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개는 사람보다 사랑에 충실하다는것을 알려준 옛 검은 개 썰
게시물ID : animal_982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쿼트
추천 : 9
조회수 : 61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05 02:56:13
새벽에 할짓도 없고 심심하기도 하니 썰을 풀어봅니다.
 
 
옛날 제 아빠가 개를 한마리를 주워오셨습니다.
아직 새끼였던개를 근처 병원 사람들이 발로 차는것을 보고 주워오셨다는겁니다.
개 이름은 제가 직접 '깡순이'(7살의 네이밍 센스란...)로 지어주었고 그렇게 아무런 탈없이 2년이 흐릅니다.
 
어느 날 거제에는 매우 드물게 오던 눈내리던 그날 초등학교에 다녀온 저에게 엄마가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깡순이 새끼 낳았다!"
새끼낳는것을 생각도 못했던 저는 놀라서 계단 한구석에 있는 개집을 쳐다보았습니다.
날이 춥다보니 아빠가 개집 입구는 비닐? 비슷한 걸로 막아놓고 안에는 안 쓰는 저희 누나와 저의 옷(점퍼)등을 넣어 놓았습니다.
그 위에서 저희 개 밑에 젖을 물고있는 새끼의 모습이란... 아직도 기억에 남는 귀여움입니다.
근데 어미개(깡순이)너머에 하얀 다른 새끼개들과의 모습과는 다르게 검은 새끼개가 한마리 보였는데 꿈쩍도 하지않았습니다.
보온을 위해 방안을 취했어도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새끼한테는 견디기에는 역시 무리였습니다.
 
아빠는 새끼를 조심스레 들어다가 검은 비닐에 싸서 다음 날 땅에 묻기로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끼의 시체가 든 검은 비닐이 있던 자리로 가니 비닐은 어디가고 그저 휑한 땅바닥만 보였습니다.
찾다 찾다 발견한것은 웬 보지도 못한 검은 잡종개가 눈에 익는 검은 비닐을 입에 문채 서있었습니다.
다가가자 작은 소리로 으르렁 거리더군요.
주위를 경계하면서 뒷밭으로가더니 봉지를 이빨로 뜯어 해쳤습니다. 그리고는 이미 죽어서 싸늘한 검은 새끼개를 핱았습니다.
아빠가 말하더군요.
"저 개가 깡순이의 남편인가보다."
그렇게 몇 시간을 핱아대고 새끼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습니다.
새끼는 누나와 저 그리고 아버지가 뒷산 무덤 지역을 들어가는 입구에 묻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몇일 뒤 저희 가게앞에는 그 검은 개가 나타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주변에 회사 사람이 지나가도 으르렁대었죠.
몸집은 일반 잡종개처럼 작아도 성격은 야수와 비슷했습니다.
아빠는 굶고 있던 검은 개한테 먹이를 주었습니다.
처음 저희를 경계하던 그 개는 약 3달쯤 지나자 저희 가족에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으르렁댔고요.
이번에는 아빠가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깜상"이라고 붙였으나 엄마와 누나는 "부자 네이밍 센스하고는..."라면서
둘은 깜둥이로 불렀습니다.
 
검은 개는 매우 드문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면 몇 시간동안 그 건물앞에 우둑커니 앉아있었고
제가 학교를 갈때도 따라다녔죠.(몇 시간 거리)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아빠는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고 엄마와 저 그리고 누나는 바람을 쐬러 문화예술회관 옥상에 올라가 야경을 보고있었습니다.
아주 먼 거리지만 예술회관 정면이 노래방이기 때문에 저 멀리 검은 개가 보였습니다.
저희가 설마하면서
"깜상!"이라고 부르자
앉아있던 검은 개가 번뜩 일어나더니니 노래방과 문화예술회관 중앙에 위치한 도로를 지나쳐 미친듯이 달려왔습니다.
문화예술회관의 옥상이 아마... 5층 됬을것입니다. 1층에서 4층까지 직행으로 연결된 계단만 해도 어마어마한 갯수죠.
3분후 저 멀리서 검은 개가 보였습니다. 역시 계단은 무리였고 먼 길을 둘러와서 온것입니다.
어떻게 그 먼거리를 단 3분만에 뛰어왔는지는 저희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기억하는것은 그 때 깜상이 평소와는 다르게 2배로 빠르게 헥헥댔다는것이지요.
 
몇년 후 깡순이가 죽었습니다. 저희가 명절에 할머니댁으로 간 3일 사이 차에 치여 죽은것입니다.
아마 제 현재까지 제 인생에서 슬픈 날중 하나일것입니다.
깡순이가 죽자 깜상이 사라졌습니다.
평소에 보이던 가게 마루 옆은 휑합니다.
이번에도 저희 아버지는 깡순이의 시체를 검은 비닐에 싸서 산에 묻어주기로 합니다. 새끼 옆에다..
그리고 또 검은 비닐은 사라졌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미 범인이 누군지 다 알았습니다. 깜상이지요.
깜상을 발견한 장소는 그때와 똑같이 뒷밭이였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검은 비닐을 이빨로 풀어헤치지않고 그대로 나두었죠.
그리고 자신은 죽은 자신의 아내의 시체가 담긴 검은 비닐옆에 앉아있었습니다.
아빠가 다가가자 처음 만났을 때처럼 으르렁대었습니다. 그러더니 새끼때와 똑같이 지긋이 봉투를 바라보다가 봉투를 물어 저희 앞에 내두고
자신은 산쪽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깡순이를 새끼가 묻힌 곳 바로 옆에 묻어두고난 뒤에도
깜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밥 그릇에도 사료는 여전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그냥 떠났버렸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 옥상에 왠 토 자국이 보였습니다.
토 자국안에는 생선 뼈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토 자국은 옥상에서 뒷산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자국이 끝나는 곳은 저희가 새끼와 깡순이를 묻어둔곳에 끝이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깜상이 쓰러져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땅은 약간 파져있었고요.
아빠말로는 병원의 환자들이 약을 타서 죽였다고하더군요. 워낙 질 나쁜 환자(늙으신분들)들이 있다하니..
저희는 땅을 대신 파주어서 얼마 전 묻힌 자신의 아내옆에 묻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은 개라는 동물은 사람보다 사랑만이 아닌 감정에 매우 충실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할아버지 산소를 갈때 지나치는 개들의 무덤을 보며 생각합니다.
'세상에 얼마없는 매우 충직하고 부성애와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을 지닌 개'였다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