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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승렬님께 답함] 황우석 교수님의 연구와 생명과학과 네티즌.
게시물ID : humorbest_983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회원이지만
추천 : 29/10
조회수 : 1653회
댓글수 : 2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6/27 10:20:03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6/26 12:20:48
비회원 이지만 오유의 굉장한 팬이고 오유 시게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나가시는 여러 연령대의 분들을 바라보며 내심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신학좀 깨작겨렸던 사람입니다. 가톨릭쪽이요..
생명 윤리의 연구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황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여러 텍스트를 접했기에 한 말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원래 개승렬님 글에 답변을 달고 있었는데 그냥 이렇게 올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일단 그 글의 리플들을 보니, 실증적 이성적으로 종교를 비판하시는 분들에 끼워진 지독한 색안경들이 인상적이군요. 아무튼 맘편한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글케 쓸거구요.

개승렬 님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 비 종교인으로서 귀 종교에서 이야기 하는 <생명의 범위>에는 개인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당신들의 생명이 수정란부터 시작된다면, 그 수정란이 죽었을 경우 그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

일단 개승렬 님의 말씀에 답변을 드리자면.. 그 사안은 "현재 진행형"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혹시 예전에 데미무어 주연의 '세븐사인'이란 영화가 있었는데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보면 그리스도교 설화의 한대목이 나오는데 천국에는 아기들의 영혼을 위한 방이 있고, 그 방이 다 비게 되면 인류는 멸망한다.. 라는 것이었죠. 

많은 종교가 물론 그렇겠지만, 일단! 현재 가톨릭에서 하고 있는 '생명존중 운동'은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점을 일단 말씀드리고 싶군요. 

마치 황박사 연구 나온 다음에 밥그릇 뺏길까봐 허겁지겁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성경이나 들이대는 것 처럼 말씀하시는 분들 정말 진실로 이르건데 오. 해. 하고 계신겁니다. 가톨릭의 생명 존중 운동은 이삼십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환경 운동 등의 자연 생명 존중 부터 시작해, 근 십년 새에는 낙태, 안락사 등 "경제적 가치" 와 "인간 생명" 이라는 근본적 가치의 갈등 사이에서 

나름대로 가치있는 "반대파" 역할을 해 왔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개승렬 님께 다시 간략히 답변을 드리자면, 

"그들의 교리에 의거자면, 어나지 못한 영혼들을 위한 장소는 마련되어 있으며 그곳은 '연옥'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사람들은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을 위해 기도하지요."

종교는 신화에서 시작하죠. 그리고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하고요. 그렇게 해서 역사와 철학과 인간의 지성이 신학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신학과 철학과 여러 학문들이 만나 때론 예술을 창조하기도 하고 사회 규범이나 윤리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개승렬님이 궁금하신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신화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주장하는 그 교리와 믿음의 근거한 "낙태금지, 안락사 금지, 생명과학의 무분별한 연구 금지" 라는 운동은 현재 그들 종교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므로  특별히 남의 집안에 감내놔라 배내놔라 욕할 것 없이 깔끔하게 무시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매년 그 규모를 더해가면서 우리나라의 과학계, 철학계, 종교계 학자들은 세계적 학자들과 연합해 개승렬님 및 저와 모든 이들이 납득할 수 있고, 앞으로 우리 모두가 인정할 만한 "생명의 범위와 윤리"의 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과는 어쩌면  경제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그들의 연구가 혹시라도 있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의 장막이 될까봐 그저 싸잡아서 욕부터 하고 마는 분들이 혹시라도 계시다면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기술 발전과 윤리.. 즉 태클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그러나 현재 종교를 욕하신 모든 분들, 이것은 아마 인정하실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과학은 그 가치가 중립적이기 때문에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결코 과학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요. 

과학의 옆에는 항상 철학과 종교와 예술이 있었습니다. 현대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이 합류해 우리의 미
래의 모델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잠재적 과학자들(어린이, 학도 등) 들에게 그 비젼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과학 그 자체는 맹인일 지라도 과학자의 마인드에 따라 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가는 이번 황교수님의 연구에 문자 그대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타임지가 지난 5월 중순에 황우석 교수님의 연구실을 방문한 후에 칼럼을 하나 냈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이르기를 자신들(미국의 내노라 하는 생명과학자들)과 세계 여러 석학들과  황교수님의 연구에는  단순히 정부 지원 정책이나 국민 정서를 넘어선 근본적 차이점이 있다고 합디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황 교수의 "생명 윤리" 입니다.

현재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난자'를 이용한다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종교계가 반대하는 이유 되겠습니다. 밥그릇 말고요..제발..-_-;;;; 난자에 작은 구멍을 뚫어 유전자와 핵을 빼어 내고 거기에 체세포 정보를 넣어 "복제된 인공 수정란"을 만든 후 그것이 인간의 어떤 기관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되었을 때 그 세포를 추출, 의학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 연구의 골자입니다.

외국에서는 그 난자의 핵추출에 마이크로 흡입기를 사용합니다. 총칭 썩션이죵...이비인후과에서 하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세포가 많이 다치고 죽기도 쉽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성공률은 1/275 였습니다. 게다가 그 성공한 한 개도 배양할 때 동물성 영양물을 주입하기 때문에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겁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먼 미래에 동물의 난자 혹은 동물의 영양물을 이용해 만든 사람들이 몇세대 지나니까 잠재된 유전자가 발현되어서 오크도 되고 리쟈드 맨도 되고..^^ 물론 제 상상이지만 이런 상상들이 사실은 과학 발전의 방향성에 상쇄역할을 하는 예술-sf 소설, 애니, 영화 등- 이 되는것이죠)

황교수 연구실에서는 그걸 수작업으로 합니다. 난자가 눈에 쉽게 보이겠습니까? 거기다 또 구멍까지 뚫어서 핵만 빼내고 체세포 정보를 넣는다고요. 그런데 그걸 수작업으로 한다고요... 얼핏보면 바보같죠? 가능이나 할까요? 기계 놔두고.. 그걸 또 누가 할 수 있다 칩시다. 그거 연구하는 사람 한두명 아닌데 초정밀 기술을 수작업으로 하는 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그들은 인간보다 훨신 싸이즈 큰 동물들의 난자로 몇년동안 죽어라 연습할 겁니다. 수작업으로 인간의 난자를 만지기 위해서. 경제적으로 방법론 적으로 아주 비효율적인데도요. 그런데 황교수님 그거 했습니다. 왜요. 동물 실험을 통한 생명 연구를 통해.. 저거 섯불리 인간에 들이댔다간 아주 우리 지구가 드래곤 퀘스트 하겠구나 생각하신 거죠.

결과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성공율 11/17                외국 성공율 1/275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1) 황교수님 생각은 인간의 난자는 인간 생명의 그릇으로서 매우 고귀하다. 2)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하나의 난자라도 헛되이 죽여선 안된다. 3)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와 무한한 경제적 가능성 그리고 비교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난자 이용의 최소화.

길게 썼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네요. 황교수님이 생명과학과 진보의 '전형'이라고 생각하시고 종교와 윤리계를 "걸림돌" 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결국은 저 둘이 만나야 경제성장도 있고 발전도 있는 겁니다. 

종교가 옛날에 이랫으면서, 여기엔 뭐라고 하면서.. 왜 생명 연구에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라고 트집이나 잡으실 분들은 그저 욕이나 할 따름이지만 나름대로 부작용을 진단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들에게 손가락질은 하지 마십시오.

예전에 어느분이 어느 글에서 리플 다셨지만, 먼 훗날 경제라는 패러다임 하에 약육강식 부익부 빈익빈 사회 체제 하에서 이 기술이 상용화 되었을 때 돈 많은 새퀴는 존내 건강하고 예쁜 여자 난자 사다가 치료하고 돈없는 서민이나 하층민들은 동물 난자 얻어다가 치료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생리 막 시작한 여학생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자기 난자를 팔려고 산부인과에 다리 벌리고 앉아 있을 장면을.... 착상 후 몇주까지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나왔을때 아무런 제재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면 대번에 "수정란 죽이지 않고 낙태시키는 기술" 이 발명되고 시판되고 돈으로 환산될 겁니다. 아무런 제재수단 없이 "태아의 탯줄을 이용한 의료연구" 가 상용화 되면 탯줄 구하려고 임산부 납치해서 애기만 빼가는 범죄 일어날 지도 모릅니다. 아니, 자기 병을 고치기 위해 여자를 사다가 임신을 시키고 그 아기를 죽여서 자기 치료에 쓰는 사람들이 생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겐 "생명 공학과 인류의 생명연장의 꿈" 이라는 신대륙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미국새퀴들이 걍 포크레인으로 들이대서 파괴하고 항구 지을려고 하는 반면 황교수님은 시간과 노력과 돈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안전하고 비파괴적인 상륙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신대륙에서 사람들이 피와 살육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길을 내고 표지판을 만들고 울타리를 쳐야 합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배 안의 한 선실에서 시인들과 예술가들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노래하며 사람들의 의식을 형성하고 종교와 철학 등의 학문들은 다른 선실에 머리를 맞대고 신 대륙의 법과 질서와 번영을 위해 머리를 쥐어 뜯습니다.

마지막으로 예 하나 들고 마치겟습니다.

옛날에 아시모프란 아저씨가 '로봇'이란 소설을 썼고, 최근에 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죠. 거기에 로봇에 대한 3원칙이 나옵니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해있는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만 한다.
제3원칙, 제1원칙,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만 한다.

그 때 로봇이 저 원칙을을 지키기 위한 수준의 발끝만치라도 갔을까요?? 아닐겁니다. 지금도 아직 우리 시대의 로봇들이 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러나 우리의 손자 손녀들이 살 그 시대에 어쩌면 로봇들은 자아를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에 사람들은 저 원칙들을 다시 떠올리게 될겁니다.

건담.. 건담 많이 좋아하시죠. 저도 좋아합니다. 많은 어린이, 까꿍들이 건담의 메카닉만 보고 열광할 수 있겟습니다만 우리는 거기서 또한 전쟁의 허무함과 허구성을 봅니다. 스페이스 콜로니, 눈을 황홀케 하는 전투 메카들의 향연 한 가운데 주인공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황폐해지고 좋은 꼴 나는 건담 주인공 못봤습니다. 그걸 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과학 기술의 분홍빛 꿈만을 꾸는 것 이상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에겐 새로운 아시모프와 건담 신화가 필요하네요. 그리고 그 초기 단계에서 어떤 종교들은 발버둥치고 있군요. 함부러 욕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그저 일자리나 경제지수를 바라보며 끙끙대고 누군가를 비방하는 그 시간에도 한쪽의 극단과 다른 한쪽의 극단은 서로를 인정하고 노력해서 새로운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네, 저걸 정-반-합 이라는 변증법이라고 합니다...'반'더러 '정' 혹은 '합'이 아니라고 욕하지 말란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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