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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 읽지마라
게시물ID : phil_98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속의당나귀
추천 : 10
조회수 : 1196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4/10/01 10:12:20



저는 손자들에게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철학사 읽지마라"

왜 제가 이런 말을 했냐구요? 

인생은 짧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1000명이 있으면,

그 중에 990명, 즉 절대다수가 

철학사 또는 교양서로 철학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말하자면, 

철학에 대한 모독입니다.

철학의 진정한 가치는 대화와 소통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 

또한 무한한 사유의 지평이 열어주는 그 끝없는 가능성의 세계에 있는 것입니다.

혹여나 여러분이 주화입마를 떠올리신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주화입마라고 말씀드립니다. 

철학이 전통의 굴래에 붙잡히기 시작할 때

여러분이 잃어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자신만의 목소리입니다.

그것은 다른 이들이 대신할 수 없는, 오직 여러분의 목소리입니다.

이러한 자기자신만의 사유가 끊임없이 도처에서 넘쳐날 때에,

비로서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열매가 맺는 것입니다.

저 오랜 과거의 영광, 

즉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처럼 말입니다.

반면, 주입식 교육을 받듯이 철학의 역사를 달달 외우고

그 흐름을 기계적 도식으로 따라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세요.

밤샌 고뇌로 감지않은 머리와 눈가에 생긴 다크서클,

군대군대 피어난 흰머리카락이 그들의 병든 노년을 예견하듯 보여줍니다.

우스꽝스러운 그들의 모습은 얼핏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철학이 병든 이유는, 

그것이 바로 디튀람보스 시인의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총대를 메고 여러분에게 진실을 고발컨데,

철학의 역사는, 곧 비극의 역사입니다.

철학이 감정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프로이트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걸출한 심리학자들이 탄생한 이후의 일입니다.

참된 지혜는 결코, 

가르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융의 말을 인용하자면, 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옛날, 철학자들 사이에 일부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철학자들이었지만, 철학자들을 혐오했죠.

아 그들은 물론, 플라톤의 진정한 후예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철학의 귀중한 보석함을 열고

거기서 가장 빛나는 보석을 훔쳐서 달아납니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과학자들입니다.

그 보석의 이름은 바로 과학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가장 빛나는 보석으로 명성을 얻고 세력을 확장했지만

보석의 아름다움에 너무나 도취된 나머지

더 중요한 것을 잊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목소리입니다.

철학사? 몰라도 됩니다.

개똥철학? 해도됩니다.

그게 여러분의 수준이에요.

만일, 자신이 플라톤은 커녕, 철학사도 모르는데

말하자면..누가 좋을까요.. 이렇게 합시다.

하이데거를 읽는다고 칩시다. 

(혹은 베르그송을, 혹은 하버마스를 읽는다고 칩시다)

하이데거는 현존재니 실존재니 자신만의 개념을 떠드는데, 

많은 이들의 '상식'은 존재를 탐구했던 철학의 역사를 알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철학과 교수들이 학생들의 돈을 삥뜯기 위해 사용한, 뻥입니다. 

(철학의 전통이 주는 그들의 권위를 위해! 무질서한 담론의 무한한 양산을 저지하기 위해!)

저는 오래 전, 철학의 철자도 모르는 수학과 친구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순간에야 

비로서 깨달았습니다.

그 친구가 핵심을 간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자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하면, 그 문제가 (플라톤이 메논에서 언급했듯) 기하학적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기하학적입니다.

만일, 그것이 역사를 통해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것이었다면, 

그것은 여러분, 단언해서 말씀드리건데

거짓말입니다. 혹은 거짓말에 대한 고발입니다.

그리고 철학은 거짓말의 역사 혹은 거짓말 고발의 역사입니다.

그런 것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 한분한분은,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보는 눈은, 철학의 역사가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을 이해하실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볼줄 아는 눈입니다.

철학사를 공부한다고, 그것을 죽이지 마세요.

스스로 사유하십시요.

가장 훌륭한 사람은 스스로 모든 것을 깨닫는 사람이다.

헤시오도스의 말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주는 가르침의 가치를 깨닫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시대를 앞서나가는 자는 언젠가는 시대에 쫓기기 마련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입니다.

사유하기 귀찮다면, 안해도 됩니다.

생각같은 것은 하지않기를 추천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에게 걸맞는 수준입니다.

여러분은 사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자연의 여신은 여러분의 헛소리들이 

진리가 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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