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여직원 ID 30여개 수사 묵살" 파장
경찰 '상식밖 수사'… 여론조작 실체 파악에 손놓고 있었다
김씨 개인에게만 초점 '조직적 개입'엔 소홀
사이버수사 전문가, 대선 끝나자 모두 철수
"지휘부 의지 부족땐 직권 남용에 해당"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208024307711&RIGHT_COMMENT_TOT=R1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이 김씨의 아이디 16개와 관련된 30여개 아이디의 존재를 일찌감치 확인하고도 실체 파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에 임하는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사건의 핵심쟁점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냐는 데 있지만 경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 고발장만 들먹이며 김씨 개인에게만 맞추고 있는 듯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경찰의 상식 밖의 수사태도는 여러 대목에서 확인된다.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존재가 드러나자 경찰은 13일 김씨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을 압수해 하드디스크를 분석했다. 그로부터 3일 뒤인 16일에는 "김씨가 대선 관련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의 사이버수사 전문가 10여 명이 전격 투입됐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우리 수사관들의 실력을 믿는다"고 수 차례나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이 막을 내리자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전문가들은 대부분 철수하고 서울 수서경찰서 인력을 중심으로 김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다.
더욱이 경찰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의지한 인사는 경찰 내 사이버 전문가가 아니라 참고인인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 운영자 이호철(41)씨였다. 오유 사이트 구조를 잘 아는 이씨는 데이터베이스(DB) 전문가가 아니다. 이씨는 김씨가 작성한 글과 유사 글을 찾기 위해 10여 차례나 경찰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조건문(쿼리)을 만들어 돌렸다. 이 과정에 이씨는 경찰과 함께 의심스러운 추가 아이디들을 찾아내 국정원의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실무팀 판단과 달리 경찰 상부에서는 민주당 고발장에 적시된 김씨 혐의가 우선 입증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관련성이 드러난 30여개 아이디는 지난달 중순 확인됐지만 경찰은 최근에야 조사에 착수해 아이디 소유자의 실체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경찰은 대선 직전 인터넷 공간에서 김씨와 같은 활동을 한 김씨 지인 이모씨의 신원을 확인하고도 역시 한 달이 다 돼가도록 한 번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
고발장 내용이 우선이라는 경찰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소ㆍ고발 사건을 다루다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게 일반적인 수사방식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할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안이다. 이에 대해 수서경찰서 고위 관계자는 "이씨의 수사요청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고, 본청이나 서울경찰청에 수사인력지원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