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제 동생은 경남의 급식 지원 대상자입니다.
게시물ID : sisa_5841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로소로
추천 : 2
조회수 : 3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03 09:45:04

경남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현재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나이차가 꽤 나는 동생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공무원이셔서 시골에서는 중산층에 속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제가 다니던 학급의 절반가량은 편부모 가정이거나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가정이었습니다. 학생 수가 적어서 가정 상황을 속속들이 알기도 했지만, 친구들의 사정을 더 알게 한 것은 유상급식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급식은 돈을 내야 했습니다. 달마다 급식비가 찍힌 통지서가 나오면 어렸던 우리들은 호기심에 내용을 살피다가 0원 고지서와, 아닌 고지서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방학이 시작할 때면 몇몇 친구들은 우유같은 것들을 한껏 받아갔습니다. 저학년 때는 왜 저 아이들만 주냐고, 차별이라고 선생님께 항의도 했지만 이내 그것이 가난의 징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급의 절반 정도가 가난의 징표를 갖고 있으니 그들이 놀림감이 되진 않았지만, 제가 그들을 가여운 마음을 가지고 대했다는 것은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가세가 기울어 아버지는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니십니다. 농사를 지으십니다. 부모님은 이번에 동생의 급식비를 위해 여러 서류를 제출하고 통과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동생은 0원 고지서를 받아오겠지요. 아직도 제 마음은 제가 학생일 때로 남아있어서 0원 고지서를 받는 동생이 가엾기도 하고, 동생을 다른 누군가가 가여운 마음으로 대할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덧붙여 경남에서 현재 고1들은 가여운 학년입니다. 고등학교를 시험을 쳐서 입학을 했거든요. 수능과 유사한 고입고사를 치고, 고등학교에 지원하면, 성적순으로 잘라내는 제도지요. (심지어 점심시간조차 없었다고 함. 경남 고위직 공무원들은 밥도 안 먹고 사나봄.) 소재지에 고등학교가 없는 작은 중학교들에서는 혹시 아이들이 지원한 고등학교에서 떨어질까봐 모두 하향지원을 했습니다. 원래 비평준화 지역이었지만 가장 성적이 높은 고등학교에서도 면단위 아이들이 한둘씩은 입학을 했는데, 올해는 그마저 없습니다. 모두 실업계 고등학교에 지원을 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던 것에는 이 고입고사도 한 몫을 했는데요, 교육감은 당선되자마자 고입고사를 없애버려, 현 고1들은 고입고사를 치른 유일한 학년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이제 야자를 하려면 저녁도 먹어야 해서 급식비는 올라가는데, 급식비까지 내야하네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