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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형선고..
게시물ID : readers_189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널소유하겠어
추천 : 0
조회수 : 2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20 05:50:56

"우리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듬에 따라, 이런 판결을 내리는 나도 몹시나 유감스럽습니다."
꼴깍 침을 삼키고는 청중을 향해 손을 들어보인다.
"사형선고!"
그 말 외엔 아무런 것도 들리지 않았다.
세 번에 나누어, 그러나 뜸을 들이는 그의 손떨림,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미 세 번은 울리고야 만다.

"얘, 큰일났어.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니? 글쎄 문제가 생겨서 말이야."
심각한 일인가 보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림에 불안이 느껴지고, 거친 숨소리를 엇박으로 내쉬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난 당연히 네 계좐줄 알았지... 그게 보니까 네 이름이 아닌 거야. 글쎄 어쩌지?"
그녀의 말에 나는 통화를 끊고 내가 적어주었던 계좌번호의 출처를 떠올렸는데, 그것은 단지 내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숫자에 불과했다.
다음 날, 나는 머리 숙여 그녀에게 사과하며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오전 내내 은행에서 전전긍긍하였다고 했는데, 작은 돈도 아니고 큰 돈을 그것도 남에게 보내버린 것이 자신의 실수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나를 질타했다.
"너 그 계좌번호 네 것 맞아?"
"아니요."
"그럼 뭐야? 왜 네것도 아닌데 알려줬어. 여기 이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에요."
정확히는 이제 알 필요 없는 사람, 아주 잠깐만 알던. 분주하게 움직이는 입술,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침이 얼굴에 살짝 튀었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일이지만, 이후로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은 아마도 돈을 받은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은행 방침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이체된 돈을 강제로 빼앗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그가 자발적으로 연락을 해오거나 아니면 법적 소송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런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고 싶지 않았다.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걸요."

얼마 뒤 일에 싫증이 난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그녀는 내가 일을 그만두는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는지 한참을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조아렸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그녀에게 원한을 갖거나, 보상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뜻밖이게도 20만원이라는 작은 돈이 생겼는데, 나는 이 돈을 어디에다가 사용해야 할지 한참을 생각해보아도 마땅히 쓸 곳이 없었다. 쓰고싶으면 쓰고, 아니면 말자고 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대학 2학년 중퇴, 관심사병, 고질적인 정신병 다수 있음. 사회부적응자.'
그것은 나를 의미하는 또 다른 말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런 자리에서 나를 소개해야 할 때, 나는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말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고, 무슨 이유에서든지 나는 그들이 싫어한다면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라도 해보자는 결심을 한 것은 자전거를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는데, 선선한 바람이 시원함을 넘어 오한을 유발하는 늦가을 아니 초겨울에 접어들 무렵에 문득 든 결심이었다. 옷장 속에 박힌 일전에 사놓았던 남색 점퍼를 꺼내 입었는데, 거울 앞에 선 모습이 제법 어울렸다. 그렇게 한 달을 주에 5일씩 일하여 월급을 받았던 날, "내일부턴 쉬겠습니다." 근무소장에게 말 한 마디만 남긴 채, 곧바로 자전거 가게로 달려갔다. 항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눈여겨보았던 흰색 자전거, 가끔 시간이 날 때면 들어가 주인아저씨와 소탈한 대화나 나누며 차를 얻어 먹으면서 친분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될 줄이야.
"벌써 오늘인가?"
올 것을 예감했다는 듯, 하얀 자전거를 만지작거리는 그의 분주한 손이 잠시 멈춰섰다. 그는 손잡이 가운데에 후레쉬를 달아주고는 말했는데, "밤에 타고 다니기에 좋을 거야." 겨울이 다가와 밤이 길어지는 것을 의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갈 생각 뿐이었다. 곧 그는 바퀴를 만져보고, 기어가 잘 돌아가나 확인하고는, 체인에 기름칠을 해주었는데, 기어코 잊어먹은 것이 있다며 자물쇠 여럿을 가져와서는 내게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나는 열쇠로, 하나는 번호로, 나는 말했다. "아무 거나 주세요." 그러자 그는 번호키가 편하다며 인장 아래 목덜미에 둘둘 감아주었는데, 멀찌감치 떨어져 또 한 번 보며 말했다. "뭔가 빠졌는데, 그래!" 다시 어디론가 사라진 그에게 나는 소리쳤다. "아저씨, 계산해주세요."

자전거를 도난맞았다. 정확히는 자전거 뒷바퀴만 남았다. 누군가에게 절실히 필요한 모양이었나보다. 20만원을 들고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았는데 나는 문득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사창가를 가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전해 들었던 그곳의 분위기는 새빨간 등으로 방 안을 밝히며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한다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그곳에 도착하자 군데군데 불이 꺼져있는 건물들 사이 몇 개의 건물들만이 그런 분위기를 낼 뿐이었다. 불이 켜진 한 건물 앞을 지나쳤지만 그녀는 나를 봄에도 구애를 하거나 유혹을 하는 행위는 일절 하지 않았다. 다른 곳을 향해도 그들은 의아하게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그곳을 지나 번화가까지 걷게 되었는데, 이번엔 문득 마시지 않는 술을 마시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나는 조용히 지하에 위치한 술집으로 들어섰는데, 당연히 조용하고 멋스럽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떠올렸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시끄러웠고,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취기가 올라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대학은 왜 그만 둔 거지? 회사는 왜 다니다 만 거야? 군대에서 관심사병이 된 이유가 뭐지?"
속사포처럼 쏟아붙는 질문들에 나는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곧 그것이 같은 맥락의 질문임을 알아차린 나는 손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제가 이상하거나, 사람들이 이상한 거겠죠."
나는 살인범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인 용의자,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 덕분에 막 하이라이트에 접어드는 영화의 결망르 보지 못했으며, 그들은 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는 "체포해!"라는 말과 함께 수갑을 채우고는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것이었다. 형사는 나의 질문에 어느정도 납득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커피를 들이켰다. 나이 지긋한 그의 수염과 아직 아리송한 나의 수염이 대조되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수염을 한 번 만져보고는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왜 샀지?"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몹시 곤란스러웠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는데 우연히 하천가를 따라 걷다가 뻗어진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는 한 여인의 자전거 탄 모습을 보고는 충동적으로 결심한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그는 내게 돈을 잃어버린, 정확히는 받지 못하게 되어버린 사장의 음식점에서 일한 일을 물었다.
"자전거를 사기 위함이었나?"
사실 그때 자전거를 살 마음은 없었다. 단지 바닥에 떨어진 신문에 난 구인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찾아갔다가 덜컥 나에게 일하라고 권유한 그녀 덕분에 일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역시 이유는 간단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대답에 몹시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이어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30분 뒤에 돌아온다던 동료 형사의 노크소리라고 나는 짐작했다. 뒤늦은 결혼 준비에 바쁘다는 이유로 매일 점심이면 그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곤 했는데, 시간을 돌아보자 고작 10분 지나있을 뿐이었다. 형사는 곧 자리를 떠나 바깥으로 나가 그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문이 다 닫히지 않아 그 소리는 나에게까지 들려왔다. 결혼부터 축의금, 하필 생리 탓에 예민해진 예비신부의 잔소리 때문에 힘들다는 토로였는데, 결혼 선배로써 충고한다며 동료게 자신이 책임지고 하루 동안의 휴가를 준다는 비교적 넉넉한 인심까지 발휘했다. 곧 돌아온 그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시간을 먼저 확인했는데, 무심하게 배를 한 번 어루만졌다.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연민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다가는 도리어 고개를 훽 돌려서는 취조실을 나가버렸다. 쾅소리와 함께 닫혔던 문이 튕기듯 다시 열리면서 그는 내가 속삭였다.
"못해도 무기징역이야."

나는 어떠한 이유도 듣지도 못한 채, 법정에 섰고, 판사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아마도 사람들이 말하길 나는 아이를 유괴하고 협박하여 살해까지 한 그런 사람으로 남았나보다. 그러면 어떠하랴, 나는 지금 감옥으로 향하는 중이다. 도시에서 벗어나자 창문 너머로 자연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썩어버린 나뭇잎들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 왠만하면 이 산길을 계속해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같이 탄 육중한 몸의 남자가 말하길, 1시간 뒤면 나는 감옥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창밖을 내다 보았다. 나는 살인범이다, 사형선고를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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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대충 써놓아서 모호해졌지만 뭐 그러면 어떠하리.
글에서 어떤 모습이 보이시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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