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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여든 네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9891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2
조회수 : 1230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2/16 03:58:11
원본글 작성시간 : 2014/12/09 16:43:58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ILuZ&articleno=1498161&categoryId=98160&regdt=20100706221850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F3gKF



1.gif

여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박수를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어지는 누운물

 

저녁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줄

손수건으로 꼭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니다







2.gif

신현림,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담배불을 끄듯 너를 꺼버릴 거야

 

다 마시고 나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나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일이었고

희망의 트럼펫이었다

지독한 사랑에 나를 걸었다

뭐든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네 생각 없이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해질녘 풍경과 비와 눈보라

바라보는 곳마다 귀신처럼 일렁거렸다

온몸 휘감던 칡넝쿨의 사랑

그래 널 여태 집착한 거야

 

사랑했다는 진실이 공허히 느껴질 때

너를 버리고 나는 다시 시작할거야







3.gif

윤중호, 죽지 않기 위하여




춥다

곱은 손을 비비며 아침을 맞는다

성에 낀 유리창에 손톱으로

나는 오늘 아침에도 숨을 쉰다라고 쓴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죽지 않기 위하여

몇 번 부대끼며 거리로 나서면

한 번 더 우스워지는 꿈

생각할 줄 안다는 가장 빛나는 선물로

우리는 이만큼 슬펐잖은가

 

삶의 이유를 죽음에서만 찾아야 하는

우리들의

마른하늘을 위하여

마른기침과 변신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나와 내일을 위하여

입김으로 곱은 손을 녹이며 쓴다

살아야지 살아야지







4.gif

이종인, 너에게로 가는 비




창 밖에는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비가

고집스럽게 내리는데

이제는 가야 한다고

떠나야 한다고 수없이 뇌어보지만

있어야 할 곳도

떠나야 할 곳도

지우지 못한 이야기로 남아

손에 든 사랑은 비에 젖어 부풀어 오르는데

약속도 없이 기다리는 당신의 땅에도

당신이 들고 있는 사랑에도

하루종일 비가 오는가요

오늘 버려야 할 것에도 정은 남는 것

정처없이 길을 걷다가

그 길 끝에서 당신을 만나지 못해

다시 새 길을 내어 보지만

당신 눈동자 같은 새 길을 내어 보지만

멈추지 않는 비는

가슴에 수많은 추억만 찔러놓고

새로 난 길을 차지하고 앉아

포기할 수 없는 그리움

싸늘히 지우는데







5.gif

김종목, 그런 사랑으로 살다 가고 싶다




깊은 강물이 아니라

얕은 강가를 흐르는 맑은 물처럼

그렇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눈도 맑게 마음도 깨끗하게

얕은 강물처럼 흐르고 싶다

 

흐르는 강물을 거스리지 않듯

흐르는 세월에 몸을 맡겨 둔 채

 

하루의 노동만큼 먹고 마시고

주어진 시간만큼 평안을 누리고

그러다 오라하면 가면 그만인 인생

 

굳이 깊은

강물처럼 많은 것을 거느리고

많은 것을 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저 졸졸졸

흐르는 얕은 강가에서

누구든 손발을 씻을 수 있고

 

새와 짐승들도

마음 놓고 목을 축일 수 있는

그런 사랑으로 살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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