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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보자용> 노출의 3요소
게시물ID : deca_336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보는오징어
추천 : 20
조회수 : 1605회
댓글수 : 96개
등록시간 : 2015/03/18 19:35:18
※ 주의사항 : 이 글은 제목에 써진대로 극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글이므로, 숙련자분들은 신속하게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는게 저의 부끄러움 감소와 숙련자분의 시간낭비 감소로 이어집니다.


음, 오늘 머리가 아파서 쉬고 있다가 머리가 괜찮아진 김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일전 베스트 글의 리플에서 한 분이 노출 3요소에 관한 글을 요청했던것도 있고 해서 괜히 한 번 써봅니다. 사실 이건 사진 입문만 해도 알게 되는 내용인지라, 이제 막 봄철/새학기라고 카메라 사서 전원 키고-찍고-끄는거만 아시는 분 이외에는 별 도움이 될 글은 아닐겁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서 셔터를 누르면, 우리 인간들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카메라란 놈은 바쁘게 현재 밝기를 측정해서 (이를 측광이라고 합니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적당한 노출을 줘서 찍게 됩니다.
 하지만 간혹, 인간이란 놈이 카메라 세팅을 잘못했거나, 혹은 세팅을 했는데 뭔가 말도 안되는 무리한 요구를 했거나 (비유하자면 500원 던져주고 삼각김밥에 요구르트 하나 사오고 거스름돈 남겨오라는...) 혹은 찍고자는 피사체에 쏟아지는 광원이 좀 특수한 상황이거나, 혹은 카메라가 고장이 나면 노출에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IMG_7098.JPG



이렇게 센서를 혹사시키며(!) 노출 오버가 된다거나,


IMG_1161.jpg

혹은 대낮을 밤과 같이 표현하는 노출 언더가 된 망한 사진을 받아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런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리고 또 그냥 단순히 사진을 찍는데서 멈추는게 아니라 무언가 의도한 효과를 사진에 담고 싶다면 노출의 3요소에 대해서 알아야합니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바로 그냥 노출의 세 요소를 써보면 각각 노출시간, 조리개, 감도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노출(밝기)을 결정해줍니다. 같은 노출을 갖는 사진이라도 이 세가지 값을 다르게 줄 수 있습니다.
가령 어떤 피사체를 찍었는데
 F4.0(조리개), ISO400(감도)에서 노출시간 1초를 줬더니 이상적인 노출값을 가졌다면,
 F4.0-ISO 200- 2초, 또 F2.8-ISO 200-1초를 주면 위와 같은 노출값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F4.0-ISO 400-0.5초를 주면 밝기가 절반이 되고 (이를 밝기가 한 스탑(=0.5배 혹은 2배) 작다고 말합니다), F2.0-ISO 400-1초를 주면 밝기가 처음과 비교했을 때 4배가 됩니다. (이를 두 스탑 밝다/크다고 합니다)

그러면 같은 밝기를 갖는, 각각 다른 조리개/노출/감도를 가진 사진은 결과물이 똑같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노출에 주는 영향 이외에도 각각 사진의 특성을 결정짓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거 알거 없이, 그냥 적당한 밝기를 갖는 사진을 원하시는 분들은 카메라를 Auto 모드로 놓고 찍으시면 카메라가 알아서 잘 맞춰 계산해줍니다)


1. 노출시간

밝기를 결정짓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요소는 노출시간입니다. 같은 조리개/감도를 줬을 때 1초 노출보다는 0.5초 노출이 절반만큼 어두워질 것이고, 2초 노출을 주는 것이 1초 노출에 비해 두 배만큼 밝은건 너무나 당연할테니까요.

이런 노출시간은 앞서 말씀드렸듯 밝기 이외에도 사진에 영향을 주는데, 긴 노출시간을 준 사진은 그 긴 시간 피사체의 움직임을 다 담아서 보여줍니다.

아래 샘플 사진입니다.

IMG_0029_cr.jpg
IMG_0030_cr.jpg

윗 사진은 1/2000초 노출이며, 아래사진은 1/13초 노출입니다. 윗사진은 노출시간이 극히 짧은만큼 폭포의 물이 흐른다는 느낌보다는 순간적으로 정지시킨 이미지로 촬영됩니다. 그리고 아래는 노출시간이 길어진만큼 물이 1/13초동안 움직인 것을 다 합산하여 사진에 반영되어, 물이 흐르는 듯 느껴지는 사진을 가지고 오고요.

내가 물에 돌을 던져서, 돌이 물에 들어가는 그 찰나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고 싶다. 혹은 삘삘거리며 돌아다는 멍멍이를 찍는데,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고 싶다? 그러면 노출시간을 짧게 가지고 가야합니다.
폭포나 해변의 물 움직임을 부드럽게 담고 싶다. 혹은 우리집 강아지가 3대 ㅈㄹ견이여서 그 지랄리스틱함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다? 노출시간을 조금 길게 가지고 가면 됩니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찍을 때 유용한 모드는 시간 우선 모드 (보통 S 혹은 T 혹은 Tv 모드)로 두고, 원하는 노출시간을 입력해 놓으면 카메라가 알아서 남은 두 요소(조리개와 감도)를 가지고 적당한 노출을 맞춰줍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인간이 카메라에 애시당초 노답값을 주면 카메라가 어쩔 도리 없이 실패한 노출 사진을 내뱉긴 합니다. 가령 (ND필터 같은 특별한 도구 없이) 한여름 대낮에 노출시간 1초 주고 사진을 찍어! 라거나, 달빛도 없는 어두운 야생의 밤에서 1/2000초로 이 야경을 담아봐! 한다거나.... 이는 앞서 말했듯 카메라에게 500원주고 삼각김밥에 요구르트 사오고 거스름돈 남겨오라는 말과 동급인 무리한 요구이므로 안되는게 정상입니다.

그리고 노출 우선 모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 노출시간은 항상 염두해둬야는게 '흔들림'과 관련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초점거리의 역수이상, 그리고 1/40초 미만의 노출을 줘야 사진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85mm 단렌즈로 찍을땐 못해도 1/85초보다 짧게, 200mm 대포는 1/200초보다 짧게. 그리고 15mm 광각렌즈는? 1/40초보다 짧게) 주위에 빛이 어두워서 노출시간이 길어져 사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조리개를 좀 더 열거나, 아니면 감도를 올려야합니다.


2. 조리개

 조리개는 렌즈의 구멍 크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멍이 클 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빛이 지나갈 것이고, 구멍이 작을수록 적은 빛이 지나가겠죠? 보통 조리개는 F값 ( 구경/초점거리 비)로 표현합니다. 해서 값이 작을 수록 크고, 클 수록 작아집니다. 조리개 값은 일종의 길이이고, 빛의 양은 일종의 면적이므로, 다른거와 달리 얘는 직관적인 계산이 힘듭니다. 다른건 한스탑이 깔끔하게 2 혹은 1/2지만, 조리개는 1.4 (=루트2)입니다.

즉 조리개값이 2.0 - 2.8 - 4.0 - 5.6 - 8.0 에서 좌측으로 갈 수록 두 배씩 열고, 우측으로 갈수록 두 배씩 조이게 됩니다.


이 조리개는 사진에 미치는 영향이 세 가지 정도 되는데요, 가장 중요한 걸로는 심도 (초점맞는 영역의 깊이) 입니다. 조리개를 열면 한 번에 많은 빛을 담기도 하면서

P1000052.jpg

이렇게 초점맞는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을 흐릿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웃포커스)

또 조리개를 조이게 되면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줄어드는 한편으로

IMG_1035.jpg

이렇게 가까이서부터 멀리까지 다 초점을 맞춰주기도 합니다. (팬포커스)

물론 아웃포커싱을 결정하는 데, 조리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요소 (초점거리나 피사체와의 거리)도 영향을 주기에 밝은 조리개 값을 쓴다고 꼭 아웃포커싱이 일어나는건 아니며 (요즘 lx나 rx같은 애들은 된다지만 그 이전의 하이엔드급의 경우 F1.8해봐야 광각이어서 잘 안 돼요) 접사 매니아들 하시는거 보면 조리개 값을 10넘게 조여도 아웃포커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리개가 사진에 영향을 주는 두 번째 효과로는 화질입니다. 대부분 렌즈는 개방으로 갈 수록 사진이 소프트 해지며, 그렇다고 너무 조이면 회절효과로 인해 선명도가 감소합니다. 렌즈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조리개가 8~12 언저리에서 가장 화질이 좋습니다만, 사실 이건 그렇게 눈에 띄는건 아닙니다. (그래도 민감하신 분은 렌즈 개방시의 사진과 조일 때의 사진을 바로 구분해 내십니다. 전 눈이 삐꾸여서 잘 안 됨)

그리고 마지막 효과로, 조리개를 확 조일 때 조리개 날이 보이면서 소위 말하는 '빛 갈라짐'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IMG_9624.JPG

가령 윗사진의 가로등이 고슴도치마냥 뾰족뾰족해진게 조리개 값을 확 조여서 찍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밤에 조리개를 조이면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줄어들고, 노출시간이 길어지겠죠? 그래서 아래 자동차의 궤적이 추가로 생깁니다. 물론 이런 사진을 손으로 찍으면 150% 흔들리므로 삼각대를 사용해야합니다)
 이 빛갈라짐 효과 모양은 렌즈에 따라 (원형조리개냐 아니냐, 조리개날이 홀수냐 짝수냐 몇개냐 등등) 모양이 다 다릅니다. 따라서 보통 광각렌즈를 고를 때 이런 빛 갈라짐 효과를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 놓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스냅사진의 많은 경우에, 사진의 효과를 내는 가장 결정적인게 조리개 값에서 오는 심도 효과다보니, 보통 사진을 찍을 땐 조리개 우선모드 (카메라에따라 A 혹은 Av. 어떤 카메라는 A가 오토일수도 있으니 조심) 를 두고 다니면 무난합니다.


3. 감도

 빛의 알갱이(광자)가 센서에 떨어졌을 때,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광전 효과에 의해 센서의 전자가 뛰어 오릅니다. 이 뛰어나온 전자의 갯수를 세서 숫자로 표현하게 되는데요. 자연계 법칙상 빛이 안떨어졌음에도 뛰어나오는 전자가 있고, 또 읽는 과정에서 좀 오차가 생길수도 있고 기타등등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고 여러가지 일들이 발생합니다. 감도는 얼마만큼의 전자를 밝기 1로 계산할거냐는 의미로, 감도가 낮을수록 센서가 진중해지며, 감도가 높을수록 방정맞아집니다.

가령 감도 100짜리는 태연하게 "전방에 적 수천명 등장" 이라고 말하는 정찰병이라면, 감도 6400짜리는 "우와아아아아!!! 전방에 적 보병 한 명!!!!!!!!우와아아 무서워!!!!!!!!버틸수가 없다!!!!!!!!!!!!" 라고 외치는 정찰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빛이 없는데 튀어나온 전자 (이를 노이즈라 합니다)의 경우 저감도의 경우에는 "뭐야, 전자 고작 하나? 둘? 에이 이건 빛 하나도 없는거임" 이지만 고감도는 "우와아아아아!!! 여기 빛이 나타났다!!!!!!!!! 밝게 표시!!!!!!!!!!!"...라며 그 오차를 실제 빛인양 표현하게 됩니다.

IMG_9872.jpg
IMG_9874.jpg

위 사진은 감도 3200, 아래사진은 감도 400짜리 사진입니다. 물론 지금 후보정으로 둘의 밝기를 어느정도 근사하게 맞춰줬지만, 실제 찍었을 때 밝기는 달라서 애초에 공평한 비교는 아닙니다만....뭐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니.

위 두 사진의 가운데 부분을 크롭해서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iso.png


3200짜리가 400짜리보다 좀 더 자글자글한게 있는게 보이시나요? 이런게 노이즈입니다. 보통의 경우 노이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ISO는 가능한 한도에서 최대한 낮추는게 좋고요 (물론 그렇다고 지나치게 낮아지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므로 100~200을 하한으로 생각하세요) 물론 경우에 따라선 거친 사진을 좋아해서 ISO를 높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레인 넣는 후보정이 노이즈 제거 후보정보다 압도적으로 쉽기 때문에 가급적 노이즈는 적을수록 좋습니다.

단, 이 명제에 너무 강박관념을 가져서 ISO를 무조건 낮춰야해! 라며 어두운 곳에서도 ISO를 안올리는 분들이 은근히 많은데요. 사진계의 절대 명제 중 하나는 "노이즈 낀 사진이 흔들린 사진보다 낫다" 입니다.

요즘 카메라는 고ISO에서도 노이즈를 잘 잡아주고 (아닌게 아니라 2000년대 초창기 디카는 ISO 400만되도 노이즈가 눈에 띄게 증가하며, 800만 되도 자글자글했습니다만. 요즘은 800까진 끄떡없고 1600도 상용감도로 들어오는 시대입니다) 또한 후보정 툴 역시 발달했기 때문에 너무 강박관념을 갖지 마시고 어두운 곳에서는 과감하게 올리시기 바랍니다.


극초보자분들은 이 세 가지를 어떨 때 어떤 값으로 바꾸면 된다라는거만 아셔도 당분간은 충분합니다. 물론 더 나아가서는 어? 얘는 왜 갑자기 어둡게(혹은 밝게) 찍히지? 라며 측광모드에 따른 차이나 이런걸 배우실 때로 넘어갈 때가 오겠지만, 일단은 내가 어떤 노출시간, 어떤 조리개값을 줬을 때 사진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신경써서 사진 생활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 (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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