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우리는 타인과 조우하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며,
그 착각이 주는 달콤함과 씁쓸함 사이를 길 잃은 사람처럼 헤매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_백수린, <폴링 인 폴> 중에서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잠시 몇 마디를 나누다가도 그 사이에 발견한 공통분모에 마음을 빼앗겨,
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해보고 싶었다.
흥분하며 나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상대가 필요했고,
나를 알려주기에 급급해 서로의 교집합의 크기를 늘리려고 애를 쓰고 싶었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로 활활 타오르는
때로는 타오르는 증오가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세상을 저주하며 어린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고
내 어리석음을 그저 그윽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돌렸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순 없는걸까하고 생각해봤다.
내가 너를 이해해야 너가 나를 이해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롯이 나만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사람을 바라왔구나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부르고 진실한 마음에서 가장 가깝게 만나는 그 순간부터
정신을 차리고보니 너는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잠시 후에는 꺼억 꺼억 목놓아 울었다.
같은 공간에서 울지 못한 나는 너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써 외면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두려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삶이란 마침내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위에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이니까 흘러가면 그뿐이라고 위로하는 것이 전부였다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되고 너의 괴로움이 나의 괴로움이 되었을 때
나는 그 고통 아래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한 인연으로
너의 그 껍데기 몇 센티미터 아래 무엇이 있을지 모르던 날들이 더 기뻤으리라
알아간다는 것의 무력함 앞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