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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을 만나다.
게시물ID : bestofbest_987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hrZ
추천 : 906
조회수 : 59708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2/08 00:09: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2/07 22:26:18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


1년.. 2년.. 


어느새 서로의 소식도 모른 체 흐른 시간이 5년이 돼버렸구나.


너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난다.


서점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밝게 인사하던 너는


어딘지 모를 설렘과 신비함으로 날 가득 채웠었다.


그리고 처음 소개하는 날 빵터졌는데ㅋㅋ


넌 나보다 6살이나 어린 친구였지ㅋㅋㅋ


대학생이던 나에게 고등학생을 소개해준 놈도 웃기지만


그 자리에 나온 너도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ㅋㅋ


사실 어린 느낌은 별로 못받았어. 


왠지 모를 성숙함과 172라는 큰~키에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지


여고생 특유의 발랄함과 상콤함, 톡톡튀는 성격과 같이 있기만 해도 수다쟁이로 만드는 너는


오글거리지만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우리 말은 안해도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했었나보다.


서로 먼저 약속잡고, 연락하고 이러는게 맞나 싶은 생각보다도 너랑 같이 있는게 너무 즐거우니까


그걸로 된거지, 그 외 생각은 하기 싫었지..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 관계를 재밌게 활용하고 싶었어. 


야자시간에 미리가서 기웃기웃 거리며 학교에서 나오는 널 납치하든 끌고 


간단한 분식을 먹으면서 집까지 걸어가고 그랬는데ㅎㅎ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에 가서 같이 공부하고 알려주고 그랬는데ㅋㅋ


수학문제 하나씩 알려줄때마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예쁜얼굴과 큰 키, 긴 생머리에 발랄한 너는


대학생활에 지친 나에게 새로운 활력소이자 탈출구였던 것 같다.


참 신기하게도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지.


우리아파트와 너네 아파트 사이에 있는 초등학교, 우리 거기서 참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아.


같이 손잡고 1바퀴만 얘기하고 집가자구한게 2바퀴, 3바퀴가 되고ㅎㅎ


그땐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아쉬웠어.


그 학교 담벼락 외진 가로등 밑에서 0.1초 혀가 닿았단 걸로


첫키스 했다고 우기는 너ㅋㅋ


아직 미성년자인 너에게 뭘 할 수 있겠니. 스무살까진 지켜줘야지ㅋㅋ


우리 여행도 갔었지.


과외비 탈탈 털어서 굉장히 큰 팬션을 잡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너랑 제일 친한 친구도 같이 갓는데


바베큐 파티도 하고 오락도 하고, 와인도 술이라고 못마시게 했더니 풀이죽어있어서.... 건내준 포도쥬스를


우아하게 마시던 너.ㅋㅋㅋ


일부러 방잇는 곳을 잡고 거실에서 자고있는데 새벽에 몰래 내 이불속으로 들어온 너ㅎㅎ


물론 나는 그대로 너를 들고 다시 방에 가둬놨지만ㅋㅋㅋ


얼마나 기분 좋고 나름 아쉬웠는지 몰라ㅋㅋㅋ


바다가고 싶단 소리에 느닷없이 2시간을 달려 30분 바다보고 다시 오기도 했었지.


늘 신나고 재밌는 우리에게 큰 문제는



너희 부모님이었지..


내가 준 편지를 발견하시고 크게 화나셔서 나에게 전화가 왔었어. 그만 만나라고


알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한순간에 되는게 아니잖아.


우린 몰래몰래 연락하기위해 별 짓을 다했던거 같다.ㅋㅋㅋ


우리만의 암호를 만들고, 우리만의 문자방법을 만들고.


나는 내 핸드폰 번호도 바꿨었는데ㅎㅎ


007처럼 몰래 만나고 그런 곳도 전부 좋게 생각하자며 밝게 웃고 그랬는데


그것도 결국 걸렸지 뭐야ㅎㅎ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되버렸네..


난 니가 20살이 될때까지 기다린다 했고, 넌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했지.


그 뒤로 연락이 끊겼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너에게 많이 기대고 좋아했었나 보다.


생각보다 너를 더 많이 좋아했었고 많이 그리워했어.




연락이 두절된 채로 3달 후


너를 다시 불러냈어. 그 초등학교로..



아직 너를 기다리고 그리워한다는 말을 듣고 웃으면서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 라고 대답하던 너,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라는 말을 듣고 나직하게


아니야. 우린 여기까지라고 대답을 하는 너.


다음 약속이 있는 건지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하는 널 보며


나 혼자 바보가 된 것 같아 얼른 그자리를 피해버렸지.


이제야 뭔가 정리되는 것 같더라. 미련도 사라지고


졸업을 앞두고 나도 무언 가를 해내야 할 시기였으니까.



그리고 몇 달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났어.


지금도 만나고있는 결혼할 사람이야.


이 사람은 내가 가진 모든 운을 다 써서 만났다고 할만큼


너무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야. 혹시 모를 맘에 만날 때부터 부모님께 인사드렸지.ㅋㅋ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사람이야.


우리가 헤어진게 서로 싫고 싸워서 헤어진게 아니라서


칼로 잘라내듯 미련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을 만나면서 너에 대한 기억마저 조금씩 흐려지더라.


그만큼 좋은 사람이야.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나 니가 이 글을 읽을까.. 그럼 직접 전할 수 없는 내 이야기를 너에게 조금은 전달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를 소개시켜준 애가 알려줬어.


3달 후 처음으로 만났을 때


내가 아직 못잊었다고, 다시 만나자고 했을 때.. 울음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면서..


억지로 웃고 나 못쳐다 보니까 핸드폰 보고 내가 자리 떠나자마자 그 학교에서 펑펑 울었다면서..


좋은 사람만나라고 빌어줬다면서.. 


부모님때문에 내가 힘든게 미안해서 나도 미련버리게 하려고 했다면서...


왜 그때 말하지 않았냐. 몇 년이 지난 후 날 무너지게 하는구나.



그렇지만 미안하다. 


난 너의 바람대로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있어.


이제야 너의 속마음을 알게되었지만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네.


사랑은 타이밍인가보다. 너라는 좋은 인연도 지금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내가 겪어야할 인연이었나 보다.



너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다.ㅎㅎ 그건 너도 알겠지.


너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락을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이곳에 글 쓰네.



재밌는건 그 초등학교.. 나이제 거기서 일한다.ㅋㅋ


초등학교 선생님 됐다. 


체육수업할때나 운동장을 볼때면 문득 생각 나더라.


자기는 힘들어도 나를 끔찍히 위해주던


18살의 꽃같던 너를ㅎㅎ



언젠가 한번 길을 걷다 마주치게 되면 그때서야 안부를 묻겠지?


잘 지내고 있었니..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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