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생활을 하고 있는 것 뿐으로
슬픔은 쌓여만 간다
햇빛에 바랜 시트에도
세면장의 칫솔에도
핸드폰의 이력에도
이 수년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닿지 않는 것에 손을팔고 싶어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도 알지못하고
대부분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찾아오는지도 알지 못하고
나는 단지 일을 게속하며..
문득 깨닫고보니
날마다 탄력을 잃어가고있는 마음이 오로지 괴로울뿐이였다
그리고 어느 아침
이전에 그렇게까지나 진지하고 올곧았던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깨닫고
이제 한계라는 것을 알게 된 때
일을 그만뒀다.
어제, 꿈을 꿨다.
아주 옛날이었던 꿈
그곳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넓은 정원으로
건물의 불빛은 한참 멀리 보일 뿐으로
뒤 돌아본 깊게 쌓인 눈에는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언젠가 다시
함께 벚꽃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나도, 그녀도 아무 망설임 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초속 5cm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