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똥 혹은 정말로님의 글은 인상깊게 잘 읽었습니다. 일단 비판을 하려면 그에 대한 지식을 먼저 쌓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비판을 시작해야 하듯이 님의 글에는 성서에 대한 장절과 구체적 인용, 그리고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진 해석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텍스트를 가지고 여러 시각의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풍요로움을 제공할 수 있기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회에서만 성경을 배운 분들은 어쨌든 교회 측이 제공한 시각 즉 일종의 편견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님의 리플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본 내용의 글과 과연 동일인이 썼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만일 퍼온 글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어디의 누구의 글인지 밝혀주시고 만약 자신의 글이라면 글이 제시하고 있는 비판의 "목적성" 과 "방향성" 을 명확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유 시게는 단순히 웃고 즐기기 위해 들렀다가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민감한 사안인 이 종교에 대해 '악질적이고 편견적인 전여오크식(이것은 제 편견인가봅니다) 의 비난' 이 아닌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건설적인 비판'이 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혹시 제 방법론에 의의가 있으시다면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마시고 응해주시기 바랍니다.
님이 아래 쓰신 복음 정신과 예수의 정체성에 관한 부분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사회적이고 나름대로 참신한 해석이라고 위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글 후미에 가면 그 비판의 내용이 역사와 한국에서의 사회작용 등이 뒤섞이면서 읽는 분들에게 사실 전달이나 필자의 명확한 의도와는 달리 '악감정'만 남기는 모호한 글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정말로 님께서는 비판의 대상을 다음과 같이 구분해서 함께 대화에 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대한 부분입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그리스도교의 성경은 총 70여권으로 프로테스탄트, 가톨릭, 동방교회, 그리스 정교회, 영국 성공회 등의 교파와 학설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을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서는 크게는 몇 천년의 시간 간격을 둔 몇 십명의 저자가 당시의 사회상과 저자 자신의 가치관이 개입된 각 권의 독립 문서들 한데 모은 종교적, 문화적, 통계적, 문학적, 역사적 텍스트 입니다.
따라서 같은 복음서라 하더라도 님께서 마태오 복음의 내용과 요한 복음이 내용을 뒤섞어 신앙에 대한 비판을 하신다면 그것은 일종의 논리적 장난질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판하실 분께서는 일단 비판의 대상이 될 그 권을 정확히 읽어보신 후 각 권의 내용에 대한 비판, 그리고 성서의 이 권과 다른 권의 비교 비판 등의 합리적 방법을 채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합리적인 종교기관에서는 누구도 비 종교인에게 성서를 들이대며 믿음의 순환논리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비판자께서는 일종의 사회적 편견을 악용하여 편가르기를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전 중세 시대 프랑스의 파리 대학의 역사가 아직 초창기였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아직 유럽으로 회귀되지 않았을 무렵, '페트로스 아벨라르도스' 라는 철학자는 성서학 담당 성직자가 세상의 이치를 성서에 근거를 두고 여기봐라 여기봐라 하고 인용만 하는게 짜증나서 책을 한권 썼습니다. Hic et Non (yes or no) 라는 책으로 성서에 나타나는 동일 사상에 대한 모순적인 구절들을 장절로 조사해 아주 제대로 까는 통쾌한 책이었습니다. 님 아니더라도 누구나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종교에 대한 가짜 비난 따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판 아닌 비난은 어떤 긍정적 결과도 양측에 안겨주지 못할 것입니다. 실제로 그 책은 교회 안에서도 자아 반성과 더욱 이성에 근거한 신학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안겨준 좋은 숙제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님께서 제가 제시한 위의 방법들에 의거 합리적으로 그리스도교 사상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을 원하실 경우 진검 승부 하실 각오 하시고 덤비십시오.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원문 성서와 프로테스탄트, 가톨릭, 사학적 체계를 총 동원하여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둘째, 기독교(프로테스탄트 + 가톨릭 + 기타) 가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역할에 대한 비판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정말 긍정적 건설적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유에 있는 자칭 무신론자 혹은 종교 반대자 분들의 모티브도 여기서 출발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논쟁을 원하실 경우 위에서 말씀드린 종교 고유의 신앙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고 하도록 제시합니다.
왜냐 하면 유가 사상과 유교가 다르고 불가 사상과 불교가 다르듯이 그리스도교 사상과 기독교 특히 한국 기독교 사이에는 엄연히 시스템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전자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인간의 정신적 윤리적 종교적 체계라면 후자는 특정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을 가지고 제도화된 사회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법조계, 경제계, 교육계, 의료계 등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 구성 요소의 하나로서 종교계 특히 그 중 기독교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논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 불쾌해 하실 저 명동 대로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위협적 구호들을 예로 들어 봅시다. 사회에서 종교라는 구성요소가 하는 기능은 크게 '해당 종교를 초월한 사회 구성 요소 전체의 마음의 위안이 될것, 윤리적 계도와 모범의 기준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할 것, 정치석 색채와는 별도로 사회의 평화에 기여할 것' 정도가 되겠군요. 이 역할에 대한 논의 역시 환영입니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가 저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하면 정말 존내 욕먹을 각오는 해야 마땅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전술한 저 구호들은 충분히 비종교 혹은 타종교의 다른 구성원들의 정신적 자유와 평화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비난받거나 시정을 요구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공격적인 가두 선교라던가, 이명박 시장이 보여주었던 (혹은 미묘하게나마 박주영 선수도 그 혐의를 받고 있는) 공과 사에 대한 종교의 탈 종교적 월권행위(정치적, 문화적) 등등은 그 종교의 역사나 믿음과는 별개로 사회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갈수록 불거져나오는 성직계급의 사회적 일탈 행위와 도덕적 타락, 집단 이기주의와 정치적 행보, 종교적인 교세를 남용한 압력집단으로의 괴변 등등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마땅합니다.
셋째, 역사적 비판에 대한 것입니다.
흔히 유럽의 중세 시대를 "기독교 문명 사회" 라고 합니다. 그냥 종교가 판치던 사회~ 라고 쉽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기실 그렇게 나누어 버리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고 싫음'의 기준으로 모든 현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기 쉽습니다. 봅시다. "기독교 문명 사회" 란 "그리스도 사상 + 종교 + 지리적 문화적 문명 + 사회" 라는 굉장히 복잡한 여러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아메리카 몽키 행정부가 벌이는 중동 까기 전쟁을 바라보고 단순히 '이슬람'권과 '기독교'권의 충돌이다!! 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그 분과의 논쟁을 거부하겠습니다. 제 시간과 전기세가 너무 아깝습니다. 거기엔 '대량 학살 무기와 테러로부터의 세계를 구함' 이라는 이상한 슬로건을 걸고 경제적 자원적 이득을 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및 이슬람권의 미묘한 구조를 옆에 끼고 복잡한 말을 쉽게 줄여 말하기 쉽게 부르고자 '문명의 충돌' 이란 말로 마무리를 지은 기묘하고도 반인본적인 사회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아니 오유 시게 게시물을 열람할 분이라면 누구나 뻔히 보실거라고 봅니다.
중세 사회와 기독교와의 상관 관계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종교의 역사적 정체성과 오늘날의 그들의 활동을 연루시켜 정당성을 박탈시키려는 태도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 뿐더러 종교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종교의 입장이 오락가락 한다고 욕하는 식의 자가당착에 빠질 뿐일 겁니다.
따라서 역사적인 비판에 대한 부분은 일정부분 그리스도교 사상과 함께 종교 자체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 그리고 유럽 문명 특유의 역사성과 이슬람과의 관계 등을 자세히 논하되 이 비판이 다른 주장의 근거가 된다거나 악감정을 유발하여 편가르기를 하여 묻어버리려고 발뺌한다거나 하는 비판은 정치판에 가서나 하시기 바랍니다.
아마 이 비판을 함께 하신다면 역사적 지식을 많이 공부하시고 역사적 의의와 오늘날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역사란 과거의 단절된 사실 그 이상으로 현재와 미래를 잇는 거울이 될 테니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단순히 "니가 싫어" 라고 하는 감정적 앙심이 근본이 된채 논리적 문장들로 그것을 감싸고 그저 욕이나 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논리와 이성적 작용을 파괴적인 행위에 봉헌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모든 비판(그래요 혹은 비난 역시도)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능력이 된다면 비젼과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더라도 파괴 후에 다시 재건할 창조적 여지는 충분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백번 양보해서 '경종을 울리는데 그친다' 할 따름이라도요.
가면을 벗고 밝은 곳으로 나오십시오. 제가 비록 시간도 없고 아이디 만들어 정식으로 활동할 만한 여유도 없는 사람이지만 가끔 여기 들어와서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 혹시 나중에 좋은 글 올라오면 함께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딱딱하고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히 감정적 호/오 를 넘어서서 그저 단편 뿐이라 할지라도 진리의 파편 정도는 한번 쥐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