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5.1.13 06:02
<침묵이 좋다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침묵이 좋다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 안에서 헤어나온 적 없기에
지레 내려놓았던 많은 것들.
무엇도 인 적 없던 허리가 삐걱거릴 때면
나는 괜히 후련했고
성취를 포기했다는 성취감에 황홀했다.
부어오른 잇몸에 모래가 박히는데도
씹는 것을 그만 둘 수가 없었어
새벽 어스름에 태어난 잡문들은
어머니로 하여금 내 입술 위에 쓴다
어제의 너는 오늘의 네가 아니기에
나 했던 얘기 한번만 더 하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를 바 없어
너 했던 얘기 한번 더 듣자
그래, 나는 쉽사리 바뀌지 않겠지만
침묵이 좋다고, 말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그 안에서
2. 2015.09.09 01:05
<거꾸로 읽는 일기>
무지개 다리에서 내 품으로 뛰어내린 고양이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굳게 닫힌 입술이 열리고
일그러진 얼굴은 이내 웃음이 되고
밤에 눈을 뜨고 씻고 알약을 뱉어낸 뒤
취한 몸으로 널 만나러 나가겠지
사라졌던 자전거는 그때 그곳에 매여있고
더이상 오지않던 날 찾는 문자는 점점 늘어나
이별로 만나 사랑을 하고 곧 잊겠지
이 감정이 뭘까, 혼란스럽던 때로
그러다보면 나는 어느새 그곳에 있겠지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했던 그곳에
3.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하염없이 얼음을 지칠 테다. 지칠 때까지 지치고 밥을 먹을 테다. 한 그릇이 부족하면 두 그릇을 먹는다. 해가 떠오른다. 꽃이 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음독의 시간. 지금이 몇 시일까. 왕만두 찐빵이 먹고 싶다. 나발을 불며 지나가는 밤의 공벌레야. 여전히 너도 그늘이구나.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죽었던 나무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알았다. 틀린 맞춤법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부끄러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제니, <밤의 공벌레>
어디에다 올려야 될지 몰라서.. 다른 분들이 자작시 여기에 올리시는 것 같길래 올려보아요.
3번은 제가 좋아하는 이제니의 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