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검사들을 나는 ‘자판기 검사’라고 부른다. 위에서 주문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사람을 검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걸러지지 않고 요직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다. ‘괴물을 잡기 위해 검사가 됐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괴물이구나’ 싶었다. 간부들과 동료들에게 띄운 나의 글들은 검찰에 대한 연서(戀書)다. 사랑한다면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다면 몸부림쳐 봐야 하지 않겠나. 윗선의 질책은 물론 동료들의 비난도 푸짐하게 들을 걸 아니까, 글을 쓸 땐 트집 잡힐 내용이 있는지 꼼꼼히 살핀다. 욕을 덜 먹을 용어를 선택하고, 어순도 주의하며 계속 고친다. 말하지 않을 수 없어 말하기는 하는데 많이 고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