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연기가 눈앞을 가린다,
자신의 입에 물려있는 이 기다란 막대는, 과연 내가 원하고. 피우고 싶어서 정말로 조금씩 타들어가는걸까, 아니면 내가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을 살리지 못해 그 죄책감과 현실도피로 조금씩 태워가는걸까. 역한 냄새와 뿌연 연기가 자신의 시야, 코, 목구멍 안까지 가득 채워서야 담배는 필터 앞까지 타기 시작했고. 능숙하다는듯이 담배를 입에서 떼어내 신고있던 하이힐로 짓밟는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 니시키노 선생님- ' 이라는 딱딱한 호칭, 아니. 여태까지 내가 너무 헤이해져있는거였지. 원래 내가 걸어가야할 길. 그리고 가둬져 있어야할 틀은 바로 이곳, ' 니시키노 가의 병원 ' 이였으니까, 언제까지나 오토노키자카 고교에 머물수는 없었다. 그렇게. 니시키노 마키는 조금씩. 피우다 버린 담배처럼 타들어가고 있었다.
" 슬슬 들어갈까. "
손목에 달고있었던 조그마한 시계의 큰 초침이 8시임을 알렸다. 담배연기가 살짝 깃들어있는 의사 가운의 냄새를 살짝 맡더니, 또 빨아야겠네. 중얼거리고는 저만치 위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크게 차오른 보름달이 밤인것도 무색하게 밝게 비추고 있었고. 그렇게 보이는것에 과연 저 달이 나일까. 라고 투영하기 시작했다. 아니. 나일리 없잖아. 나는그저. 조금씩 꽃피어가는 자기혐오를 목뒤로 겨우 넘긴채 고등학교때의 추억을 생각했다.
뮤즈.
자신이 작곡가로서 행복했던 시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이 모든건 거짓말같이 고교를 졸업한뒤에는 반강제적으로 끊겼다. 어딘가에 갇혀서 살아가는 지금은 정말로 지루하다라고 말하고싶을정도로 안일해졌다. 누가보면 배부른 걱정이라 할게 뻔하지만. 니시키노 마키는. ' 니시키노 가의 유능한 여자 의사 ' 가 아닌. 그저 진정한 ' 니시키노 마키 ' 로 사람들에게 보이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