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정부가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도 트리폴리 일대에 모인 시위대에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리비아 보안군의 극단적인 강경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강경하게 나올수록 이에 반감을 가진 군과 정부 인사들의 정권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카다피 정권의 무자비한 성향과 국제정세로 볼 때 리비아 시위가 이집트와 튀니지와는 달리 극단적인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력 진압으로 사상자 속출=시위대의 일원인 아델 모하메드 살레는 22일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무차별적으로 여기저기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 서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20분마다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폭격이 진행 중이냐’는 방송사의 질문에 “그렇다. 계속 떨어진다.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총을 쏜다”고 말했다. 시위대원 알와르팔리는 로이터통신에 “군용기가 트리폴리에 모인 시위대를 폭격하고 있다. 시민들은 겁에 질려 있다. 유엔은 어디 있고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또 어디 있는가”라고 물었다.
무장한 친정부 세력의 강경진압에도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20일 밤 수도 트리폴리 등 11개 도시에서 이튿날 새벽까지 시위했다. 목격자들은 무장한 아프리카 용병을 태운 헬리콥터가 착륙해 거리의 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CNN은 리비아 정부가 시위대에 발포를 거부한 군인 6명을 살해했고, 그들의 처참한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으로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전쟁범죄국제연대(ICAWC)는 최근 리비아 곳곳에서 이어진 소요사태로 519명이 사망하고, 3980명이 부상했으며, 실종자가 1500명에 달한다고 21일 밝혔다.
◇시위대 주요 거점 장악, 군·정부 인사 이탈=시위대가 제2의 도시 벵가지를 비롯해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 미스라타, 알자위야 등 8∼9개 도시를 장악했다고 AP가 보도했다. 군부와 상당수 정부 인사들도 카다피에 등을 돌리고 있어 카다피의 장악력은 현저히 약해지는 상황이다.
유 엔본부와 미국·인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지에 주재하는 리비아 대사와 외교관들도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에 나선 카다피에 잇따라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인 알리 아드잘리는 21일 영국 BBC방송에 “전투기가 시위대에 발포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부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대사관은 22일 성명을 내고 카다피 정권의 시위대 진압을 강력 규탄했다.
군부의 진압 명령에 불응한 리비아 전투기 2대가 21일 지중해의 섬 국가 몰타에 비상착륙했으며, 조종사 4명은 몰타에 망명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