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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단편)사랑의 형태
게시물ID : panic_97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곤한뒷목
추천 : 21
조회수 : 506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01/31 10: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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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원치않는 유저분들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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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헉... 헉... 헉"
" 하아. 오빠. 조금 더 조금 더 세게." 
남녀가 섞이는 신음소리. 여자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당겨졌다 느스해졌다 반복된다. 긴장과 이완의 연속. 
남자는 숙련된 악기 연주자처럼 여자를 다룬다. 여러 가지 소리를 뒤엉키는 환희의 전주곡.
사랑과 애로스가 넘치는 순간, 남자의 표정이 점차 표독스럽게 바뀐다.
 
"앗! 헉...헉.. 악?!"
일순 일그러지는 여성의 표정. 그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여자의 모습을 즐기는 듯한 남자는 표독스런 표정으로 우악스럽게 일을 계속 진행한다. 이윽고 자신의 몸위에 있던 파트너를 침대앞쪽으로 던지듯 내팽겨치고는 먹이를 사냥하는 야수처럼 돌진하여 상대를 제압한다.
 
"아... 아파.... 아파...그... 그만 여보?!"
마침내 눈물을 흘리는 여자. 고통의 눈물일지 기쁨의 눈물일지 분간이 안 되는. 하지만 남자는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이 순간을 즐긴다는듯이 더욱 더 여러 방향으로 파트너를 괴롭혔다. 그리고 애로스와 비명의 15분이 지나가자 마침내 힘을 다한 남성은 침대에 벌러덩 몸을 뻗었다.
 
파트너는 안중에 없다는듯 침대에 대자로 뻗은 남자. 남자의 땀이 식을 때 즈음, 그 옆구리 틈으로 슬며시 파트너가 자리를 잡는다. 눈물을 닦은 여자의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여보. 오늘 좋았어. 여보도 좋았어?"
"..."
"근데 말이야. 여보. 날 정말로 사랑하는거 맞아?"
 
귀찮은 듯 등을 돌리는 남자. 남자의 등뒤로 여자의 몸이 포개어진다. 이내 여자는 잠이 든다. 하지만 남자는 감았던 눈을 뜬다.
그리고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의 여자를 지극히 바라본다. 사랑보다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일순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무언가 좋은 생각을 했다는 듯이.
 
서서히 양손을 처다보는 남자. 양손은 무언가를 잡기 딱 좋게 원의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아니 무언가 조르기 좋게.
양손은 천천히 여성의 가는 목을 향한다. 마침내 결심하듯 손에 힘이 담기는 순간. 눈을 뜨는 여자. 황급히 손을 빼는 남자는 놀란 눈으로 여자를 쳐다 보지만. 
 
"여보 사랑해!"
기분좋은 꿈을 꿨다는 듯 눈웃음 치는 여자의 눈에 사랑이 어렸다.
 
 
 
2.
 
한국제약 회장의 독자 장태준. 그의 인생은 거칠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은 그를 위해 존재했다.
어려서 부터 남다른 자식사랑을 물건으로 표현했던 아버지 탓에 그는 더 이상 가지고 싶은 물건이 없었다.
친구들이 가지고 싶었던 거대한 변신 로봇 장난감, 값비싼 효과음을 내는 게임기. 그는 자신의 집에 초대한 친구들에게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라며 별거 아니란 듯이 베풀었다. 없어지면 다시 사면 그만이다. 그의 주변에는 사람과 물건 모두 넘쳤다.
 
성인이 된 이후도 바뀐점이 없었다. 다만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여성편력으로 이어졌을뿐. 다른 사람이 환호하는 비싼 외제차 따위는 그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이 그의 화려한 언변과 재력에 그의 품에 쉽게 안겼다. 하지만 그는 한 여자를 오래 안지는 않았다. 지난날 비싼 장난감을 쉽게 버렸듯 그의 손에 의해서 많은 여성들이 버려지고 새로 채워졌다.
 
겉으로는 품위 있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값비싼 맞춤제작된 수트에 적절히 화려한 품격있는 넥타이. 어려서 부터 잘 먹어서 큰키에 다부진 체격, 운동으로 그을린 그의 피부는 우아하며 세련된 멋을 더했다. 그리고 천천히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아직 아버지가 있었기에 적절히 맞춰진 직함 '상무'. 그렇게 상무 장태준은 회사 모든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여성편력. 그 대상이 화려하게 치장한 클럽의 여자에서 아버지 회사의 여직원들로 바뀌었을 뿐이다. 회사에서는 그에게 추파를 보내는 여직원을 상대로 그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도도함. 하지만 자신의 선택 안에 들어온 직원이라면 퇴근전 살짝 그녀들의 자리에 명함을 두었다. 그렇게 또 많은 여직원이 그의 품에 쉽게 안겼다. 아니 어찌보면 귀찮게 비싼 자동차, 술의 힘을 빌리기보다 더 손 쉬운 방법이었다. 그래 버리기도 더 쉬웠다. 클럽의 여자들은 귀찮게 그에게 끊임없이 구애했지만 회사 안에서 권위를 뭉친 그에게 버려진 여직원들은 다시는 그를 쫓을 수 없었다. 버려진 줄 알면서도 여직원들은 한 순간의 사랑으로 치부하기 바빴다. 한 순간의 사랑.
 
그는 회사안에서 소문이 나지 않게 조심했다. 아버지가 회사를 완전히 자기에게 넘길 때 까지 그때까지만 조심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눈 앞에 새로운 여자가 포착됐다. 비서 박세리. 그나마 잔소리를 해주던 나이 많은 여비서를 핑계되어 다른 부서로 넘기고는 새로운 비서를 뽑았는데 새 비서는 기대 이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상무님을 모시게 될 박세리라고 합니다."
그녀의 첫인사. 그는 세련된 회색 정장을 입은 그녀의 몸을 훑었다. 가느다란 발목에 얇은 다리 적당히 아담한 체형. 흰 피부. 그의 취향이다. 그의 레이더에 포착된 대상은 곧 그의 침실로 향하게 되어있었지만 그녀는 달랐다.
 
업무에 매진할 뿐 그에게 전혀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역으로 그가 애가 달았다. 세리를 갖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인생에서 처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경험한 것이었다.
 
굴욕적이었지만 지금까지와 다르게 세리에게 역으로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방식대로 세리의 책상에 자신의 명함과 메모를 두어 보기도 하고 저녁 약속을 잡아보려 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분명 자기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도통 넘어오질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세리씨, 오늘 끝나고 나하고 한잔하고 갈까?"
하지만 세리는 눈웃음을 가득 머금고는
"죄송해요. 약속있어서요. 다음에 꼭 같이 갈게요"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무 장태준은 마침내 한가지 작전을 계획했다. 그녀가 도망칠 수 없는 자리 전체 회식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서 세리를 낚을 생각이었다. 그의 침대로.
 
그의 계획대로 세리는 회식자리에 동석했다. 세리를 그의 옆에 앉게 하고는 그는 열심히 직원들에게 술을 권했다. 사실 너희들 따위는 안중에 없어 단지 세리만 오늘 내 침대로 오면 되는거야. 일찍이 술을 배워 단련된 그는 쉽게 취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직원들은 그의 술을 거절할 수 없어 빠르게 취해갔다. 덩달아 비서 박세리도 마찬가지로.
 
"자 오늘은 이쯤에서 파합시다. 세리씨는 취했으니 오늘은 내가 데려다 줄게. 운전기사 부를테니 잠깐만 기다려요.
"와! 자기 비서라고 세리씨만 챙기시는 거에요?"
여직원들은 따가운 눈총이 세리에게 쏟아졌다. 오늘 그 자리가 내 자리가 되야 하는데. 그리고 마침내 세리는 태준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여직원들의 시기와 시샘을 즐겼다. 
 
태준의 검은색 고급 외제차는 그녀를 태운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이게 지금까지 완벽했던 태준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채.
 
 
3.
 
태준은 운전기사에게 눈짓했다. 운전기사는 익숙한 상황인듯 무표정하게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세리의 집이 아니었다. 고급 호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세리를 들쳐 메고는 태준은 그의 운전기사에게 카드를 건냈다. 사고 싶은거 있으면 사.
그의 계획에 동참해준 답례였다.
 
우아한 피아노곡이 쏟아지는 고급 호텔의 로비.
그리고 방으로 이어진 동안 세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옷이 벗겨지고 나서야 자신의 귀에 들리던 피아노곡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놀라며 옷을 추스려 보지만 이미 성욕에 가득찬 태준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뭐하시는 거에요. 그... 그만."
"그만? 웃기지만 나를 지금까지 얼마나 골탕먹여 놓고는."
옷을 빠르게 벗은 태준은 세리의 남은 옷도 마저 던져버렸다. 잘 달련된 그의 힘을 술취한 여자가 막기에는 너무 벅찼다.
 
"저도 사실 상무님 태준씨 좋아해요. 하지만 이런 식은 싫어요. 제발!"
"하! 좋아하긴. 나를 지금까지 바보로 만들어 놓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이미 늦었어. 일로와."
마지막 세리의 간청에도 그는 일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컥컥 숨이 막히는 고통스런 정사.
잠시후, 만족한 표정으로 누은 태준과 다르게 세리는 훌쩍이며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훌쩍 거리는 세리의 흐느낌이 오히려 그의 만족을 높여줄 뿐이었다. 내일 적당히 회사가서 입막아야지.
 
그렇게 30분 간의 휴식이 끝날 때 즈음 그는 다시 두번째 일을 치뤘다.
 
 
4.
 
'짝!!' . 근엄한 회장실 안에서 따귀를 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런 호로 자식이. 아버지가 니 평소행실 모를줄 알았냐? 건딜여자들이 없어서 회사 여자들을 건들여"
"아... 아버지 죄송해요. 죄송. 오해해요 오해!"
분이 안풀린 회장은 골프채를 치켜 들었다.
 
"오해? 야 저놈 운전기사 들어오라 그래."
"헉 그 그건."
이미 얼굴 한쪽이 망가진 태준의 운전기사가 들어왔다. 회장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운전기사에게 쥐어준 카드가 화근이 된 걸까?
 
"그치만 여자들이 좋아서 그런거라고요. 제 잘못이 아니고 저를 먼저 꼬신 여자들 잘못이라고요."
"아! 그래서 새로온 비서도 그렇게 호텔로 처 끌고 갔다보지? 그년이 얼마나 터트리고 다니는지 너는 임마 나 아니면 지금 경찰서행이야 경찰서행!"
"그... 그일은."
"됐고 내 회사 물려받을 생각은 꿈에도 꾸지마라."
 
태준은 납짝 업드렸다.
"그것만은. 제발. 잘...잘못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회장님. 아니 아버지. 다시는 이런일 없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회사가 그의 손에서 사라진다. 그것만은 안될 터였다. 그리고 한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아버지가 일을 막아주었다는 소리는 용서할 수 있다는 신호이지 않을까? 그는 최대한 납짝 업드려 용서를 빌었다.
 
"휴~ 이놈이. 그년 니가 챙겨줘라."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년이 언론에다 퍼 나른 것 같은데, 니가 그년 챙기고 살라고!
"결혼이요? 안돼요. 말도 안돼요."
 
태준은 결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렇게 재밌는 인생 어디에 얽매일 이유가 있는가?
"야 이 새끼야! 언론에 보도돼서 내 회사 무너지는 꼴 볼래? 어차피 니 놈도 그 년이 좋아서 그랬을거 아니야. 꽤 오래 쫓아다닌 모양이더만."
태준은 운전기사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이 빌어먹을놈이.
 
"일단 이번 일 수습하고 위기 넘기고 가야 할것 아니냐. 약혼할 사이인데 잠시 감정 싸움으로 그랬다고 하면 되니까."
회장의 말꼬리가 한 층 부드러워졌다. 예의 아들을 잘 타이르는 아버지의 말투였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그것만은 제발"
"후~. 오래 같이 안 살아도 돼. 적당히 2년 데리고 살다 버리면 그때는 끝이니까. 암튼 니가 그년 찾아가서 잘 구슬려. 돈에 안넘어가는 여자없다."
"...."
"그게 싫으면 빵에 가서 살다 나오던지. 대신 내 회사는 끌고 가지 마라.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키웠는데 아주 니 놈을 호적에서 파 버릴거니까."
"아... 아버지."
 
풀이 죽어 어깨가 처진 태준이 회장의 방에서 나왔다. 어떡하지?
 
 
5.
 
기적이 일어났다. 미친 기적.
"네? 제가 잘못들은 것 같은데요. 다시 말해보시겠어요?
"저 상무님을 사랑한다고요. 태준씨를 사랑해요."
 
그는 사태 수숩을 위해 세리를 교외의 한적한 레스토랑으로 부른 참이었다. 아버지 말대로 최대한 구슬려 보자. 안되면...
그런데 세리는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사랑 고백을 해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오랫동안 상무님 모시면서 좋아했어요. 그런데 상무님이 이렇게 밤 늦게 불러주시니 저도 더 이상 숨기지 않을게요"
"아니 제가 그것 때문에 부른게 아니잖아요. 아니 대체!"
순간 태준의 눈에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이 들어왔다.
 
아버지 말대로 차라리 내 돈을 취하려고 마음 먹은 것일까?
아니면 이게 그녀의 복수일까. 곁에 두고 안에서 평생 괴롭히는 상상.
태준은 그녀가 나의 파멸을 원할 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태준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복수의 방식었으니까.
 
이 모습을 멀찌감치 보던 회장의 비서는 서둘러 보고했다.
 
 
 
6.
 
곧 태준과 세리는 결혼했다. 회장의 성화에 태준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렸다. 딱 2년만 참을 생각이었다. 이 지옥에서.
언론에 보도 될 뻔한 한국제약 장남 성폭행 스캔들은 헤프닝으로 끝나고 대신 회장 아들의 결혼 소식이 실렸다.
 
"여보 이제 들어왔어요? 오늘도 술먹고 늦게 들어왔네요."
 
세리의 연기에 그는 미칠 지경이었다. 세리는 겉으로 보면 행복한 가정의 아내 역할을 참 잘하고 있었다. 철부지 남편을 잘 내조하는 그런 아내.
맨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다. 세리는 분명 나의 파멸을 원하고 있을 텐데 쉽사리 이빨을 들어내지 않으니 더 불안한 것이다.
태준은 술에 취하지 않고는 집에 돌아오기 힘들어했다.
 
"여보. 아니 세리야. 아니지 세리씨 솔직히 말해봐. 나한테 원하는게 뭐야? 원하는게 있을 거 아니야. 돈, 차? 대체 뭐야?"
"사랑"
"응?"
 
세리는 웃으며
"사랑이요. 당연히 아내가 당신한테 뭘 바라겠어요. 그 소리 좀 그만해요. 여보는 어떻게 술취하면 매번 그렇게 이상한 소리만 해요?"
태준은 정말 알 수 없었다. 나에게 복수를 바라는 건가 아니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는 정말 미친 사랑이었다.
 
세리를 피하기 위해 집에 들어 가지 않고 3일째 외박을 하던 날, 태준은 회장으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의 연락 때문에 돌아간 집에는 아내와 함께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는 태준을 보자마자 울그락 붉으락 하더니 고성과 함께 손을 올렸다.
 
"이 놈이!"
순간 회장의 손을 잡으며 말리는 세리
 
"아버님. 고정하세요.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태준씨에게 더 잘 할께요. 오빠가 집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가 있을 거에요. 아버님 이런일로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해요."
"아니 저 못되 처먹은 새끼. 아가 미안하다. 내가 자식 잘못 키운 탓이다."
"아니에요 아버님."
"또 이런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거라. 그리고 넌 나 좀 보자."
 
휘척휘척 태준은 아버지를 따라 테라스로 향했다. 어두운 밤. 회장은 다시 타이르듯 아들에게 말했다.
"태준아. 아비가 보니 세리 참 괜찮은 여자더만. 비록 일이 이렇게 되서 결혼을 했을지언정. 응. 아비도 잘 챙기고 얼마나 착하냐. 얼굴도 반반하고. 이제 그만 방황하고 새아기도 잘 챙겨주고 그래라."
"아.. 아버지 그게 아니라니까요."
 
순간 태준의 눈에 이 모습을 커텐 사이로 지켜보는 세리가 보였다. 이 망할년.
그년은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감히 나를 이런식으로 괴롭혀.
분명 그녀는 나의 파멸을 원하고 있었다.
 
 
 
7.
 
결혼 1년 후
가끔은 그도 헷갈렸다. 세리가 이제는 나를 용서해 주지 않을까? 어차피 그녀는 이제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돈도 취했다. 사회적 명예와 직위도 있다. 한국제약 장남의 아내.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를 완전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태준은 잠이 점점 줄었다. 그녀에 대한 증오와 자신을 향한 복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세리가 빨리 자기를 용서하기 바랄 뿐이다. 시간은 자꾸 흘러갔으니까.
 
오랫만에 잠에 취해 늘어지게 자던 태준은 누군가의 시선에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나타난 세리의 모습.
그녀는 그를,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얼굴은 잔뜩 굳은채로. 노려다 보는 2개의 눈.
 
"허, 헉억"
놀라서 그는 펄쩍 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 무슨 짓이야."
"에?어?"
갑자기 정신이 든 듯 세리는
 
"미안해 여보. 내가 자다가 잠이 깨서 그냥 오빠 얼굴 보고 있었어. 행복해서."
"행복?"
거짓말. 거짓말이다. 만약 그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세리가 그의 목을 졸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으로 위장할 수 있을까? 심장마비? 금품을 노린 강도의 침입? 이런식일 줄이야. 젠장. 당했다.
 
그녀는 태준의 팔을 잡아 침대로 다시 끌었다.
아냥을 떨며 그녀는
"오빠 정말로 나 사랑하는거 맞아?"
교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분명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태준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면 세리는 회장에게 연락하겠지.
그는 안팎으로 그녀의 올가미 안에 걸린 것이다.
 
분노의 올가미.
 
 
8.
 
잠을 자지 못하니 태준은 날이 갈수록 수척해졌다. 근육질 몸매였던 그가 어느 새 마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태준은 요즘
차라리 세리가 발톱을 빨리 들어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나를 죽이려고 할까? 대체 언제.
그와 다르게 세리는 날이 갈수록 생기가 넘쳤다. 좋은 식사와 복수하고 있다는 쾌감때문이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태준보다도 우아한 아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리는 남편이 너무 마른다며 싫다는 태준을 억지로 병원에서 검진받도록 했다.
병원에서는 그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사했지만 딱히 신체의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정신 문제였다.
그를 검사하던 병원은 유명한 정신과 의사를 추천해 주었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태준은 과거의 나쁜 기억이 그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가 무슨일인지 알 수 없어 속단할 순 없지만, 상무님은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망상에 시달리는 듯 합니다."
그러고는 주저하더니 마침내 작은 보라색 명함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기억삭제 시술]이라는 글씨와 함께 번호가 적혀있었다.
"이게 무엇인지?"
"상무님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요즘 쉬쉬하며 많이 하고 있는 시술입니다."
"예?"
"보통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분들이 하는 시술인데. 간단합니다.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사건을 뇌스캔을 통해 찾아내서 파괴하는 거지요. 삭제된 기억은 자연스럽게 다른 기억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시술 가격도 비싸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될까봐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유명 정치인과 스포츠 스타 등 필요한 분은 많이 하시지요. 후휴증도 거의 없고 또..."
"그런 일은 없습니다."
 
태준은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그녀가 문제일뿐. 이게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준이 세 번째 자다 일어나 자신을 노려다 보는 세리를 발견했을 때
[기억삭제 시술] 명함에 손을 댔다.
 
그래. 차라리 자기가 그 날의 기억을 버린다면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설령 시술을 받은 후 세리가 날 죽이려고 시도 한다면? 또 성공한다면?
그래 그럼 분명 기억을 잃은 순수한 나를 죽이는 거겠지. 죄없는 순수한 나를.
태준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세리에 대한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했다.
 
 
9.
 
차가운 병원 시술실안. 태준은 커더란 기계속으로 자신을 넣었다.
"상무님. 기억삭제 시술은 금방 끝납니다. 없애고 싶은 기억을 집중하며 떠 올리세요. 그러면 저희가 거기에 해당되는 뇌 영역을 찾아서 삭제할 것입니다. 그럼 그 빈 기억은 어떻게 되냐고요? 저희가 적절하게 다른 기억으로 대체해드릴겁니다. 상무님이 원하는 다른 시나리오로 덮어드릴께요. 마치 백업후 새 프로그램을 깔듯이 말이에요. 흠, 없애고 싶은 기억이 20xx년 8월 30일 기억이네요. 그러니까 그날 밤 태준씨는 회식 후 집으로 가서 일찍 잠에 든다. 이런 기억으로 바꿔 드리면 되는 거지요?"
 
태준은 기계속으로 자신의 머리를 넣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웃음이났다.
만약 혹시라도 세리가 자신을 죽이려다 실패한다면. 대박이다.
나는 무죄다. 혹시 경찰들이 내 뇌를 스캔하여 그날의 기억을 살핀다 한들 찾아낼 수 업겠지. 요 병원녀석들은 VIP비밀은 철저히 지킨다고 했으니까.
혹시 세리가 성공하더라도 죄 없는 남편을 죽인 나쁜 년이 될 뿐이다. 심하다고? 그녀가 나이게 해온 2년간의 복수보다는 아니다.
나를 2년동안 옭아매고 잠 못이루게 하고 마르게했던 기억에 대한 복수다.
후후. 웃음이 났다. 
 
" 자, 편안히 주무세요. 한 시간 자고 일어나시면 안좋았던 기억은 잊고 상쾌하게 일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 상무님의 요청대로 오늘 이곳에 와서 기억 삭제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사라지게 해드리겠습니다. 상무님은 그저 상쾌하게 집무실에서 낮잠 주무신거죠. 상쾌하게."
 
'위잉~'. 거대한 기계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10.
 
기억 삭제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의사 둘.
프로그램의 수치를 확인하고 생명정보를 확인하느라 바쁘다.
그러는 와중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음 여의사가 탄식하며 묻는다.
 
"선배님, 참 신기하지 않아요. 이렇게 돈 많고 사회적으로 지위있고 거기다 예쁜 아내까지 가진 더할나위없는 이런 도련님도 삭제하고 싶은 기억이 있다는 사실이?"
 
흰머리가 희끗희끗난 선배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계기판을 만지며 대답한다.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기억 삭제 시술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다 VIP잖냐. 그분들의 세계에는 남모르는 다른 고민들이 있는 모양이지."
"맞아요. 지난 번에 왔던 메이저리그 박선수도요. 깜짝 놀랐어요. 연봉이 그렇게 어마어마한데 대체 무슨 기억을 지우는 건지. 그러고 보니 이거 비용이 상당하지요? 일반인들은 있는지도 모르는 시술이니까요."
"그렇지. 이게 비용이 보통사람이 감당할 만한 금액이 아니지. 음. 그러고 보니 예전에 VIP 고객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어찌나 시술받게 해달라고 매달리는지. 결국 실장님이 못이겨서 기계 테스트하는 셈치고 해준적이 있었는데... 잠깐 그러고 보니 그분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선배 의사. 기계 조작을 멈추고 파일더미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보통 사람이 [기억 삭제 시술]을 받은 적이 있어요? 처음 듣는 얘기네요. 에? 선배님 뭐하세요?"
 
마침내 파일더미에서 무언가를 찾고는 재밌다는 듯이 희끗희끗한 머리를 흔들며 선배의사가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 신기한 우연이네."
"네?"
"지금 시술 받는 장상무 아내 이야기 들어봤어? 결혼식 보도 났던."
"네 티비에서 본 적 있었죠. 회장 독자와 결혼하는 신데렐라. 운명적 사랑. 그렇게 나왔었지요. 얼마나 부럽던지. 솔직히 저 장태준씨 잘 생겼잖나요."
"그치? 나도 본적 있어. 근데 그 아내라는 사람 박세리씨 2년전에 이곳에서 시술 받은 적이 있는데? 시술 받는 이유야 비밀이지만 꽤나 급했나봐. 어찌나 실장님 바지 가랑이를 붙잡던지 결국 실장이 반 값에 해줬다니까. 근데 공교롭게도 그 여자도 기억을 삭제한 날짜가 20xx년 8월 30일 이야. 하하 나참."
 
눈이 희둥그래진 여의사는 선배의사와 장태준을 물끄러미 번갈아 처다 본다. 선배의사는
"아니 대체 그 8월 30일에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부부끼리 똑같이 삭제해달라고 그러고. 아내는 똑같이 그 날 회식에서 집으로 바로 와서 잔 것처럼 기억을 대체해달고 했네."
"선배님 혹시요. 두 분이 대판 싸운거 아닐까요? 그래서 그 기억때문에 아직도 부부싸움하거나 그런것 아닐까요? 크큭."
"그러게나 말이다. 요 높의신 분들의 삶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 자 이제 일이나 마무리하자. 혹시 모르니 같이 따라온 비서한테 부작용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뭐 그래봐야 잠자다가 돌연 몽유병처럼 일어나는 정도지만"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기억삭제 기계는 두 의사람의 웃음소리의 끝과 함께 멈쳤다.
 
 
 
11.
 
헉... 헉... 헉"
" 하아. 오빠. 조금 더 조금 더 세게." 
살짝 열린 방문틈으로 남녀가 섞이는 농밀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여자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당겨졌다 느스해졌다 반복된다. 긴장과 이완의 연속. 
남자는 숙련된 악기 연주자처럼 여자를 다룬다. 여러 가지 소리를 뒤엉키는 환희의 전주곡.
사랑과 애로스가 넘치는 순간, 남자의 표정이 만족스러운 듯 만개한다.
 
그렇게 여러 방향으로 파트너와 즐긴뒤 15분쯤 지나자 지친 듯 남자가 커다란 몸을 침대에 벌러덩 눕혔다.
 남자의 땀이 식을 때 즈음, 그 옆구리 틈으로 슬며시 파트너가 자리를 잡는다. 여자 또한 만족한 듯 묻는다.
 
"여보 오늘 너무 좋았어. 여보도 좋았어?"
 
남자가 끄덕끄덕이자. 빠르게 들어오는 여자의 한마디
"여보. 날 정말로 사랑하는거 맞아?"
 
남자가 생글생글웃으며 여자를 껴안는다.
"당연하지. 사랑해. 정말로."
 
두 남녀가 키스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사랑의 형태. 마침.
 
 
 
 
 
출처 내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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