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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에서 제일 답답한 점
게시물ID : sisa_98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간서치
추천 : 10
조회수 : 1737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1/02/26 11:24:17
 사실 노무현 좋아하는 사람들 많은 거.. 그건 뭐 그렇게 답답하지가 않습니다.. 뭐 이명박이든 노무현이든 좋아할 수도 있는 거죠.. 성향이야 이해합니다. 

 근데 저를 답답하게 하는 건 사람들의 수준낮음입니다. 고등교육까지 다 마친 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는 게 없어서 그러는지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러는지 몰라도.. 어떻게 된 게 사람들이 좋다/나쁘다 밖에 모릅니다. 그러니까 맨날 노무현이 좋네 이명박이 좋네로 싸우죠.

 예를 들어서 기독교, 여성, 이명박, 뉴라이트, 일본 등등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비판적 게시물이 올라오면 리플은 둘 중에 하나로 나뉩니다. 같이 까거나 반대를 하거나.. 근데 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이러이러한 면을 생각해 보자.. 또 저 비판 기준은 올바른가를 따져보자.. 그리고 저렇게 된 원인은 저것만이 아니라 이런 것도 있는 거 아니냐..' 

 근데 이렇게 말하면 열에 일곱여덟 정도의 반응은 "그래서 지금 쉴드 치는 거냐?"라든가 "물타기하지 마라"입니다. 세상 모든 일을 이 쪽 편 아니면 저 쪽 편으로밖에 생각을 못 합니다. 그렇지 않은 의견은 반드시 어느 한 쪽 편으로 몰아넣어야 직성이 풀리죠. 그러니까 중립은 악이라는 말이 아무 의심없이 그렇게 잘 먹히는 거겠죠. 그 말 주로 쓰시는 분이 저보고 중립의 편을 든다고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그게 저런 사고방식에 바탕을 두고 나온 말이죠. 

 제가 하고 싶은 건 편가르기해서 어느 쪽이 옳다고 판정 내리는 게 아닙니다. 제 말은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주장해서 회색적인 사고를 해 보자는 게 아니에요. 제게 '어느 것이 더 옳다/그르다'보다 중요한 건 그걸 통해 어떤 것을 알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표면에 드러난 사건이나 현상을 통해서 그 안에 내재돼 있는 여러 가지 면을 생각해 보는 게 더 필요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시도하면 답답하게도 그걸 못 알아들어요. 제 어설프고 서투른 현상 분석 내용을 비판하는 건 상관없지만 문제는 그게 분석인지 뭔지조차 인식 못하는 사람들의 지적 수준입니다. '어느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따위의 전제를 앞에 써주지 않으면 이해를 못해요.. 
 직접 보여드릴게요 제가 이 글을 쓸지 말지 어제 오늘 고민했는데 쓸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어준 댓글입니다.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98314&page=1&keyfield=&keyword=&sb= 

 전 성향을 떠나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씩은 가지고 있다고 믿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반응을 볼 때면 초등학생 조카 앉혀놓고 얘기하는 것마냥 답답합니다. 어린 애들은 세상 일의 복잡함을 모릅니다. 만약에 성범죄자가 뉴스에 나오면 초딩들은 '엄마 저거 나쁜 아저씨 맞지?'라고 하면서 좋다/나쁘다만 구분할 줄 알지 다른 건 생각을 못 해요. 제가 보기에 여기 계신 많은 어른 분들도 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정규교육과정에 대학까지 마쳤지만(혹은 다니고 있지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하나 제대로 기르지 못한 분들이라는 거죠.. 

아, 그리고 이런 글에 반드시 있을 법한 '저도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따위의 겸손은 생략할게요.. 그건 말하나마나 한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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