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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스타크래프트2] 샹크투스 비밀작전 05
게시물ID : starcraft2_52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결두리
추천 : 6
조회수 : 7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4/02 22:59:39

특공대.png

"레이너 특공대 만세!" 
벙커를 뛰쳐나온 크라첼 병장이 총을 번쩍 치켜들고 소리쳤다.

그는 바닥에 기어다니는 쐬기벌레들을 정신없이 짓밟다가, 죽은 뮤탈리스크의 날개에 넘어질뻔했다.

'빌어먹을 날개! 뮤탈날개 바비큐를 만들어 버려야겠어!'

그는 그 후에도 자신을 가득 채우는 격렬한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잔탄이 100발정도 남았던 가우스 소총을, 2번째 저그의 공격을 격퇴한 빈 하늘로 난사했다.

타타타타탕!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생각했다. 
'이 총소리 진짜 죽이는데!'

그는 으하하 웃었다. 그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들 뭘 망설이는거지? 지금 레이너 사령관과 함께 있잖는가! 실패를 모를 완벽한 대장이 함께하는데 이렇게 망설일 이유가 도데체 뭔가!

"빌어먹을 저그들! 놈들이 약해진 지금 돌격합시다! 칼날여왕은 내가 상대한다, 나에겐 끝내주는 소총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는 다음순간, 뱃속 깊은곳을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몸을  튕기듯 숙이고, 아까 먹은 전투식량을 정신없이 토했다.

한발 완전히 맞은 전투자극제는, 시큼한 구토 맛이다.

한참 위속 내용물을 게워낸 크라첼은, 
자신을 두려움와 약간의 혐오가 섞인 눈길로 쳐다보는 맥 상병과, 킬킬 웃는 주변의 해병들을 보았다.

얼굴을 아이어에서 지진 해병이, 캔음료를 마시며 피식 웃었다.
"저 친구 대단한데? 자치령제 자극제 맞으면 저글링과 권투도 하겠군."

맥 상병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치령 것과 특공대는 자극제가 다릅니까?"

그가 씨익 웃었다.
"예전에 프로토스와 연합 작전을 벌일때가 있었는데, 그때 몇가지 선물을 받았거든. 그걸 가지고 스텟먼... 그러니까 우리 수석 과학자가 이 개량자극제를 만들었어."

일반 자극제에 더해 프로토스 촉매가 필요하며, 자주 쓰지만 않는다면 부작용을 크게 줄인 '순한'자극제는 놀라웠다.
거기다 별것 아닌것처럼 말하는, 그 미지종족과의 동등한 연합은 몇번을 들어도 역시 경악할 사실이었다.

그의 얼굴을 지진 흔적역시 나중에 듣기로는, 그 행성에서 프로토스에게 받을 빚이라 낄낄 웃으며 말했다.

함께 싸우면서 동화된 분위기로 보건데, 이 털털한 해병의 말은 진심으로 보였다. 
프로토스의 앞잡이라는 자치령의 선전은, 모두 새빨간 거짓이란 말인가.

신비로운 외계의 기술이 적용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극제....
자극제 투여 타이밍을 놓친 맥 상병은, 다음 전투에는 자신도 한번 사용해 보리라 생각했다.

전투후의 뮤탈리스크 사체는, 1차전의 두배에 이를정도로 엄청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상을 제외한 인명피해가 없는건,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

그들 뒤쪽, 든든히 버틴 전투순양함 히페리온의 대공포가 하늘을 겨눈다.
그것은 더이상 지켜야 할 짐이 아닌, 강력한 우군의 위용을 되찾는다.

함의 기술자들이 무슨 조치를 했는지 알수 없지만, 아까와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많은 뮤탈리스크가 덮쳐들기 직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크라첼과 맥은, 이번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라첼이 전투자극제를 투여한 순간, 히페리온에 설치된 대공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함선의 막대한 지원사격에 힘입어,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달려들던 뮤탈리스크들이 모조리 걸레짝이 되 버렸다.





낄낄거리는 특공대에게 둘러싸여, 찬 음료수를 건내받는 자치령 병장을 타이커스가 묘하게 쳐다봤다.

그와 함께 서서 전방을 바라보던 레이너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친구군. 혹시 차 행성으로 갈 일이 있을때 연락해 볼까?"

타이커스가 피식 웃었다.
"왜, 전 여자친구에게 아직 볼일이 있어?"

레이너는 씨익 웃는가 싶더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어쩔수 없지. 내가 벌인 일은 끝내야 하니까...."

타이커스가 얼굴을 돌리며 그와 같은 하늘을 바라봤다.
"그래.... 나도 너의 그런 매력에 끌려 찾아온 거니까. 그 전에 여기서 죽어버리면 곤란하겠지."

레이너는 그를 쳐다봤다. 왜 이 옛 친구는 케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바뀌는 걸까. 
타이커스가 함내 자료실에서 케리건에 대한 정보를 찾는것을, 예전에 맷이 눈치챘었다.

레이너는 그와 함께한 과거에 대한 어떤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목숨을 함께한 친구로서의 우정역시 강했다.
'타이커스. 부디 곤란한 일에 휘말린게 아니라면 좋으련만.'

타이커스는 잠시후 화제를 돌리듯 말했다.
"그나저나 징그럽게도 몰려오던걸 뮤탈리스크. 지미 이게 끝이 아니겠지?"

레이너는 통신을 열었다.
"맷, 저그의 동태는 어때?"

그의 헬멧 안의 스크린에서 맷의 얼굴이 나타났다.
-예상하신대로 입니다. 저그는 또다시 뮤탈리스크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른 화면이 나타났다.
소형무인기가 전송한 화면으로 계곡 사이사이 저그 군락지가 보인다.  

그리고 뮤탈리스크.
놈들은 많았다.

협곡 위와 아래로 어느새 특공대가 방금 격퇴한 숫자에 맞먹는 붉은 날개가 움직인다.
그리고 사방에서 또다시 새로운 뮤탈리스크 무리가 도착하고 있었다.

타이커스가 다소 질린듯 얼굴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벌레놈들...."

맷의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최근 정찰 소식에 의하면, 넓은 협곡지대 곳곳에 채산성이 낮은 자원지대가 방치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풍부했으며, 그곳 저그 군락에서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레이너는 새로운 나쁜 소식을 묵묵히 들은후 물었다.
"맷. 현재 전력상 다음 전투에서 대원들이 희생없이 승리할 확률은?"

맷이 말했다.
-제 개인 컴퓨터로 계산해 봤습니다. 운이 좋다면 '지킬수는' 있습니다.

맷은 히페리온의 직접적인 피해까지 예상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저그는 뮤탈리스크에 집중하느라 심지어 방어건물도 만들지않고 있습니다. 이걸 역습의 기회로 삼을수 있지만, 도박으로 치자면 무척 나쁜패죠.

레이너는 즐겁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다. 
맷이 그런 나쁜패를 언급할 정도로, 손에 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어떤 멍청한 지휘관이라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과 비교해 딱히 떨어지지 않으리라.

그때 중대장급 해병이 레이너에게 무언가를 보고하러 뛰어왔다. 
그는 다시금 동료들에게 어떤 안도감을 선사하는 미소를 회복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무수한 생각이 떠올랐다. 
실패의 공포. 그의 전부라 할수있는 특공대의 기대를 저버리며, 더이상 함께 갈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수많은 영웅을 만났고 우주를 누볐다. 
그것은 하나같이 역사에 크게 기록됨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장식하는 수많은 환희와 축복. 
사람들을 이끌고 세상을 구하며 부당함에 맞서는 삶.

그는 겨우 한명의 인간이, 그런 찬란한 신과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 짧은 생을 반짝일 뿐인 자신이, 너무 먼 길을 온것은 아닌지 종종 생각해 본적이 있다.

그조차 어쩔수 없는 무수한 희생과 돌이킬수 없는 실패. 그 짓누르는듯한 피값.
가끔 혼자서 취해있지 않을때. 과연 자신에게 이럴 자격이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복수와 정의는 커녕, 오히려 이 무한한 우주에 먹혀버리는건 아닐까 문득 몸서리친적이 있었다.
타이커스가 생각에 잠긴 레이너에게 말했다.

"이봐 중장비 하나 없이 버티는게 힘들어 보이는데, 우주를 주름잡는 대단한 반란군 대장이잖아. 뭐 믿는 구석이라도 없어?"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너가 방어선을 돌아봤다. 

순식간에 정리가 완료되고 재구축된 방어선에서, 
저그의 대규모 공격이 들이치기 직전임에도 특공대원들은 웃음섞인 잡담을 하고 있었다.

레이너가 그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난 항상 비장의 카드를 숨겨놓지 타이커스."

그때 저그 기지의 대규모 움직임을 포착하는 센서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타이커스가 이를 드러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벌써?"

잡담을 하던 병사들이 손짓을 하며 다시 벙커 속으로 들어갔다.
부족한 자원으로 벙커를 하나라도 더 지으려는 건설로봇 조종사들의 분투는 멈추지 않았다. 

타이커스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지미 그 비장의 카드 라는거 말이야. 있으면 빨리 좀 꺼내는게 어때? 이러다 다 죽게 생겼다고."

레이너는 함교의 맷 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걸 알았다. 개인 스크린에 그의 밝은 얼굴이 나타났다.
-대장님. 우리 함의 수석 엔지니어가 통신을 요청합니다.

동시에 소리내 웃는 스완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봐 촌놈! 으헤헤 역시 촌놈이라는 표현이 입에 딱 붙는다니까. 아무튼 할일없는 순양함 승무원들 데리고 자치령 기지를 뒤져봤어. 겸사겸사 탈출캡슐도 회수했지.

레이너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수고했어요 스완. 그나저나 저희 사정이 좀 급한데, 중장비를 보내려면 서둘러 주세요."

스완이 크하하 웃었다.
-걱정 말라고 촌놈! 대공 방어가 필요하다 이거지? 자치령 놈들 아주 멋진걸 숨겨놨더군! 조금만 기다려, 곧 보내줄께!

통신이 끊기고 타이커스가 낄낄 웃었다.
"지미 네 비장의 카드가 저 아저씨야? 아주 자신만만한데?"

방어선의 원거리 대공경보가 깜빡이는걸 보며 레이너가 웃었다. 
"믿어야지. 한다면 꼭 하는 분이니까."

타이커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아까 정말 대단하더군. 저 순한 아저씨가 말이야. 꼭 다른사람인줄 알았다니까?"

레이너는 쓴웃음을 지었다.
"스완 아저씨가 그렇게 화를 내는건 처음이었어. 오해가 있었다 해도 결국 내 잘못이야."

타이커스가 그를 보았다.
"설마 아직도 자책하는거야 지미? 하긴 역시 그게 너의 매력이지."

타이커스는 묘하게 웃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자치령에서 요즘 괜찮은 소문이 들리던데 말이야....."

그가 은근히 물었다.
"혹시 대공장비를 잔뜩 단 거대로봇이라도 보내 주려나!"




통로.png

천장이 보이지 않을만큼 거대한 푸른 수정의 통로.  
토시와 노바는 길게 이어진 광장과 같은 곳을 걸으며 중심부로 계속 들어간다.

토시가 옆에서 나란히 걷는 노바에게 물었다.
"뉴 폴섬 이후로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던건가?"

노바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하 웃기는군 토시. 너와 자주 엮인다고 뭔가 착각하나 본데, 네가 그 악령들로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든 난 임무가 아주 많다고. 너만 신경쓸 틈이 있을것 같아?"
"....."

노바가 불현듯 그에게 말했다.

"역시 읽을수 없군. 네 음흉한 속내를 그 불쌍한 반란군대장님께 알려줘야 하는데."
"너에 대한 거라면 동감이다. 안본 사이에 거짓말이 많이 늘었더군. 하지만 네가 함부로 할수 없을만큼 새 형제와 나의 믿음은 깊다."

노바가 말했다.
"테라진이 가진 강력한 힘에 따른 그 광기의 가능성. 솔직히 사실 아닌가? 그래 좀 과장 했다는건 인정하지. 바보들은 자기 등이 뜨겁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거든."

토시가 비웃듯 크크 웃었다.
"'좀' 과장이 아니지. 우리 형제들 이야말로 그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기에, 항상 스스로를 더욱 정진한다."  

노바가 한마디씩 던지면 토시도 지지 않듯 대꾸했다.
거대한 통로에 악령과 유령의 가벼운 말싸움이 점점히 이어졌다.

"멩스크의 명인가."

토시가 불현듯 말했다. 노바는 제자리에 멈췄다.
"멩스크. 그자가 날 이용하라 했는가. 네가 말한 그것. 혼자 힘으로 벅찬 젤나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평소답지 않게 잠시 멈칫하던 그녀는, 이내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황제는 내 주군일 뿐이다. 그분은 이 기이한 곳에 젤나가 유물이 있을지 몰랐기에 연구원들을 배치 했지만, 이곳까지 들어온 기계든 탐험대든 연락이 모두 끊겼지."

토시는 노바의 안내를 받아 오는도중, 여기저기 쓰러진 저그와 무인탐사로봇, 한곳에 가지런히 놓인 연구원의 시체를 보았다.
노바가 말했다.

"저그가 들이닥치자 연구소 전인원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어. 바깥으로 탈출할 사정이 안되었나봐."
그들의 주검은 이 전란의 시대와 달랐다. 

마치 잠이든듯, 이 젤나가의 흔적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조용히 쓰러져 있을 뿐 이었다.
토시는 주검의 기억, 그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볼수 있다. 

호기심과 두려움을 가진 탐험복을 입은 자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분노와 공포에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잔상에서 저그는 특히 의외였다.

깊은 두려움.

저그는 개개인의 개성이 극히 제한된다. 또한 어떤 강력한 적을 만났을때, 분노와 투쟁을 더 불태울지언정, 결코 위축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극히 제한되는 개채의 개성으로 인해, 마찬가지로 더 자세한 것을 알수 없었다.

그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토시는 지하 깊은 곳으로 가면서, 이 기둥을 천천히 쓸어보았다. 
외부를 덮은, 거대한 레이저 천공기로도 조그마한 구멍만 낼수있는 극도로 견고한 껍질과 달리, 뜻밖에 부드러울 정도였다. 

그는 몇가지 사실을 더 알수 있었다. 노바역시 동의했다.
"그래 이 수정기둥들. 이건 그냥 큰 수정이 아니야. 세 종족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 아니 좀더 근본적인 생명의 재료들. 정말 기이하지? 도데체 무슨 목적일까."

토시는 이곳이 여러 함선들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면서, 최근 주변 지역에 이와같은 결정들이 많이 생겨났다는걸 그녀에게 굳이 말하지않았다.
이 메마른 행성의 폭발적인 저그는 이 때문이리라.

토시는 이곳을 탐험하는것이 사령관의 공식 부탁이기도 했지만, 이 알수없는 곳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도 있었다.
자신의 능력이 닿는다면, 갈수 있는데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또한 얼마전 부두주술로 점쳐본 그의 운명은, 
적어도 이번주에 죽는건 없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노바에게 토시가 말했다.
"어디까지 알아냈지?"

그녀가 말했다.

"여기에 유물은 없는건 거의 분명해. 특유의 에너지 흔적은 커녕, 그 기이한 프로토스 세력조차 없었거든." 
"탈다림 말이군."

그녀가 토시를 힐끔 쳐다봤다.
"그래 칼날여왕이든 너희 반란군이든 누구든. 왜 그것을 노리는지 나도 몰라. 상관도 없지. 유물은 없었지만 소장의 요청으로 녀석이 파견됬어."  

그녀는 토시가 죽인 그 부하를 언급했다.

"넌 여기 온지 얼마 안됬을지 모르지만, 네가 죽인 녀석은 방법을 찾기위해 혼자 나보다 일주일 더 갖혀 있었지. 지하를 싫어하는 녀석인데, 불쌍하게도."
"설마 유령이 악령에게 자비를 설하는건가."

그녀가 흥 웃으며 계속 말했다.
"적어도 방법은 알아냈어. 난 그 녀석을 지원해기 위해 나중에 왔지. 하지만, 이번엔 녀석의 실력이 문제더군."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알아낸 순간 장거리 차원도약 함선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무언가 깨어났지."  

노바는 혼자말처럼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그 존재. 그 알수없는 이곳의 주인은 문이 열린 순간부터 우리를 보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했다.
'여긴 젤나가의 시설이지만, 사원도, 함선도 아니다. 이 수정은 무엇이며 또 왜 하필 2명이 필요할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그녀는 이런것들을 지금 고민 해봐야 쓸모 없다고 생각했다. 
과연 악연이라면 악연이라 할수 있을것이다. 이렇게 공교롭게도 열쇠로서 스스로 걸어오다니. 또한 만약 기회가 온다면....

그녀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막힌곳을 지나려면 2명의 강력한 사이오닉 에너지가 필요해. 난 너를 처음 느끼고, 프로토스 인줄 착각했지."

토시는 계속 걸었다. 그리고 목표에 다가갈수록, 그는 확신했다.
"점점 강해지는군."

노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오닉 내성이 없는 보통 생물이라면.... 여기까지 올수도 없겠지."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도착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와 달리, 마치 물처럼 투명했다. 
하지만 어떤 장막에 가려진듯, 깊은곳이 보이지 않았다. 토시는 그것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 무엇도.... 이 벽을 해할수 없겠군."
"그래. 이미 물질의 영역을 벗어났어."

토시는 이곳에 온 순간, 노바가 왜 자신을 부른지 이해했다.
노바가 벽 옆에 서서 그를 쳐다봤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같이 손바닥을 벽에 마주댔다.

강력한 사이오닉 에너지.
보통 인간과 비교할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일반적인 유령 요원 조차도 범접할수 없는 에너지.

노바는 악령과 유령의 정점에 달한 두 사람이 힘을 합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 있다는걸 알았다.
노바가 말했다.

"이제 사이오닉 에너지를 천천히 흘려넣....."

노바, 그리고 토시가 눈을 부릅떴다.
무언가가 그들을 움켜 쥐었다.

토시가 떨어지지 않는 팔을 잡으며 노바를 쏘아봤다.

"역시 그렇군 노바."
"내가 아냐!"

그녀의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건데, 그녀가 만든 함정이 아닌것같았다. 
그 순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벽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들을 끌어들였다.

토시는 노바의 당황한 모습을 보기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상황을 알아챈 그녀 역시 무표정하게 그를 쳐다봤다.

그 둘은 이미 알수 있었다. 이것에 저항하는것보다 어리석은것은 없다. 
다음순간, 그들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벽의 반대편에 있었다. 토시가 뒤를 쳐다봤다.
"정말 기이한 곳이군."

그들이 통과한 벽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은 미세한 표면이나 마찬가지 였다.
건너오기 전과 같이, 깊은 유리와 같은 벽은 반대편이 보이지 않았다.

토시가 말했다.
"계속 전진하지.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두 사람은 얼마 가지않아 거대한 제단과 같이 높아지는 광활한 공간에 도착했다.
"토시, 마치 거인의 나라에 떨어진것 같지않아?" 

신.jpg

노바는 하늘과 같은 곳을 올려다봤다.
그들이 개미처럼 작아보이게 만드는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 혹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의 비현실적인 에메랄드빛 석상.

그것은 옛 지구의 신화. 신의 벌을받아 하늘을 떠받드는 아틀라스와도 같았다.
저그, 혹은 프로토스와도 닮은, 혹은 전혀 다른것 같은 존재가 그들을 고고히 내려다본다.

"이제 이게 뭔지 밝혀낼 차례군. 토시 넌 뭐가 보여?"
"아무것도....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노바도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먼저번과 같다. 
그들은, 가까이 갈수록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그 존재의 발치까지 섯다.

"자 일을 마무리 해야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이상한 행성을 무사히 나갈때까지 임시동맹은 유효해."
토시는 별다른 대답없이, 노바와 같이 손을 뻣었다.

두 사람은 잠시후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일도 없다.

그리고 다음순간, 
토시는 불현듯 깨달았다.

그의 주변은 이제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는 그것조차 알수없었다.

하늘이 자신을 본다.

석상이 움직인다. 
팔, 혹은 그와 비슷한 무엇이 자신에게 뻗어진다.

'아아.....'

정신과 육체는 그에게 벗어나야 함을, 신의 손길을 감히 받아들이면 안됨을 목청껏 외쳤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그 분이 원하시기 때문이다.

토시는 저항 할수없었다. 그 손은 자신을 움켜쥔다. 그는 석상과 하나가 되었다. 그 내부의 존재와 하나가 되었다.

그를 느낀다. 형용할수 없는 공간, 모든 생각, 그리고 시간.

그는 자신을 망각한다. 마지막 의식의 순간 한 가지를 자각한다.

이것은 젤나가의 기억. 사이오닉 에너지를 가진 자만이 볼수 있는, 이한 수정과 비교 할수없는것.

극히 위험한것. 극히 무한한것. 극히 영원한것.
그는 고대 젤나가의 기억과 하나가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순수한 무엇 이었다. 자신같은 세계의 찌꺼기가 감히 존재 만으로도 소멸해야 마땅한 것.
그것은 지각을 초월한다. 모든것을 본다. 그 속에서 그는 완전 이라는 개념속에 튕겨졌다.

그는 모든것을 이해했다. 그는 아무것도 알수 없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완전을 위해 완전을 벗어났다.

우주의 시작과 함께 움직인 운명. 어린 별들과 함께 시작된 우주의 운명.
지각은 목적을 가진다. 운명을 엿보았다. 미래를 본다.

그들은 하나이며 또 동반자다. 운명의 순응자다.
그들은 완전을 위해 첫번째 시도를 한다.

그것은 실패했지만 중히 쓰일 실패다.
그리고 첫번째 분노.

그들의 생각과 다른 개념이 나타났다.
그들은 두번째 시도를 한다.

그들은 소멸한다.
그들은 피한다. 

생명의 탐색. 회복의 열쇠. 존재는 몸을 맡기고 우주를 지난다.
운명은 움직인다. 그것을 기억한다.

우주의 에너지 지점. 한곳에 돌진한다. 
묻는다 하지만 생명을 퍼뜨림이 아니다.

숨는다. 우주와 같이.
긴시간 흐름이 있다.

두려움 연민 분노 허무.
의식은 사라지고 사념이 있다. 분노가 남는다.

새로운 운명이 움직인다. 

찰나의 시간. 이곳에 그들이 다시 찾아왔다.
감정은 눈을 뜬다.



"토시! 토시!"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채, 갑자기 자신을 밀어버리며 쓰러진 악령을 품에 안았다. 

소리치며 토시를 만진 순간, 그녀는 그의 생각을 느낄수 있었다.
어떻게 무의식적인 정신의 방어막이 해제된거지? 그녀는 강렬한 호기심이 솟구치는걸 느꼈다.

'맙소사.....'
그녀는 다음 순간, 무언가 이해할수 없는 것을 본 표정이었다. 

겨우 바닥에 쓰러지는 짧은 시간뿐 이다. 
그 동안, 이 녀석은 도데체 무엇을 본걸까.

기억은 무의미 했다. 
누군가 그녀의 기억을 훤히 보더라도 지금 자신과 같이, 표현할수 없는 것을 가져갈수 없겠지.

하지만 전부 그런것은 아니었다. 모든것을 이해할수 없었지만, 이것은 고대 젤나가의 우주선. 
아니, 그 고대 종족의 목적을 알수없는, 우주의 여러 세계에 생명의 시작을 가져오는 씨앗이었다.

무언가로부터 몸을 피한 젤나가. 그것은 이 행성의 에너지 핵심까지 도망쳤다.
옛날, 이 행성의 생명들을 멸망시킨 미스테리한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것 때문이었다. 

육신의 기나긴 상처와 고통은 그에 깃든 정신을 약화시킨다, 결국 사념만 남은채 지금까지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깨달음. 그것은....

"꺅!"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여성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토시가 눈을 힘겹게 뜬채, 노바의 팔을 움켜잡았다.

"그 생각은 눈을 떳어. 우리가 깨운거야. 그는 이 행성의 저그를 봤어. 그리고 또다른 창조물...."
그는 고통에 떨며 덧붙였다.

"....신은 판단력을 잃었어. 우리를 첫번째 자손으로 착각했어....."
"이봐! 제길 똑바로 말해봐,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그 순간, 석상이 진동했다. 

그녀는 감전된것처럼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노바는 부들부들 떨며, 두팔로 상체를 힘겹게 일으켰다.  

거인 석상의 중심. 원형의 박동과 같은 사이오닉 파동이 응축하나 싶더니, 순간 분출되었다. 

하지만 너무도 의외인 사실은, 휘황찬란한 빛과같은 사이오닉 파동만 피한다면, 그녀같은 유령요원에게조차 피해는 전무했다.

일반적인 사이오닉 능력자나 프로토스의 그것과 달랐다.
좀더 어떤 순수에 가까운, 극히 정순한 에너지.

하지만 그것에 닿은 순간, 그 느낌은 너무도 끔찍했다. 두번째를 견디는 것은 그녀에게도 위험했다.
다만 그것의 범위는 현재 석상의 발끝과 같이 좁았기에, 그녀는 토시를 질질 끌며 두번째 박동에서 피했다.

그녀의 귀로 토시의 마지막 말이 작게 줄어든다.
"피해라 꼬마야.... 고대 창조자의 힘이 폭주한다....."

녀석의 말을 무시하며 힘겹게 후퇴했다. 어느정도 거리를 벌리자 석상을 돌아본다.
다시금 분출하는 에너지 파동에 그녀는 진저리쳤다. 그것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녀의 사이오닉 능력과 휼륭하게 단련된 육신은 방금전의 타격으로 무엇하나 마음대로 가눌수 없었다. 

이토록 무력한 상태라니! 다행히, 파동의 시작과 함께 멀리 그 반투명한 벽은 사라져 있다. 

그녀는 다급히 생각했다. 
그 파동에 먹히기 전에 피해야 해. 저것은 유물이 분명 아니다. 인간인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이제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제 이 쓸모없는 행성에 더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지. 
그렇다면 지금 난 뭘하는 거지? 이제 이 녀석은 필요 없는데.

그녀는 정신을 추스르며, 저격총을 힘겹게 잡았다. 그리고 지친 눈길로 쓰러진 토시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의 명백한 적이었다. 

비록 명령이긴 했지만, 토시의 부하들을 수없이 뉴폴섬으로 가둬버리고 황제의 명으로 암살하려 했으며 그와 새 동료의 사이를 이간질 했다.

그녀는 재차 생각했다.
'왜 날 구해준거지 토시? 너조차 잊어버린 정신. 그 속에 깊히 감춰진 기억은 뭐지? 너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군.'

노바 테라.
자치령의 1급 유령요원.

그녀는 그 정보를 만족했다.
그녀는 자신의 망각을 사랑했다.

그녀는 유령 요원으로서, 중대기밀 유지를 위해 기억소거를 여럿 거치며, 또한 그것에 정신적 거부감이 없도록 철저히 훈련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망각을 사랑했다.

옛날. 망각속에 사라진 헛된 과거의 긴 기억.
그것은 이미 사라져 있다.

그 흔적을 바라보는 그녀의 감정은 무의식의 깊은곳에서 소리쳤다.
과거를 보면 안되. 절대 기억하면 안되.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망각을 사랑했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 
그녀는 토시를 노려봤다.

빌어먹을 악령놈. 결국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해할수 없는 악몽.
고요함 속에 불현듯 다가오는 어두운 마음.

그녀는 그것이 몸서리 치도록 싫었다.

하지만 그것에는, 
종국에는 그녀가 끝내 스스로를 파멸시키지 않도록 하는 어떤 빛이 함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따뜻한 햇살과 같은것. 그 모든 고통을 겸허히 감싸는 어떤것.
처음으로 기대고 싶다고 생각한 그 어떤것.

"과거는 이미 끝난 시간이며 중요한건 지금 어떤곳으로 가고 있느냐 이지."

그것은 어떤 미소가 생각난다.
그래....그것은 누군가의 목소리 인가?

기억보다 옅은것. 그녀는 그 잔상을 남길것을 요구했다.
그녀에게 그것은 가능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목소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의지할수 있었다.

충실한 삶.
그녀는 다시 인류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적들을 상대할수 있었다.

하지만.... 좀더 깊은곳에서 느껴지는 욕구.
좀더 사적이며 쓸모없는 마음.

하지만 결코 잊어선 안되는 그녀의 마지막 사람.
그 목소리는 누구의 것일까.

그 목소리에 의지해 충실히 삶을 이어나간다면, 그 구원을 만날수 있을까.
눈으로 보며, 손으로 만지며, 촉감을.... 상대방을 느낄수 있을까.

그리고 항상 그렇듯, 감정은 이때쯤 그녀를 다시 채찍질 한다.
그녀는 다시 매서운 눈으로 자신의 앞에 쓰러진 악령을 노려본다.

개인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의욕과 목표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기억이 선택적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있다.

그 사건.

토시와 녀석을 따르는 악령. 
놈들은 노바와 같은 유령을 배신하게 만드는 테라진 가스를 이용해, 그녀를 배신하게 만들려 했다.

다행이 그것은 결국 실패했다. 
또한 목소리와 함께 그때의 기억이 남았기에, 저 녀석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도 가질수 있었다. 

그때 노출된 약간의 테라진 가스는, 
그녀를 여느 유령과 좀 다른 존재로 만들고 말았다.

'토시. 너에게 난 뭐지?'

옅은 잔상. 동료들과 다른 약간의 감정.

기계와 같은, 차라리 빛을 몰랐기에 행복했던 로봇. 냉혹한 유령요원.
얼음같은 금속질 괴물은 자신의 텅빈 껍질을 자각한다. 

용해의 가능성을 본 영혼은 스스로를 돌아본다.
차가움. 그렇게 잃어버린 빛을 갈구한다.

그녀는 그후 토시를 볼 때마다. 개인적으로 그의 정보를 찾아 볼때마다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넌 대체 뭐지? '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건 자신을 약하게 만드는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불쾌하게도 그것은, 자신을 기대게 하는 소중한 기억과 닮은점이 있었다.

'토시, 네놈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고맙다고 해줄까? 그렇게 멍청하게 누워있지 말고 평소처럼 이죽거려 보란 말이야.'

그녀 스스로가 생각하고 싶어하는만큼, 단순히 자신의 우선 암살 리스트에 오른 것과 달랐다. 
그렇기에 그녀는, 여기서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의 약속과 달리, 기회가 온다면 죽이고 싶었다. 

유일한 빛 이기에 너무도 소중한것.
그녀의 따스함 속에 침범하려 하는 녀석을 없애고 싶었다.

녀석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일부러 수다스럽게 굴었다.
놀랍게도, 그것이 뜻밖에 잘 먹혔다.

그녀는 자신의 힘이 조금 돌아온 것을 느꼈다. 
그리고 허리에 숨겨진 특수한 단검을 꺼내 들었다.

프로토스의 기술이 더해진 사이오닉 에너지가 칼날에 덧씌워진다.
그녀는 쓰러진 악령을 무감정한 눈으로 내려다 봤다. 한걸음 다가갔다. 

눈을 감은 악령. 거칠고 강인한 무서운 인상. 

'결코 따뜻한 호감이 가는 얼굴은 아니야.'
그녀는 문득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자꾸만 마음대로 날뛰는 스스로의 감정을 쏘아본후, 멀리서 번뜩이는 사이오닉 파동을 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단검을 넣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군.'

그렇다. 결국 이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가.

그녀답지 않게 조금 신경쓰이는 암살 임무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끝났다. 더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

쓰러진채 노바의 등 뒤로 멀어지는 토시.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사이오닉 박동이 넓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것은 곧 그 악령을 삼키고, 몸과 정신을 붕괴시킬 것이다.

노바는 마지막으로 미소지었다.
"잘가 악령. 즐거웠어."




방어선.png

[히페리온 외곽 방어선]

부대원들이 벙커에서 전방을 주시한다.
특공대 전용 통신 채널은 조용했다.

레이너는 병사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하나같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헬멧 바이저 화면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타이커스가 말했다.

"빌어먹을. 이봐 지미 우리들 아무래도 차 행성에 잘못 내려온것 같은데?"

이전의 수준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하늘을 뒤덮는 수준의 저그 비행체. 
끝을 알수없을 정도로 많은 뮤탈리스크의 날개가 펄럭인다. 

그건 샹크투스의 주인이었던 먼지폭풍을 대신한, 저그로 이루어진 폭풍 이었다. 
놈들은 푸른 부분을 잠식하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질 정도였다.

이를 악물던 타이커스는, 레이너가 드디어 그 수석 엔지니어의 통신을 수신했을때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좋아 저놈들 상대 할만한건 뭐든 달라고!'

로리 스완의 털털한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어이 잘난친구! 많이 기다렸지? 뒤쪽 하늘을 봐!

화면에 맷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령관님. 지구에서 온 옛 친구들이 도착합니다.

저그의 폭풍 반대편 하늘로 우렁찬 엔진 소리가 밀려온다.
전투기보다 함선과 유사한 묵직하고 힘있는 배기음. 곧이어 새로운 함선들이 전장 상공에 무수히 도착한다.

타이커스가 스크린을 보며 크게 감탄했다.
"아아 저거 신문에서 봤지! 지구인 놈들이 보낸거 맞지?"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둥글고 각진 외관. 좌우로 달린 헤일로 다연장 미사일 포대. 
대공 전술 함대가 방어선위 하늘을 든든히 채운다.

스완의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그가 껄껄 웃었다.
-설마 이 아가씨를 잊은건 아니겠지 촌놈? 발키리야! 막강한 대공능력을 갖춘 전장의 여신이지!

발키리 미사일 호위함. 

종족전쟁과 함께 시작된 UED 침략군이 동원한, 지구 기술로 만들어진 미사일 호위 프리깃. 

그것은 급변하는 전장에 맞춰 개발된 바이킹 변신 전투기에, 그 개발 노하우를 제공하고 이곳에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잊혀질뻔 했던, 종족 전쟁의 하늘을 지배했던 함선은. 그 옛 전장을 함께 누볐던 영웅들의 요청에 따라 다시 이곳에 나타났다.

스완이 즐겁게 말했다.
-다수의 미사일 포드가 뿜어내는 무적의 대공화력! 절대 현역 장비에 밀리지 않지. 꼭 우리 히페리온 같은 아가씨라고 할까? 특히 지금 상황에 딱일거야!  

추락한 전투순양함 승무원들로 급하게 편성된 공중부대 였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앙 전술시스템의 인도에 따라, 편대는 공중에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사격 순서를 기다렸다. 

레이너가 미소와 함께 공격을 승인한다.
발키리 편대장을 맡은 노익장이자 추락 전투순양함 함장의 얼굴이 스크린에 들어왔다. 잘 정돈된 그의 백발이 반짝인다.

-기꺼이 돕겠소 사령관. 이거 옛날 생각나는군. It's show time.

전방을 뒤덮으며 다가오는 뮤탈리스크의 떼의 붉은 하늘. 지척까지 다가온 저그비행체의 벽.
그리고 반대편, 그것에 대항할 준비를 끝낸 첫번째 열의 발키리 미사일 포대. 

그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인간의 머리위 푸른 하늘로 말 그대로 '뿜어지는' 어마어마한 불의 창.

격돌.

강력한 헤일로 미사일 단 한발이 구역을 통째로 접수하며, 압축된 화력을 개방. 하늘을 찢어발기는 폭발확산을 일으킨다. 
그것은 얇은 날개를 펄럭이며 빈틈없이 몰려들던 뮤탈리스크에 대한 최고의 카운터였다. 

끝이 없을것 같은 무수한 폭발. 저그 비행체의 벽은 말그대로 녹아내렸다.

발키리 최대의 단점은 상대적으로 느린 대응속도와, 일순간 빠른 화력을 뿜어내기 위한 발사후 재장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직한 방어전이며, 이미 대기중이던 2열이 두번째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다.

"와아!"
"전부 쓸어버려!"

지상의 방어선에 선 병사들이, 하늘을 메우며 몰려가는 미사일에 환성을 질렀다.
땅까지 뒤흔드는 막대한 후폭풍. 그 기세에 뮤탈리스크들이 주춤 하기도 전, 다시한번 3열의 미사일이 무더기가 그들을 덮쳤다.

크라첼 병장은 그들 사이에 서서, 자신의 총한발 쏠 필요없이 뮤탈리스크를 학살하는 공중 편대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는 감탄밖에 할수 없었다.
인류를 구할 진정한 영웅들이, 이들말고 대체 누구란 말인가.

공돌신.jpg

비밀작전 마지막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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