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의 게임방은 무척이나 여유롭다. 학생들도 오지 않는 시간이고, 많은 사람들이 꿈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시간이기도 하기에 여기 있는 이들은 뼛속까지 게이머들이다.
내 옆옆자리에 남녀가 앉는다. 내심 기뻤다. 여자들은 모르겠지만 남자 소변기에는 불문율이 있다. 다섯칸 기준으로 15324. 모르겠으면 주위 남자들에게 물어보면 알려줄거다. 아무튼 이 15324법칙에 따라서 내 옆자리는 제법 오랜시간 공석을 유지할 터였다.
한참을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허우적댈때, 사건은 일어났다. 계집이 사내에게 앙탈을 부린다. "오빠! 이게 무슨냄새야!" "글쎄..." 순간 군시절 유격훈련 생각이 났다. 피티 팔번도 힘들고 아침 뜀걸음도 힘들었지.. 하지만 날 가장 괴롭혔던건 화생방훈련이었다. 잠시 방심하면 온몸의 수분을 짜내는 무시무시한 안개... 그것이 이곳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순간 치미는 욕지기를 참으며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동그라미 네개가 날 기다린다. 난 두개밖에 없는데.. "난 아냐" "나도 아냐!" 동그라미좀 지워줄래 연놈들아. 지금도 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게 맹세컨데 내 항문은 개방된적이 없다. 내가 아닌건 확실하건만, 증명할 방도는 없으니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다. "아 총도 안맞잖아! 머리아파" "어휴 심하다 진짜" 둘의 연기는 완벽했다. 이미 연놈들의 머릿속에는 '어휴 옆옆자리 똥쟁이새끼' '걸리면 어떡하지' 두가지 생각이 각각 돌고있을터였다. 일단 대사만으로는 난 똥쟁이였고.
예전부터 정신적인 압박이 심해지면 화장실이 가고싶어졌다. 하지만 갈수가 없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난 진짜 똥쟁이가 되는 것이다.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 내돈주고 앉은 게임방 자리가 감옥이 되다니. 이곳은 어떤 감옥보다 잔혹한 곳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분노의 감정이 일었다. 이자식들, 이왕 이렇게 된거 분노의 방귀폭탄을 먹여줘 버릴까. 다수의 행복을 위해 개방시키진 않았지만 내 개인 격납고에는 대포동 3호까지 발사 가능한 양이 저장되어 있었다. 똥바다를 만들고는 싶었지마는 이전의 오해가 진실이 될까 두려웠다.
잠시후 연놈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틱틱대는 계집을 따라가다 사내가 빙글 돌더니 깔짝 목례를 하고 떠난다. 그랬다. 사내놈은 범인을 알고있다. 왼쪽에서 나는 냄새인지 오른쪽에서 나는 냄새인지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나는 냄새인지 판별 가능한 녀석이었다. 멀어지는 녀석을 바라본다. 허탈감일까. 개인 격납고가 열렸다. 이자식들, 내 똥폭탄을 받아라.
두번째 폭탄의 주인마저 견디지 못하고 떠난 자리에는 전쟁의 탄연만이 남아 떠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