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만나고 싸운다
싸우다 골이 깊어지면 주위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주위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다가오곤 한다.
남자든 여자든, 지인들은 보통 덮어놓고 자기 쪽의 편을 들어주곤 한다.
문제는, 그 지인이 양쪽을 다 알고 있을때다.
한쪽이 바람을 핀다거나, 하는 극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울음을 터트린 여자의 이야기만 들으려고 한다.
남자가 여자 때문에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반쯤 미쳐버렸다는 사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까지의 과정은 철저히 무시당한다.
사람들에게 중요한것은, 여자가 사람들 앞에서 너무 힘들다며 울음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그 지인들은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화가 난 남자를 진정시키겠다고 한참 설교를 늘어놓는다.
남자는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한 적이 없다. 혼자 해결하고 싶었을 뿐이다.
남자는 지인들이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것에 대해 힐난 할 생각도 없다. 여자의 이야기라도 들어주니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왈가왈부를 하고 싶다면 양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자기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한건 여자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나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들어주느라 지쳤다며 "둘이 알아서 해 난 몰라" 라느니, "양쪽 사이에 끼이는거 나 별로 안좋아하니까 그만 해" 라느니 하는 소리는 남자가 듣고 있다.
남자는 여자때문에 힘들다는 사실을 숨기지 못한 것 뿐이었지만
지금은 여자를 울리고, 힘들다며 투정 부리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 남자는 덕분에 지금 극한 상태의 고독감에 빠져있다. 사람을 믿지도 못하게 되었다.
흔한 남자의 피해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