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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학원 보조강사를 하면서 느낀것들.
게시물ID : animation_979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약병아리
추천 : 11
조회수 : 612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3/08/10 02:41:51
 
안녕하세요, 애니게여러분. 종종 눈팅하고 가끔은 추천하고 사라지는 마약병아리입니다.
 
 
 
간만에 쓰는 글이긴 하지만 오늘은 제목대로 근 몇달간 애니학원 보조강사를 하면서 느낀 것들을 쓰려 합니다.
 
물론 저는 경력도 짧고 그저 보조강사일 뿐이라 몇몇분은 건방지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용기를 갖고 올려봅니다.
 
더불어 만화입시를 하거나 할 예정이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여러분들도 읽고 같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전국 곳곳에 자리잡아있는 프랜차이즈 미술학원 애니반 보조강사를 하고있습니다. 대학생이구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폭넓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년도 학년이고, 아무래도 큰 학원이다보니 참 이런 학생 저런 학생 많이 봅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는가하면, 뺀질거리고 수다떨다 수업끝나면 포풍퇴근하는 친구들도 있고,
 
분명 뭔가 하고 있는거같긴 한데 막상 끝나고 보면 수업시작했을때랑 별반 변한게 없는 친구들도 있죠.
 
학원마다, 반마다,개개인마다 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후자의 두 경우입니다.
 
 
 
취미반 어린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님께서 아이한테 뭔가 배우게 하긴 해야겠는데, 애가 집에 있으면 볼게 TV만화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보는 걸 보고 만화를 시키면 되겠다!하고 보내는 친구들입니다.
 
(실제로 옆친구랑 아는 만화 얘기 좀 하다가, 뭘 그려보자고 제시하면 반항하고 깐죽거리고 놀다가 가는 아이들이 70퍼센트정도 되구요.
본인이 어떤 그림을 지향하는지도 모르고, 그런 것도 없고, 그림도 전혀 안 그려봐서 졸라맨 수준으로 그리는 아이들이 90퍼센틉니다
부모님이 학원오셔서 우리 애 그림 보여달라고 하고 소질있냐고, 잘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얘기해서 돌려보냅니다.)
 
어떤 아이는 자기가 배우고싶다고 하는걸 가르쳐줘도, 본인 목표랑 현실이랑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징징거리다 가기도 하구요.
 
분명 만화그리는걸 좋아하는거같긴 한데 뭘해도 지겨워하고 시큰둥해하고, 그렇다고 딱히 하고싶은 수업이 있는것도 아닌 친구들도 있습니다.
 
입시하는 친구들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수업을 듣는다는걸 감안해도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칼퇴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오늘 푸념에 가까운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이런 학생들때문인데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최근 수업시간에 제가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것들, 수업시간에 했던 것들을 돌이켜보노라면
 
"집중해서 그리자" "자리에 앉자" "떠드는 건 좋은데 그리면서 떠들어" "일어나" "휴대폰 제출하자" ....
 
결국 그림적으로 충고를 해주는 말은 네다섯번 조금 넘게 있을 정도고 수업태도 잡아주는게 대부분이더라구요.
 
학원 강사로 나가는건지.. 소음제압기로 나가는건지... 헛웃음만 나올 뿐이죠.
 
 
 
처음엔 내가 못 가르쳐서인가 싶었는데, 제가 없는 날도 가관이라고 하더군요.
 
재밌는건, 그렇게 수업에 집중못하고 멍때리고 수다떨다 가는 녀석들이 결과에 더 예민하더라는겁니다.
 
한번은 어쩌다가 타로카드를 들고 학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열심히 하던 친구들은 대체로 사적인 고민으로 타로를 봐달라고 하는데,
 
신나게 놀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가고싶은 학교에 붙을지 아닐지 물어보더군요.
 
 
 
참 기운이 빠집니다.
 
남들이 눈알빠지게 열심히 그릴 때 놀아놓고선 바라는건 존잘급 실력이고, 그렇게 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징징댄다던가,
 
기껏 설명을 해주면 듣는 이유가 '안 들으면 선생님이 화내니까'일 뿐이었던 친구들이 잘 듣고있던 학생들을 시기하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루에 프리드로잉 한장, 일주일이면 일곱장되는 정도의 숙제도 못해오면서 자기가 많이 그리고있다고 착각하고, 
 
잘 그리는 친구들 노력은 생각도 않고 '쟤는 잘그리고 난 못그리는게 당연해'라고 먼저 포기해버리다니...
 
그래놓고선 선생님들한테 와서 얘기합니다. 잘 그리고싶다구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런 친구들 보면 그림 그만두라고 하고싶습니다.
 
아니 그냥 다 때려치고 단순노동 쪽으로 가라고 하고싶어요.
 
왜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해놓고선 본인에게, 혹은 주변환경에게 요구하는 선이 그렇게나 높을까요?
 
천재? 있어요. 근데 노력없이도 잘 그리는 천재는 없거니와, 있다 해도 그런 천재는 학원따위를 다니지 않겠죠. 적어도 전 그런 친구 본적이 없어요.
 
천재가 아니어도 잘 그리는 친구들은 분명 떠들면서도 계속 손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거같아보여도 그림생각을 하고있죠.
 
 
 
제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저는 다른 미술 분야를 배웠던 예비반시절을 통틀어서 입시때까지 선생님들이 싫어할만한 타입의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한테 반항하고 대들고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이어서? 아니면 오징어라서? 아닙니다.
 
수업시간이 아닌 쉬는시간에도 계속 개인적인 그림가져가서 고쳐달라 그러고, 지적해달라 그러고,
 
선생님들이 '해볼래?' 하고 장난삼아 던진 숙제도 농담인줄 알면서도 정말 혼자서 매일 꼬박꼬박 해가서 검사받고
 
시험 주제를 받으면 집에가서 미리 몇개씩 콘티도 짜와서 이런 스토리는 어떻냐 이렇게 연출하는건 어떻냐 물어보고
 
원래 평일에만 나가지만 주말 취미반에도 나가서 슬쩍 같이 수업듣다 나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학원에 가 자리에 앉아서 남들보다 몇시간씩 더 그리면서 선생님들 괴롭히는, 그런 타입이었기 때문이었죠.
 
(대학입시때는 개인사정이 있어서 많이 흐트러졌지만...)
(학원을 안 다니던 꼬꼬맹이 시절에는 아무도 뭐라 안 했는데 알아서 인체서적 사서 공부하고 만화작법서 사서 만화그렸구요.)
 
그래서 결과는? 선생님들한테 제일 이쁨받는 학생이었고 학생들 내에서도 에이스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은 좋았습니다.
 
 
 
어쩌다보니 제 자랑처럼 되어버렸지만, 위쪽을 읽으면서 뜨끔!했던 학생여러분들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노력을 했고 수업에 잘 따라왔는지 말이죠.
 
 
 
저 정도의 노력은 필요없으니까 하다못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지적해주신거 노트에 필기해두고 틈틈히 읽는 습관을 만든다던가
 
옆에 친구들 떠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 노력한다던가
 
몇시간 안되는 수업시간만큼이라도 휴대폰을 끄고 수업에 집중한다던가
 
따로 연습할 필요없고 그냥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만이라도 꾸준히 해도 좋습니다.
 
수업방식이나 커리큘럼, 혹은 선생님이 맘에 안 들면 솔직하게 클레임도 거세요. (대부분은 진짜 그 과정이 필요하니까 하는거지만)
 
딱 요만큼만, 정말 더도말고 덜도말고 요만큼만 해도 존잘이 될 수 있고 실력도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그렇게 실력이 늘었으면 더이상 징징대지도 않겠지만, 징징댈 자격이 생겨요.
 
학원 안 다니는 분들도 최소한 혼자서도 많이 그리는 노력을 하세요. 독학으로도 열심히만 하면 왠만한 학원생들보다 더 잘 그립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분명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고 고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분명 알아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말씀드립니다.
 
제발 여러분, 아무런 노력도 없이 실력을 거저먹으려들지 마세요.
하다못해 징징대는거라도 하지 마세요. 듣는 사람 짜증납니다.
 
조금이라도 제 마음이 학생여러분께 닿아서 뭔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오유징어 여러분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대학가도 A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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