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목, 우리
내가 나에게
네가 나에게
무엇으로 반듯시 불리워야만
우리가 되는 줄 그리 알아도
너는 너로서
나는 이만치에 나로
넉넉히 있는 지금이 좋아
언제부턴가
무엇이라는 이름 불리우면서
너는 나에게서
나는 너에게서
더 이상의 무엇이 되지 못하고
네가 거기서
내가 여기서
민민한 웃음으로 바라볼 그 때
우린 비로소 우리로 남아 있음을
구광본, 서른 해
처음부터 그대를 알아본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대를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물 빠진 뻘밭에서 갯흙을 일으키며 헤매던 지난 여름
무언가가 기어간 흔적에 한나절 따라가다 가뭇없이 눈
들자 바다 너머 하늘에 가 닿아 있던 온몸으로 간 흔적
그 한 평생의 궤적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대여, 더 멀리 떠나가세요
아득할수록 깊게 꽃 핍니다
서른 해 이끌고 온 지친 몸 남루한 한낮
그대를 다시 찾아갑니다
한 눈에 알아보았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한 눈에 사랑하였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원태연, 욕심
비 맞고 네가 걷고 있으면
우산이 되어줄게
옷이 젖어 떨고 있으면
따뜻한 커피가 되어 줄게
커피 마시다 허전해지면
분위기 있는 음악이 되어줄게
음악 듣다 뭉클해지면
눈물이 되어줄게
울다가 누군가 그리워지면
전화가 되어줄게
그대신 있잖아
꼭
우리집에 걸어야 돼
이용채, 멀리 있는 사람이 가슴으로 더욱 가깝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멀리 두고 지켜보아야 하는
내 사랑하는 사람
그가 아름다운 건
나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그가 주었기 때문이요
그는 스스로 아름다움을 꽃으로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어 가슴으로 더욱 가까운 사람
진실한 아름다움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더욱 사랑스런 그 사람
아름다운 가슴으로 본 아름다움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것
그러기에 아직도 나는 그가 그립다
노여심,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놓기만 해도 좋다
차를 타고
그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나의 가슴엔 늘
우리들의 이야기가 살아있고
그는 그의 마을에서
나는 나의 마을에서
조용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쩌다 우연한 곳에서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날마다 만났던 것처럼
가벼운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악수를 쉽게도 해야겠지만
좋은 사람을
가슴에 담아놓은 것만으로도
우리들 마음은 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