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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만났던 그 루시 (닉언죄있음)
게시물ID : cyphers_1136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ny
추천 : 12
조회수 : 46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4/04 10:23:50

실화임


이거쓴다고 2시간날린거같다.



리스폰존 샬럿은 여섯 시가 넘도록 점프기어 한구석 자기 자리에 멍청하니 앉아 있었다.

무슨 미진한 사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타는 벌써 집어치운지 오래고 그야말로 멍청하니 그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다른 아군들은 눈으로 점프기어를 밀어 올리다시피 리스폰을 기다려 후다닥 나가 버렸다.

그런데 버거도 못 먹은 샬럿은 허기가 나서만이 아니라 갈 데도 없었다.


"샬럿님은 안 나가세요?"


이제 립핑를 해야 할테니 그만 나가달라는 투의 이글의 말에,

샬럿은 다 낡아빠진  작업복  호주머니에 깊숙이 찌르고 있던 두 손을 빼내어서 무겁게 키보드 위에 올려 놓았다.


"나가야지."

하품 같은 대답이었다.

클레어는 저쪽 구석에서부터 레이져빔을 하기 시작하였다. 150원이 사정없이 샬럿의 얼굴로 몰려왔다.

샬럿은 어슬렁 일어섰다. 3번타워 모서리 통로로 갔다. 비구름의 물을 립에게 부었다.

 센티넬을 끝에서부터 가만히 물 속에 담갔다.


(중략)

그러자 이번엔 비구름 밑바닥에 한 루시의 얼굴을 보았다.

샬럿의 눈을 마주 쳐다보는 그 루시는 얼굴의 온 근육을 이상스레 히물히물 움직이며 입을 비죽거려 웃고 있었다.

이마에 길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 밑에 우묵하니 패인 두 눈, 까깡진 볼,

 날카롭게 여윈 턱, 송장처럼 꺼멓고 윤기 없는 얼굴 그것은 까마득한 트롤의 한 루시였다.

부채 끝에, 모난 링을 하나  아무렇게나 잡아매서 들고,

본진속에 남겨 두고 나온 아군들을 위하여 온 종일 트와일라잇속을 맨발로 헤매고 다니던 루시.


루이스? 그건 용기가 부족하다.

휴톤? 힘이 모자란다.

카인? 너무 날쌔어서.

트리비아? 그놈은 하늘을 난다.

클레어? 클레어. 그래, 그놈 쯤은 꽤 때려 잡음직하다. 그런데 그것마저 요즈음은 몫에 잘 돌아오지 않는다.

적군이 너무 많다. 통신기 클레어 보다도 더 많다.

그래도 무어든 들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루시는 언덕 잔등에 무릎을 꿇고 앉아 비구름에 손을 씻는다. 파란 물 속에 빨간 노을이 잠겼다.

끈끈하게 적군의 손에 묻었던 피가 노을빛 보다 더 진하게 우러난다.

무엇인가 때려잡은 모양이다. 루이스? 휴톤? 카인? 트리비아? 샬럿?

그런데 루시가 들고 일어선 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보기에도 징그러운 리스폰.

그것이 무슨 트롤의 데스인지는 루시자신도 모른다.

루시는 그 적군의 머리도 꼬리도 못 보았다.

누군가 안개 속에 숨어 버린 것을 죽고오는 것 이었다.

샬럿은 옆에 놓인 철거반을 집어 들었다. 마구 두 손바닥으로 비볐다. 우구구 까닭모를 울분이 끓어 올랐다.


(중략)

 루시는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지붕을 뜯어 덮은 처마가 어깨를 스칠 만치 비좁은 골목이었다.

(중략)

아래가 잔뜩 잡힌 채 비틀어 진 점프기어틈으로 아군의 루시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자! 가자!"

미치면 목소리마저 변하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이미 루시의 쾌활하고 부드럽던 그 목소리가 아니고,

쨍쨍하고 간사한 게 어떤 딴 사람의 목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샬럿의 얼굴에 걸레 썩는 냄새 같은 것이 확 풍겨왔다.

철호는 문안에 들어선 채 우두커니 아랫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샬럿은

협력전 시절에 와이존에서 트롤러를 본 일이 있었다. 그건 꼭 솜 누더기에 싸놓은 트롤이였다.

흰 머리카락은 한 오리도 제대로 놓인 것이 없었다. 그대로  트롤이였다.

그 루시는 벽을 향해 돌아누워서 마치 딸국질처럼 어떤 일정한 사이를 두고, 가자 가자 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해골 같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쨍쨍한 소리가 나오는지 이상하였다.


샬럿은 언덕으로 으로 올라가 털썩 벽에 기대어 앉아버렸다. 가슴에 커다란 납덩어리를 올려놓은 것 같았다.


정말 엉엉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다. 눈을 꼭 지리 감으며 애써 침을 삼켰다.
 

오 분 전까지만 해도 샬럿은 타워에서 돌아오면 루시야 알아듣건 말건 그래도 '루시님 지금 들어가시면 안돼요.'

하고 설명을 하곤 하였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마저 안하게 되었다.

그저 한참 물끄러미 굽어보고 섰다가 그대로 본진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컴컴한 구석에 앉아 있던 이글이 슬그머니 일어섰다. 옥스혼 바지 무릎을 한쪽은 꺼멍, 또 한쪽은 회색으로 기웠다.

딸피가 되어서 꼬옥 배를 안은 이글는 몽유병자처럼 샬럿의 앞을 지나 나갔다.
 

본진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분명 벙어리는 아닌데 이글은 말이 없었다.


"샬럿님."

샬럿은 누가 꼭대기를 쿡 쥐어박기나 한 것처럼 흠칠했다.

바로 옆에 사십오랩 되어가는 적 루이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샬럿을 쳐다보고 있었다. 샬럿은 루이스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웃어 보이려는 샬럿의 얼굴이 도리어 흉하게 이지러졌다.




"나아, 너네팀 루시가 나이롱 바지 사준댔다."

"응."

"그리구 신발두 사준댔다."

"응."

"그러면 나 휴톤하고 호자 구경간다."

"……"

샬럿은 그저 루이스의 초록색으로 뜬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자! 가자!"

본진에서 또 루시의 그 저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타워를을 두고 따여와도 전연 모를 그 어떤 딴 사람의 목소리.

샬럿은 또 눈을 감았다. 머릿 속의 뇟줄이 팽팽히 헤어졌다.

두 주먹으로 무엇이건 콱 때려부수고 싶은 충동에 샬럿은 어금니를 바스러져라 맞씹었다.


(중략)

샬럿은 천천히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다들 어디갔어?! !"

샬럿은 멈칫 섰다. 낮에는 이렇게까지 멀리 들리는 줄은 미처 몰랐던 루시의 그 소리가 골목 어귀에 까지 들려왔다.

"다들 어디갔어?! "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골목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샬럿은 다시 발을 옮겨 놓았다. 정말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그건 다리가 저려서만이 아니었다.



"가자!"

샬럿이 그의 집쪽으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그만치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가자는 것이었다.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적팀안으로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리스폰창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렇게 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루시가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던 말이었다.

와이존, 그것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루시에게만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난 모르겠다. 암만 해도 난 모르겠다. 와이존. 그래 거기에다 하늘에 꾹 닿도록 담을 쌓았단 말이냐 어쨌단 말이냐.

 와이존으로 제가 간다는데 그래 막는 놈이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죽어도 와이존에 돌아가서 죽고 싶다는 루시였다. 그리고는,

"이게 어디 사람 사는 게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하며 한숨과 함께 무릎을 치며 꺼지듯이 풀썩 주저앉곤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샬럿은 .

"루시님 안 들어가시면 안되요?"

하고, 아군곁이니까 이렇게 생명을 부지하고 살 수 있지, 만일 홀로 닥테하러간다면 당장에 죽는 것이라고,

아군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갖은 이야기를

다 예로 들어가며 루시에게 이해시키기란 너가 지금 하는짓이 트롤임을 인식시키기보다도 몇 백 갑절 더 힘드는 일이었다.

아니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했다.

 그래 끝내 샬럿은 루시에게 팀플레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일을 단념하고 말았다.


(중략)


"클레어야 이젠 정말 가자. 데것 봐라. 담이 홈싹 무너뎄는데 적팀의 타워가 테렇게 무너뎄는데 야."

그때부터 아군 루시는 완전히 정신이상이었다. 지금의 원딜러, 그것은 이미 아군 루시는 아니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그것이 아군 루시일 수는 없었다.

세상에 자기 포지션 마저 알아 보지 못하는 원딜러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 시점부터 루시는.

"가자! 가자!"

하고 저렇게 쨍쨍한 목소리로 외마디 소리를 지를 뿐 그 밖의 모든 것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있었다.

샬럿에게 있어서 지금의 루시는, 말하자면 걸어다니는 립에 지나지 않았다.


 







마지막 트루퍼가 따였다.

샬럿은 비구름를 놓았다. 그리고 반대편 가운데 통로께로 가서 돌아서고 말았다.

 그것은 분명히 슬픈 감정만은 아니었다. 뭐라고 말할 수 조차 없는 숯덩어리 같은 것이 꽉 목구멍을 치밀었다.

정신이 아뜩해지는 것 같았다. 하품을 하고 난 뒤처럼 콧속이 싸하니 쓰리면서 눈물이 징 솟아올랐다.

철호는 앞에 있는 커다란 유리를 콱 머리로 받아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어금니를 꽉 맞씹었다. 찌르르 벨이 울렸다. 덩커덩 전지가 움직였다. 샬럿은 호자 등짝에 어깨를 가져다 기대고 눈을 감아버렸다.




"가자!"

또 루시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샬럿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도 마저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클레어는 루시쪽을 향하여 돌아 누웠다. 한쪽 손을 마저 내밀어서 두 손으로 루시의 버러지 같은 손을 감싸 쥐었다.



"가자!"

클레어의 손을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 루시는 또 한 번 허공을 향해 가자고 소리 질렀다.

"루시님!"

클레어의 낮은 소리였다. 클레어은 두 손으로 감싸 쥔 루시의  손을 가만히 흔들었다.

"가자!"

 "루시님!"

기어이 클레어는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샬럿은 루시의 손을 끌어다 자기의 입에 틀어막았다.

"루시님 들어가시면 안되요!!'

숨을 죽여가며 참는 클레어의 울음은 한숨으로 바뀌며 루시의의 부채를 입안에서 잘근잘근 씹어보는 것이었다.

"겁내지 마라."


옆에서 루이스가 잠꼬대를 했다.

"가자!"


어머니는 루이스의 손에서 드라이에  걸려가지고 다시 오전광으로 돌아누워버렸다.







적군이 즉리가 되었다.

이제 빨리 집으로 돌아가 기방을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샬럿 다시 점프기어로 나왔다.

마침 아군 클레어가 왔다. 샬럿은 손을 한 번 흔들었다.


"모두, 돌아와 주세요!"




아군들은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샬럿이 돌아오라고 하는 까닭이었다.

클레어는 줄지어 달려오는 적군들의 사이가 생기기를 노리고 있었다.

저만치 철거반의 행렬이 좀 끊겼다. 클레어는 E키를 잔뜩 비틀어 쥐었다.

이글이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궁을 틀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루시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와이존으로 가."

루시는 갑자기 와이존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샬럿은 다시 핑을찍었다. "모두, 돌아와 주세요!"


 그때에 또 뒤에서 루시가 소리를 질렀다.


"선수필승! 가자!."

눈을 감고 있는 샬럿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루시는 이미 죽었는데 하고.

 이번에는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루시는 돌진했고, 곧 적군 루이스가 왔다.


"덤벼보시지!."

샬럿은 눈을 떴다. 상반신을 번쩍 일으켰다. 그러나 곧 또 털썩 뒤로 기대고 쓰러져버렸다.

"모두 돌아와 주세요!!!."

"와이존입니다. 손님."

적 휴톤이 이글을 던져버리고는 말했다.

"가자."

루시는 여전히 돌진하고  있었다.

"돌아와 이년아!."

"ㅎㅎ 겜터짐."

"허 참 딱한 샬럿이네."

"……."

"취했나?"

루이스가 힐끔 샬럿을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같은 트롤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루이스는 샤드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샬럿은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루이스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샬럿의 입에서 흘러 내린 선지피가 흥건히 그의 레인코트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채,

타워의 파란불 밑으로 루시는 내 머리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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샆창문학의 대표주자이자 선구자인 월화씨께, 감사와 이글을 바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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