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는 게 맞을까요?
친모의 경우 묻지마 범죄에 의해 피의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임신을 하게 됐습니다.
피해를 입었을 당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도 버겁고,
누군가에게 밝힌다는 것은 더 더욱이 두렵고 힘들어서 숨기기에만 급급했던지라 신고는 커녕 낙태도 생각도 못하고 어찌어찌 아이를 낳긴 낳았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래도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어쩌겠나 싶어 키워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아이를 품에 안으면 안을 수록 그 날의 고통이 자꾸 떠오릅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 한다는데, 열 달을 품은 내 새끼지만 오물거리는 입이며, 꼼지락거리는 손가락, 발가락이 괴물의 움직임으로만 보이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날의 일이 아이 얼굴에 겹쳐올 때는 안고 있는 아이를 냅다 집어 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 굉장히 괴로웠습니다.
꽃 같은 나이에 내 인생이 막장에 다다른 것 같은 것도 이 아이 탓이고, 심지어 그 날 그런 일을 당한 것도 모두 이 아이 탓만 같고,
무엇보다 커 가면서 아이의 얼굴에 나타날 강간범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도 없습니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은 친모는 결국 반 년이 채 안 되어 아이를 시설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뒤, 친모 눈에 낯선 사람이 "자신은 수십 년 전 당신이 버린 아이"라며 나타났습니다.
친모는 그 후 새로운 가정을 꾸려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상태구요.
현재 남편과 사이에 둔 어린 자녀들이야 모르지만 남편이나 시댁의 경우 혼담이 오갈 당시 친모의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되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뤘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시가 쪽에서 친모의 입장을 십분 이해 해주어 잘 넘어갔구요. 아이의 입양 사실까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이룬 행복하다면 행복한 생활 중에, 잊고 싶었던 과거의 지울 수 없는 증거물이 눈 앞에 나타난거죠.
아직도 잠이 들면 그 날의 일이 눈 앞에 펼쳐지는 악몽에 잠이 깨기만 수천 수만 번인데,
차라리 더 나이가 들어 세상 이치에 달관 했을 지긋한 나이에 일어났으면 하고 바랐는데, 생각지도 못한 지금 이 시점에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태어나게 된 것인지 모르는 그 아이 입장에서는 친모가 그저 새 인생 살자고 제 자식을 버린 비정한 부모에 불과할테지만,
친모는 "자신은 당신이 버렸던 아이"라는 말을 그 사람 입에서 듣는 순간 30여 년의 세월이 모두 무너지고,
그 날의 기억과 고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만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무슨 죄인가 싶다가도 손이 벌벌 떨려오고,
나에게서 버려져 짧지 않은 세월 힘들게 살아왔을 그 아이가 불쌍하다가도
미묘하게 나와 다른 이목구비가 행여나 그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이내 공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아이 입에서 터져 나오는 원망 섞인 울음을 감내 하자니 원치 않았던 아이로 인해 삶이 망가진 친모도 억울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너는 강간에 의해 태어난 아이'라는 사실을 밝히자니 이는 그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리라는 것이 자명하구요.
이런 상황에서 친모는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