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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환생
게시물ID : panic_98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정작군
추천 : 30
조회수 : 254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02/26 14: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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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갖고 환생했다.
 
나의 죽음과 전생이 모두 기억난다. 나는 서른셋에 자살했다.
 
나는 자영업을 했었고 하던 장사가 망하며 답답한 마음에 부모님과 아내의 가슴에 못을 박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다시 태어난 후 5년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현재 부모님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잘 자랐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전생이 기억났다. 내가 죽었던 곳을 내 발로 밟았을 때였다. 눈물이 났다. 후회되었다.
 
하지만 다시 살아갈 삶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때나이가 5살이었다.
 
전생의 나는 중학교 때 까지는 공부를 잘했다. 반에서 1등도 하곤 했다. 그러다 이성과 교제하고 난 후 공부를 게을리 했고 성적이 떨어졌다.
 
그 때 부모님께서는 나를 많이 꾸짖으시고 때리셨다. 더 공부가 싫었고 멀리하게 되었다. 그 시절만 잘 버티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전생에 나는 언변도 좋았고 운동도 잘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자신감이 넘쳐났다.
 
하지만 현생의 나의 부모님은 나를 많이 사랑했지만 내가 전생이 기억난 뒤로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외면했다. 내 몸에 귀신이 씌었다고 믿었다.
 
현생의 나는 어린 시절 이곳저곳을 드나들며 내 몸 안에 있는 귀신을 쫓아내야한다며 안 해본 것이 없다.
 
용하다는 무당에게도 가보고 절에도 가보고 교회도 가보고 성당에도 가보았다. 소용이 없었다. 왜냐면 나는 정말 환생했으니까
 
현생의 부모님은 중학교 때부터 나를 포기하고 나의 의식주만 해결 해 주시는 분이 되었다. 가끔 용돈도 주셨다.
 
전생의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었다. 무턱대고 찾아갔다.
 
전생의 부모님은 많이 늙으셨다. 내가 죽은 지 15년이나 흘렀기에 어쩔 수 없었다.
 
나를 알아보진 못하셨다.
 
옛날 얘기를 했지만 믿지 않았다. 나에게 소금을 뿌리며 내 쫓았다. 마치 그 소금은 총알을 맞는 듯한 고통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의 아내도 찾아가보았다. 내가 죽고 새 가정을 꾸렸나보다 잘살고 있다. 나를 벌써 잊은 건가 싶었다. 복수를 하고 싶었다.
 
아내의 새로운 아이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어렸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중학교 1학년으로 입학했다. 아이가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얄미웠다.
 
나는 공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다. 선생님들이 나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아내의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대한 티가 나지 않게 괴롭혔다. 내 친구인척 뒤통수를 후려갈겼고 벙쩌있는 그 아이에게 웃으며 내 친구와 착각했다고 사과했다.
 
너무 통쾌했다. 괴롭힘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고 그 아이는 눈치 챘는지 부모님께 말했다. 그 아이의 엄마, 곧 나의 전생의 아내와 내가 마주했다.
 
점잖게 나에게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내 아내의 눈가에 주름이 많이 생겼다.
 
남편을 잘 만났는지 명품가방을 들고 나왔고 외제차를 끌고 나왔다. 내가 장사가 잘되면 사주겠다고 했던 그 외제차다.
 
나는 시험해보고 싶었다. 나를 기억하는지...
 
나는 전생의 아내에게 말했다.
 
쌀국수 먹으러 갈까?”
 
전생의 아내는 쌀국수라면 환장을 했다. 내 말투를 기억했을까 동공이 흔들린다.
 
이내 마음을 잡았는지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나에게 묻는다.
 
뭐라고 했니?”
 
분명히 잘 듣고서 못 들은 척 되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앞으로 그 아이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제 당신을 괴롭힐 거니까.
 
전생의 아내는 자주 마주쳤다. 마주칠 때 마다 전생에서 내가 했던 행동들을 그녀에게 보이곤 했다.
 
그때마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마음을 잡는 모습이 느껴졌다.
 
내가 환생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을 거니까.
 
그러던 어느 날 처음보지만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 사람은 나만 따라다니는 듯 했고 나만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하려 했지만 도저히 기억나질 않는다.
 
그 사람을 피해 다녔지만 항상 보였다.
 
나를 감시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 달 가량 지나 그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기억해냈지?”
 
기억해 내다니? 내가 환생한 것을 귀신이 들어갔다고 하려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중학교 때부터 현생의 부모님 덕에 그런 분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저는 환생했습니다. 귀신 아니고요 환생했는데 전생의 기억이 납니다. 돌아가세요.”
 
이렇게 말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그 사람이 나의 목덜미를 잡았다.
 
잡귀 주제에 어디서 환생타령이야! 지옥으로 꺼져!!”
 
아 놓으세요! 신고할 겁니다!!!”
 
신고하려면 해봐라 잡귀야 니가 아직 환생한 것 같아 보이느냐?”
 
그 순간 내 현생의 몸이 앞에 쓰러져있고 나는 몸 밖으로 나왔음을 깨달았다.
 
그럼 나는 누군가? 정말 환생이 아니라 잡귀였던 거야? 내가 잡귀라고??????
 
내가.... 잡귀.... 라고.... ? 내가 왜????
 
일단 도망가보고 다시 환생해야겠다.
 
이제야 기억났다.
 
내가 저 아이의 몸에 들어갔던 순간을...
 
그리고 아내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그 분노가 떠올랐다...
출처 내맘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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