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수가 인터뷰하면서 '내게 행복은 지금 마시고 있는 스무디 한 잔의 행복 그런 것이 아니에요' 라고 말한 것을 보았다.
나 또한 '사소한 행복'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단어의 조합에서 사소함이란 행복을 뒷받침하는 생생한 증거가 아닌 보수공사를 부실하게 때우는 방패막이 같아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또래들보다 옅은 두려움을 가졌던 것은, 아주 큰 수레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 같은 것이 삶을 감싸고 나면 그 사이에 낀 자질구레한 것들은 추레하거나 고되어도 포근하게 감싸진 삶 속에 덤이나 훈장처럼 들어 있는 존재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속에서 용기라 부를 수도 있는 덩어리가 서식했다. 용기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강인하고 포근한 원동력이 없어진 순간 c는 c라서 소외되고 b는 a가 아닌 게 아쉬우며 a는 a대로 지겨워진다. 존재는 낙엽처럼 방향성을 잃지만 무채색이다.
난 지금 스무디 한 잔을 마실 때 호흡을 좀 더 길게 내쉬며 순간적으로 안도하는 나를 본다. 스무디는 적어도 색과 향이 있으니까.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에 시럽을 한 번 더 넣는다. 소개팅 제안에 날 끄덕이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호기심 뿐이고 무표정으로 화장을 하며 간간이 정신이 들 때면 고작 거울에게 미안해한다.
하지만 낙엽이 아닌 당신에게 달콤하고 매서운 조언을 듣거나 그런 시선을 주고 받을 생각은 없어요. 어차피 난 부유하고 당신은 침잠하고 있을 뿐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