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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신검의 풍경.
게시물ID : military_539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같은내술
추천 : 5
조회수 : 10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16 17:24:40
직접 목격한 일은 아니고 현장에 있던 친구에게 들은 얘기.
92년 신검이면 몸무게 100킬로만 되어도 면제, 몸무게가 50킬로가 안되어도 면제, 겉보기에 정신적인 돌봄이 필요할것같아도 면제... 하여간 면제인심이 풍성하던 때였음.
아무려나...
지금도 대충 그러하겠지만 그때도 신검이라면 뭔가 부족해보이고 모자라보이는 놈인걸 군의관에게 강력하게 어필해서 2급 나올거 3급 나오고 그래야 성공한거라는 인식이 만연했음. 뭐 그 어필이라는게 늘 성공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는 생니를 뽑는다던지 하는 식으로 등급낮추는 미친놈들은 없었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참 인간적이고 모자르고 등신같은 안타까운 몸부림이 가득했을 뿐인듯 싶음.
아, 그때 친구가 목격했다는 그 등신같은 안타까운 몸무림은 대략 아래와 같았음.
나눠준 국방색 빤스를 입은 장정 중 하나가 깁스를 하고 나타났는데 원래 신검은 깁스 풀고 받는게 맞을테지만 이 양반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상태로 절둑거리며 신검을 받고는 마침내 마지막 코스인 정신과까지 이동한거였음. 그리고 오랜 신검으로 지친 군의관이 지나가는 무심한 말로 '그건 왜 그래?' 라고 물어보니 왜 그걸 지금 물어보냐는 애닳픔이 묻어나는 단호한 대답이 즉각적으로 쏟아졌다고 함.
"2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아 그래? 너 1급!"
아무리 관대하게 면제를 쏟아내던 시절이었지만 2층에서 뛰어내린 수준으로는 임팩트가 많이 부족했던게 사실. 그런 군의관의 눈에 반나절 신검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뭔가가 또다른 국방색 빤스 남자의 옆구리에서 목격되었다고.
"너 그 옆구리에 물린 자국 뭐야?"
질문을 받은 남자는 앞선자의 교훈을 잊지않아 눈에 형형한 광기를 쏟아내며 다음과 같이 대답을 했다고.
"내가 물었다!"
주변에 도열한 국방색 빤스맨들을 일제히 경악시킨 충격적인 대답. 하지만 군의관은 당황하지않고 그 남자에게 작은 부탁을 한 모양.
"그럼 다시 물어봐."

벽잡고 안타까운 요가동작을 오분인가 하던 그 남자는 뭐 일급 판정받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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