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친구랑 쇼핑몰 탐방을 하고 왔는데 말이죠.
정말 말도 안 되게 귀여운? 깜찍한? 당돌한? 꼬맹이를 하나 만나서 썰을 풀고자 합니다.
저희가 한 3시간 가량 몰을 구석구석 돌았을 때인데,
실내에서 계속 돌아다녀서 그런가 목이 마르더라고요.
그래서 푸드코트 쪽으로 가서 친구는 페퍼민트 차, 저는 레몬에이드 시켜서 앉아가지고 수다 떨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반삭 시원하게 한 꼬맹이랑 한 5-60대로 보이는 젊은 할머니 한 분이 앉으셨어요.
근데 애기가 남자앤데 이쁨.
나홀로 집에 나오는 케빈 있죠. 케빈을 좀 더 작게 줄여놓은 것 같이 생겼어요. 쌍꺼풀 이쁘고.
얘도 지가 이쁜 거 자기도 아는지 굉장히 당당하게 다리 쭉 펴고 앉아서 가만히 있는데,
친구가 애기 좋아하는 친구라 보고 귀여워서 미치려고 그러더라고요.
이 애기가 그래도 좀 날리는 애기인지, 의자에 걸터앉아서는 다리 덜렁덜렁 하는 게 심상치 않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랑 제 친구는 변태처럼(...)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엄마 미소를...
저희가 그렇게 좀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으려니까 얘도 시선을 느꼈는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면서
"나 여기 밥 먹으러 옴 ㅇㅇ"
이러는데 그 폼이 너무 시크해서 저희는 당황. 저보다 빨리 정신차린 친구가 곧 5959하면서 그래쪄여? 애기 며쨜?
이랬더니 애기가 매우 쿨하게
"나 다섯살(손 쫙 펴 보여주며) 오늘 유치원 없어서 놈 ㅇㅇ 그래서 할매랑 밥 먹으러 왔음"
하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제스쳐랑 말투가 엄청 강단져서 반할 뻔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걸 신고당할까봐 꾹 참고
유치원 쉰다고? 토요일인데도 원래 유치원 가야 해?(참고로 한국 아닙니다 직장이든 어디든 주 5일제가 당연시 되는 곳이라) 하고 물으니까
"응 가야 해! 가서 놀아. 많이."
이러고 대답도 잘 하더라고요. 친구는 그 와중에 또 애기 얼굴 정면으로 마주보고 심장 폭행당해서 죽을 지경ㅋㅋㅋㅋㅋㅋㅋ
눈이 초록색이야! 이뻐! 눈! 하고 파닥거리는 걸 조용히 시키느라 혼났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렇게 도란도란 얘기 나누다가 애기도 조용해져서 저희도 본격 저희 수다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애기가 또 뭐라고 저희한테 그러길래 시선집중 해줬더니 폰을 보여주면서
"나 이거 해! 이거 완전 재밌음"
하는데 Plants vs. Zombies 더라고욬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올 재밌겠네! 이랬더니 애기가
"이거 무슨 게임인지 알어?"
이래서 알지 그럼 Plants vs. Zombies 잖아. 했더니 옹, 하면서 누님 뭘 좀 아시네 이런 표정으로 절 바라보더이다.
친구는 게임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라 어 너 알아? 올~ 이러길래 좀 어깨 으쓱해진 건 안 비밀.
여기까지 했으면 그냥 오늘 귀여운 애 하나 봤구나, 이럴 텐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가 예뻐요. 좀 마이 예쁨. 키 크고 쭉쭉빵빵이라는 말이 정말 무색치 않을 정도로 이쁜 친구인데,
이걸 눈치 챈 건 저뿐만이 아니었는지, 이 깜찍한 꼬마가 엄청 들이대더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한테 완전히 밀착해서 앉는데 순간 친구도 당황 저도 당황. 친구가 같이 일본어 듣는 친구라
'저기 좀 많이 가까운듯?' 하고 일어로 헬프를 요청했는데 그 상황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어야지 말이죸ㅋㅋㅋㅋㅋㅋㅋㅋ
애기는 그 와중에 겁나 당당하게 '자 그래서 누나 어디서 왔다고?' 이런 질문이나 하고 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푸드코트 옆자리 인연으로 만난 꼬마가 걷잡을 수 없이 진도를 빼고 있을 때쯤
밥 사러 가셨던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메뉴는 피자. 밥 보자마자 딱 돌아서는데 친구 좀 배신감 느낀 표정이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진짜 잘 먹어요. 언제 들러붙었냐는 듯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피자를 뜯는데 피자 먹는 모습조차 호방함ㅋㅋㅋㅋㅋㅋ
먹다가 또 씩 웃으면서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하는데 좀 심쿵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 먹고 나니까 또 기운이 막 펄펄 나는지 여기 저기 기어 올라가고 빨빨대다가 할머니한테 혼나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몇 번 혼나니까 얘가 또 말도 안 들어요. 그냥 계속 하고 있음. 그랬더니 할머니가 화도 안 내고 그냥 은근하게
"너 그러면 맥도날드 없다"
이러니까 바로 쪼르르 와서 안겨서는 애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뉘집 자식인지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가 이러니까 할머니가 저희 쪽을 보면서 "내 딸이 요놈 같은 아들만 둘 있는데 아주 미치려고 한다우" 이러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역시 제일인 것 같다고 밸런스가 최고라 하시몈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자연스럽게 할머니랑 가족 관계 얘기랑 하키 얘기 같은 시덥지 않은 잡담을 하게 됐는데
그 와중에 관심을 뺏긴 게 뭔가 억울했는지 이번에는 애기가 스트립쇼(!)를 하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그 전에 할머니가 너 뭐하는 거냐며 잡긴 했는데, 알고 보니 하키 얘기 나왔을 때 그 얘기 듣고
자기 스웨터 아래 입은 하키팀 이름 박힌 셔츠 보여주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보여주고 나서 만족해서는 '멋있지, 나 이거 말고 다른 팀 거 하나 더 있어' 이러는뎈ㅋㅋㅋㅋㅋ제 광대 승천할뻔ㅋㅋㅋㅋㅋㅋ
뭔가 엄청 장황했네요. 아무튼 참 될성부를 떡잎이 보이는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후 뭐에 홀린 듯이 나이 스물 둘 먹고 디즈니 샵에 가서 스티치를 지름.
금발의 이쁜 점원 언니가 봉투에 넣어주면서 '마법같은 저녁 되세요' 해서 햄보켔습니다
결론은 스티치 짱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