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평소 새벽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기를 좋아했던 나는 일찌감치 옛날부터 이 신문배달을 내 아르바이트로 점찍어 놓고 있었다. 방학이 시작하자말자 동네 한 구석에 있는 신문사로부터 배달부 자리를 땄게 되었고, 시작 한지 이제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 초여름의 새벽공기는 예상외로 달콤했고, 그걸 보아 내 결정은 참으로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아, 후아.”
내가 배달하는 신문은 대략 300여 부. 한명의 배달부가 돌리기에는 조금 많은 수가 아닐 까 생각하지만, 그만큼 나에게는 시간이 있었다. 뭐, 방학 한 대학생에게 시간을 빼면 무엇이 남겠느냐는 말이다.
“다음은… 드디어 1007호.”
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배달을 하는데, 일반 가정집을 돌리는 것보다는 아파트가 훨씬 수 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냥 신문을 넉넉하게 한 아름 안고, 일단 아파트의 최고층으로 올 라간다. 그리고 한 층씩 내려오면서 구역에 맞게 신문을 넣어주면 만사 오케이인 것이다. 이제 신문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1007호를 중심으로 신문 구독율이 현저히 떨 어지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
드디어 찰그럭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1007호의 신문 투입구가 닫혔다. 그 소리에 보람찬 기분을 느끼며 나는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03:46……. 오늘은 예상외로 일찍 일을 끝마칠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더욱 힘이 나는 것을 느끼며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에 힘을 담았다. 그때였다.
“어?”
휘익.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와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어,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깥을 볼 수밖에 없었다. 소리와 함께 뭔가가 번개처럼 떨어졌다. 뭐지? 뭐지? 뭐…….
“무, 뭐, 어?”
얼굴에 물방울 같은 게 튀겼다. 입가에도 튀겼는지 찝지름한 맛이 났다. 난 두 눈을 부릅 뜰 수 밖에 없었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안고 있던 신문들은 이미 땅에 떨군지 오래였다. 다리에 힘이 빠져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아, 아아,”
혀가 굳었는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어릴 적 가위에 눌렸던 것처럼…… 눈에서는 자꾸 눈물이 났다. 이상했다. 이상하게 눈물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