견들도 많은데, 실제로 그런 취급을 받았던 가을이는 지금껏 꼬물이들에게 크게 꺙하고 짖은 적조차 없다. 아주 짧은 으르렁거림은 있지만 다치지 않게 살짝 꼬물이들을 주둥이를 깨무는 정도의 수준이다. 

 물론, 아직도 밤중 수유는 끊지 못했다. 덕분에 40일 차에 하려던 1차 종합백신이 조금 미루어 질 것 같다. 모유에서 이행되는 항체가 12주 가량 지속된다고 하는데, 아직도 젖을 못 뗀 녀석들에게 성급히 백신을 투여했다가 자가면역체계 이상이 나타날까 우려된다. 

 일단 읍내에가서 약은 사와야겠지만, 45일까지 지켜보고 50일 경에 1차 접종을 하면 어떨까 한다. 개주인은 뭉이 때부터(12년) 자가접종을 시행하고 있는데 사실 매번 떨린다. 가을이 접종도 모두 내 손으로 해줬고, 누리도 내 손으로 해줬는데, 만에 하나라는 위험성 때문에 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는게 사실이다. 

 생후 39일(물론 이 글을 쓰는 오늘은 40일), 많이 컸다. 이제 접종할 시기도 되었고, 제 어미에게 개의 기본 습성을 익히는 훈련도 받고 있다. 배를 보이게 하는 복종훈련도 같이 하고 있었다. 동배들과 뒤엉켜 서열을 익히고 무리생활을 익히는데 한창이다. 꼬물이들 잘 잤어? 꼬물이들 배고파? 꼬물이들 심심해? 다가가는 개주인에게 항상 폴짝이며 애교를 부리는 녀석들을 한 마리씩 무릎 위에 앉힌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어이쿠, 좀 버겁지만 네 마리. 부실하기 그지없는 개주인의 무릎이 더 이상 넓어지진 않을테니 곧 세 마리, 두마리, 한 마리, 그리고 어쩌면 더이상 무릎 위로 올라올 녀석들이 영영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만하면 내 할 도리는 다 한 걸까. 
 자문한다. 

 수없이 푸들이네 주인 할머니를 원망했지만, 어디까지나 꼬물이들을 태어나게 한 건 나의 불찰이었다. 고향에서 평생 지내기로 결심하고 있던 차 운좋게 일자리를 찾았고, 일하고 있던 곳의 계약이 만료되었고, 그 후 시험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고, 그렇게 또 자두철이 다가와 정신없이 부모님 농사를 도왔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매달 하던 기부금의 액수까지 줄였다. 아마도 나는 인색해졌었던 것이다. 생각했던 피임수술을 시켜주지 못했다. 안일함으로 5만원이면 되는 울타리도 사지 않았다. 매달 들어가야 하는 두 마리의 예방약 값과 꼴에 좋은 거 먹이겠다고 정했던 지금 먹이는 사료값도 버거웠을 것이다. 

 그 한 순간의 선택이, 6마리나 되는 소중한 생명을 불확실한 운명의 장난질에 휩쓸리게 할 수 있다는걸 내가 몰랐을까. 어쩌면 알고 있었다. 아니, 분명 그건 미필적 고의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다분히 안일했고, 인색했고, 무책임했다. 그리고 정말 부끄럽게도 10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잘 알지 못했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꼬물이들이 눈을 뜨기까지, 귀가 열리기 까지, 걸을마를 시작하기 까지, 잠도 못자고 몸 약한 가을이 시중을 들던 개주인은 같이 시름시름 앓으며 정신없이 지냈다. 꼬물이들이 귀여운 줄도 몰랐다. 그저 힘들고, 잠오고, 온 몸이 쑤시고 아플 따름이었다. 

 꼬물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개주인의 손길을 어미의 손길처럼 받아들여주고, 서로 무릎 위에 올라오려고 낑낑댈 때, ......그제야 서로에게 '익숙해져', '정'이 들고 있단 걸 알았다. 어린왕자가 말했듯, 함께 하지 않는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조차 소중해진 길들여진 '우리'에게 더 중요한 '미래'가 있다는 걸 알았다. 

 불안감이 폭풍우처럼 몰아쳤다. 인생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절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적이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모든 생명이 그렇듯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은 같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같다. 하지만 사력을 다해 그 모든 조건을 뛰어넘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에 비해, 반려동물의 삶은 지극히 종속적이다. 

 '개체의 능력'이나, '개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의 손을 거친 모든 동물은 삶과 죽음이 인간에게 종속되고 만다. 버려져도 반항할 수 없다. 아무리 사랑받고자 발버둥쳐도 오만원 짜리 안락사 주사 한 방이면 그들의 생명은 쉬이 사그라들고 만다. 그 연약한 생명이, 불안한 운명이, 오롯히 나의 불찰로 생겨난 것이다. 

 무기력한 개주인의 무릎 위에서 체온을 나누는 우리 꼬물이들을 안고,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친사람처럼 소리내 엉엉 울고 말았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생명을 거두는 무게를. 나 또한 결코 쉽지 않았다. 그걸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가 없다. 

 엉엉, 엉엉,
 길들여지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걸,

 세상이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10살의 내가 그때껏 알던, 소중히 했던, 나와 함께 했던 동물들과 사람들을 버리면서, 도시에서 나는 감정이 없는 기계적인 인간으로 자라났다. 영리해보이지만 어딘가 모자란, 마음이 없는 적당한 친절만이 가득한, '심장'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기계의 부품과도 같은 회사의 일원이 되었고, 기계같던 내 몸에 이상신호가 들렸고, 기계로서의 기능에 결함이 생겼고, 나는 기계가 되기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2011년, 도시생활을 청산하면서 지금껏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었다. 나는 옳은 결정을 한 것이다. 그 때까지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보았고, 느꼈고, 또 적어왔다. 가진 것은 없지만 없던 마음과 심장이 생겨 부자라고 여겼다.

  ......꼬물이들을 안고, 처음으로 그 결정을 후회했다. 나는 어쩌면, 기계였던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그까짓 아무것도 아닌 물질이 없어, 이 생명들을 종속시켜 불행하게 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저 영원히 기계여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게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길들여지는 것이 무섭다. 
 정이 버겁다. 
 사랑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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