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놓고 말해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집이 잘사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하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고2 어느날엔가 갑자기 명문대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랬어요 어느날 문뜩
그래서 그날부터의 기억은 숨만 쉬고 공부했던 것만 있습니다
1년 반을, 그안에 기억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공부밖에 안떠올라요
친구들과 얘기했던 모든 것들, 사소한 일상,
하나라도 기억이 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으련만
공부하는 기계로 살았던 기간이었던 것 같네요
수능이 끝나고, 그렇게 가고싶었던 저의 '꿈의 대학'에 합격했죠
좋았습니다, 왜 노력했는지가 어땠건간에, 그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니까요
저랑 같은 대학에 온 학생들중엔 한달에 2,300씩 사교육비를 퍼부어가면 온 학생들도 있는 반면
저는 인강비 약간?과 독서실+책값 외엔 경제적 지원을 받지않고 스스로 독하게 이뤄냈으니까요
참 뿌듯했어요, 니들은 돈퍼부어가며 했지, 나는 내가 독하게 맘먹어서 이만큼 했다
이런 으쓱함? 그 으쓱함으로 날 추켜세워왔어요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 으쓱함의 연속이었습니다
학점이 잘나왔어요, 장학금을 받아요, 등록금도 깎아서 내게 만들었어요! 내가! 내힘으로!
니들이랑 똑같이 놀고 다니는데! 난 학점도 잘따! 성적 장학금도 탔어!
과외해서 용돈도 벌어! 어때? 나 대단하지?
떠벌이고 다니진 않았지만 속으로 남들을 약간은 깔보며,
그래 니들 근성은 그것밖에 안되는구나, 난 이렇게 독하게 열심히 사는데
그랬네요
저비용 고효율로 명문대에 왔고, 여기 와서도 성적 잘받아 장학금 드리고
군대에 다녀온 학기 이후로도 학점은 여전히 상위권
그게 다에요
뭐죠 이게?
쓰고나니 정말 할말이 없네요 더이상은
방학! 무언가 해야해! 자격증도 따고, 친구들도 만나고!
왜냐면 난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니까!
왜 취직해야돼? 살아야되니까! 먹고 살려면 돈을 벌어야지!
글쎄요
저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 저만의 철학 이런거 나름 많이 쌓아왔다고 생각하지만요
결국 저의 24시간 중에 자는시간 빼고 2/3이상 할애할 저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견고한 합리화로 다져진 쓸데없는 모래성?
파도가 넘실거리면 금방 무너져버릴?
앞으로 버텨나갈수 있을까요?
꿈, 물론 있습니다
직업적인 측면, 아니에요, 돈? 명예? 이런것도 아니구요
그냥 아쉽지 않을만큼 벌어 친구들 만나서 좋은 아내와 함께 도란도란 행복하게 사는게 꿈이에요
그런데 이것도 진정한 제 꿈이 맞을까요?
다들 에이, 돈, 명예, 이런거 다 쓸데 없더라
그냥 잘사는게 최고야! 야 행복 별거없어! 저런게 진짜 행복이지!
이말에 휩쓸려서, 저만의 행복이 아니라, 남들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행복
그걸 택한건 아닐지
쓰다보니까 참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되버렸는데
그냥
지쳐갑니다 이제
왜 자꾸 아직 오지도 않을 내일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건지
지금 타이핑을 하고 있는 이 손의 흐름에 맞춰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약간은 업된 기분의 흐름에 맞춰
그렇게 그렇게 사는게 정말 좋은데
왜 자꾸 앞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지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