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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나는 분노가 잘 제어되지 않습니다(2/2)
게시물ID : panic_977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국민
추천 : 23
조회수 : 190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01/19 01: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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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후... 어디까지 제가 이야기했었죠?
 
음 아내 이야기 할 때군요. 다행히 제 화가 지금은 많이 풀렸어요. 아까보다 훨씬 차분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겠네요.
아까 제가 쓴 글에 오타가 많더라도 이해부탁드려요. 너무 화가 나서 아까는 키보드를 부술 듯이 타이핑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키보드 타이핑하나는 정말 빠르거든요. 한번은 제 아내가 아기 재우고 있는데 제가 키보드 치는 소리때문에 잠을 못자겠다고 일어나서 찾아왔다니까요. 진짜로요.
 
아!
다시 아내 이야로 돌아가보죠.
 
제 아내는 미국 교포에요. 그러니까 캘리포니아 출신이요. 한국에 관광겸해서 아이들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로 2년만 일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저 만난탓에 이렇게 평생 한국땅에서 살게 되었죠.
 
제가 일방적으로 대쉬해서 결혼한 케이스인데 정말 너무 사랑했어요.
유치한지 알지만 정말 정말 사랑했다고요.
 
제가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내가 받아주지 않을까 고민고민하다가 고백했거든요. 데이트 일곱번만에 겨우겨우 고백했는데 그때 저의 고백을 받아주던 아내의 옆모습은 잊지 못할거에요. 자랑이지만 제 아내는 옆 모습이 진짜 이쁘거든요.
 
음 한국인 피는 맛는데 글쎄요. 그 음식이 사람의 이목구비를 좌우하는지 겉모습은 정말 서양 백인처럼 생겼거든요. 어렸을 때 미국에서 크면서 빵하고 스파게티 많이 먹어서 그런지 진짜 서양 사람처럼 예쁘게 생겼어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혼혈인줄  알았어요. 일본 말로 하프요. half!
 
그리고 연애하다 덜컥 사랑하는 정말 사랑하는 제 딸이 생겼어요. 아내는 망설였지만 저는 망설이지 않았어요. 내친김에 연애부터 결혼까지 속사포로 한 케이스가 되었죠.
 
그리곤 좋았어요. 아주 좋았어요. 제가 변하기 전까지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변했다는게 제가 불륜을 저질렀다던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했다던가 유치하게 그런거 아니에요.
제가 변했다는 것은 아내한테도 제 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연애할 때는 아내입장에서 정말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었던 저가 어느 순간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소리죠.
 
후! 잠시 쉬었다 오겠습니다.
 
 
 
 
자. 이제는 제 화가 거의 누그러졌네요. 조금 더 차분히 쓰던 글을 마무리할께요. 감기약을 먹어서 졸립기도 하고 밤12시 46분이라 피곤하지만 그래도 제 글을 보는 사람이 있을거 같아서요.
 
이 무렵 저는 바쁜 회상생활로 그 앞서 이야기했던 폭발자루가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어요. 분명 어렸을 때는 그냥 넘어갔을 일이 이제는 쌓이기도 하고 한 방에 쌓이는 양도 더 커졌어요. 그러니까 음 약 두 세달에 한 번 터지던 자루가 이제는 자루 크기도 작아졌을 거에요. 음 그러니까 대략 2주 단위로 터지게 바뀐거죠.
 
역시 전 잘 했어요. 그리고 나쁜 사람도 아니고요. 밖에서 터지고 안에서 터지지는 않았으니까요. 집 안에서요.
 
근데 어느 순간 한 번 집안에서 터지더군요.
지금은 왜 아내하고 싸웠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사소한 말 다툼이었는데 하필 제 폭발 자루가 끝까지 이미 차있었던 상태였죠.
 
아직도 생생이 기억해요. 아내의 표정을...
 
아내가 난생 처음 방안으로 들어가서 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정말 부끄럽게도...정말 정말 부끄럽게도 실수 한 사실을 알았어요. 제가 사랑하는 딸 앞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였던 거였어요. 또라이 모습을...
나중에 화가 누그러지고 놀란 아이를 안았는데 아이 바지가 축축하더군요. 그래요. 난생처음 아빠의 또라이짓을 봤으니 오줌을 싸 버린거죠. 그 귀여운 나의 딸이.
 
구차하지만 반성많이했어요. 정말요. 다시는 안 싸우겠다. 집에서는 최소한 화내지 말아야지. 폭발의 원인을 생각해보니 그날 저녁 조금 마셨던 맥주가 원인인거 같아서 술도 줄이고 그랬어요. 진짜로 노력했다고요.
 
근데요. 아내한테 미안하다 싹싹빌고도요. 한 번 집에서 터졌더니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자제요.
 
두번째 터졌을 때는 물건을 던졌어요. 역시 아내가 울었지요.
 
근데 웃긴건 뭔지 아세요. 그 제가 집에서 너댓번 터졌더니 아내가 다시는 울지 않는 다는 거에요.
대신에 저에게 쌍심지를 켜고 덤비지요.
 
근데 아까 말했듯이 저는 다른 사람이 저를 또라이로 보면 더 또라이짓을 하려고 그래요. 그럼 절대 안 져주죠. 제가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한테도요.
가장 최근은 불과 2주전인데...
 
그러고 지난 주는 일본여행 다녀와서 진짜 행복했었네요. 아이랑 아내손 잡고 4일쯤 다녀왔는데 그래서 아까도 일본말도 써보고 한거에요.
 
자 다시 다시
돌아와서 2주전에 싸울 때 그날도 아내가 아니 그날 따라 아내가 유독 안지더라고요. 저한테 그래서 불쑥 저도 모르게 난생 처음 여자에게 손을 올렸어요. 아무리 터져도 심지어 엄마하고 물건 던지면서 싸웠어도 여자 몸에 손 댄 적은 없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제 딸보다 저는 아내를 더 사랑합니다) 아내에게 손을 대고 만거에요.
그러고 나니 정말 머리에 '핑-'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더군요. 아마 저의 뇌도 충격받아서 경고 음이라도 울린 걸까요. 아내는 집을 뛰쳐나갔고. 다음날 돌아왔죠. 다시 그일 생각하니 손이 떨리네요. 심장도 뛰는것 같고
 
 
그리고요. 어떻하긴요. 저번 주에 행복하게 일본여행 다녀왔다니까요. 그 요즘 신규 노선 저가항공 취항한데 있잖아요. 가고시마요.
 
방법 없죠.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과하는 것 밖에는. 근데 의아한점은 아내가 생각보다
쉽게 제 사과를 받아드렸어요. 정말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앙증맞게
 
-일본 여행 가려고 나한테 사과하는 거지
 
아 정말 귀여워요. 제 아내는
 
지금까지 별 쓸데 없는 말을 왜 썼는지 의아하신 분 있을 거에요.
사실 오늘도 터졌거든요.
 
또 그 자루가요. 왜 터졌냐면 진짜 미안하고 부끄럽긴 한데 아내가 집에 늦게 들어와서요.
남자가 쪼잔하게 집에 그냥 조금 늦게 들어왔다고 화낸건 아니고요.
제가 요즘 일이 없어서 집에서 아기 보는 시간이 많은데 아내가 너무 한 것 같더라고요.
 
직장있어서 늦게 들어오는 것은 이해하는데 물론 저한테 늦는다고 이야기했지만요. 오늘 따라 늦게 들어오던 아내 한 마디가 제 심기를 건들더군요.
전 그냥 왜 늦게 들어왔는지 물어봤을 뿐인데
 
-아 나도 힘들어! 나도 일하느라 피곤하다고!!
 
이렇게 먼저 터지더라니까요.
아까도 이야기했잖아요. 전 누가 저를 또라이 취급하면 더 또라이로 보이려고 한다고요. 머리에 '핑-'하던 소리가 들리더니
 
그리고 정신을 차렸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손에 과도가 들려있더군요.
 
아이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그 걸로 유치하게 아내 찌르는 3류 공포소설아니라고요.
그냥 위협했던거 같아요. 위협만...
저는 그냥 제 생각에는요. 그냥 보여주고 싶었던거 같아요. 제가 어떤 놈인지. 만만히 보지 말라고.
 
그러고 정말 아이처럼 펑펑 울었어요. 동그랗게 눈을 뜬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보니 참을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리곤 펑펑
 
미안해!!
미안해!!
 
미치광이처럼 큰 소리로 울었어요. 엉엉이 정말 크게.
그러고나니 다시 조금 있다 분노가 생기더군요. 이런 사랑하는 사람을 놀라게 한 제 자신한테요. 지금까지 이런적 없었는데
 
그리고 그 감정 그대로 아까 글 올린거에요. 그거라도 안하면 정말 제 안에 분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 정말 잘 조절했는데...
 
제 글의 요점은 그거에요. 정말 묻고 싶어요. 제가 다시는 안 터질 수 있을까요?
제가 두번 다시는 사랑하는 아내를 울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다시는 또라이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까부터 저한테도 묻고 있어요. 제 자신에게요.
 
슬프게도 스스로 알고 있어요. 답변을요.
후 저도 봤어요. 유명한 영화 있잖아요. 스티븐 킹이 쓴 소설로 만든 영화 샤이닝이요. 그 미친광이 아빠 나오는 영화요.
그리고 그 영화 말미에 아빠가 어떻게 됐는지도 알아요.
 
그래서 선택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선택을 제가 미치기 전에 제어 하는 방법을 찾든 아니면 스스로 끝내든요.
 
이제 글을 마쳐야 겠네요. 슬슬.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잘 자는지 조금은 위안은 드네요. 제 아내랑 아이는 한번 자번 정말 딥슬립해서 정말 조용히 자거든요. 조용한거보니 자는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뭔가 으슬으슬하다 싶었더니 베란다 창문이 열려있었나보네요. 하필 미세먼지 있는 날에 왜 창문을 열었는지 참...
 
창문 닫으면서 마지막 선택을 내려야겠네요. 창문이 닫힐지 닫히지 않을지요.
 
 
그럼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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