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생각해요.
할머니만 없어도 우리 가족들, 그리고 할머니의 자식들
이 모든 사람이 큰 걱정 하나 덜 거라고.
저는 할머니가 싫어요.
할머니가 나한테 잘해주는 척 할 때는 내가 무언가를 잘할 때 뿐이었어요.
마음이 착해서가 아니라, 심성이 고와서가 아니라
내가 좋은 학교에 가고, 내가 어떤 스펙을 땄을 때.
내가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저를 자랑거리로 곁에 붙이고 돌아다녔지만
저는 이때까지 할머니의 장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할머니가 나한테 해준거 하나도 없잖아요.
근데 나한테만 해준거 없으면 그래도 참겠어요.
할머니, 자식인 아빠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항상 아빠보다 돈이 많았던 할머니는 우리한테 큰돈 드는거 하나도 해준적 없으면서
작은아빠한테는 사업을 말아먹어도, 당장 이사를 가야해도, 차를 사도 전부 해줬잖아요.
아빠도 할머니 자식이예요.
이때까지 외국 한번 못 가보고 여권도 없는 아빠가 나는 너무 불쌍한데
할머니는 아닌가봐요.
아, 젊은 시절에 싱가포르고 태국이고 열심히 돌아다니신 할머니는 그게 불쌍하다는 것도 모르시나요?
스스로가 악마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느낄때마다 죽어버리고 싶어요.
근데 할머니 죽기 전엔 안죽을거예요.
그 짧은 해방감이라도 느껴보고 싶거든요.
할머니 고마워요.
저는 오늘도 악마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