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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고백받은 썰.ssul
게시물ID : humorstory_4349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랑의큐피트
추천 : 2
조회수 : 27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12 18:10:04
초등학교 4학년때인가 미술 시간이었다

그날 미술 수업이 다 끝나갈 무렵 선생님께서 다음 미술 수업에 대해 설명하시는데 2인 1조로 짝을 이루고 그 중 한 사람의 얼굴을 정한 뒤 특정부위를 나누어서 거울을 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얼굴과 상대방이 보는 나의 얼굴을 같이 그려나가는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가장 흡사하게 그리는 조한테는 그 때 당시 인기였던 짱구는못말려 CD게임을 각 각 하나씩 준다는 소리까지 하셨다.

상품이 걸렸다는 소리에 미술좀 한다고 평소에 방구좀 뀌던 녀석들 주위로 반 애들이 금세모이기 시작했다.

나도 친구 덕좀 볼려고 미술학원을 다닌다는 녀석 옷소매를 꼭 잡고 절대 놓지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수업을 정리하면서 "다음 미술 시간까지 좋아하는 사람 하고 2인 1조로 짝을 이루세요" 하고 말하고 교실을 나가셨다.

반 아이들은 순간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는지 교실에 정적이 찾아오고 단체로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 멍청하고 순진한 어린 놈들이 좋아하는 사람하고 짝을 이루라는 말을 평소부터 마음에 품어두고 있던 흠모하는 상대와 2인 1조로 짝을 이루라는 말로 해석들을 한 듯 보였다.

몇몇놈들은 절대 그럴리가 없다며 노발대발하며 정신들좀 차리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자세히들 보니 평소에 여자애들에게 미움만 받던 놈들 뿐인지라 그 말에는 전혀 신뢰가 담겨져있지 않았다.

급기야 그놈들은 남자 부반장을 시켜서 선생님한테 다시 언질을 받아오라고 교실밖으로 쫓아내기까지 하였다.

부반장이 나가고 난 후에도 녀석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재판에서 패소한 죄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교실 한 켠이 어수선해서 그 쪽으로 눈을 돌리니 그 쪽에선 이미 거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평소에도 남자반장을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던 여자 반장이 남자 반장에게 큰 맘 먹고 고백을 하기 위해 한 껏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수련회때부터 둘이 같이 돌아다니던 폼새가 수상치 아니하여 절대 저 둘을 같이 둬선 아니된다 하는 남자아이들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지만 오늘같이 이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선생님의 허락 아닌 허락이 떨어지니 우린 차마 말릴 틈도 없이 일이 진행되었다.

남자 반장도 내심 싫은건 아닌지 입가에는 보기 싫은 미소가 가득했고 그 주변을 다른 여자애들이 장사진을 친 듯이 지켜보며 사겨라 사겨라 하며 쓸데없는 훈수를 두고 있었다.

결국 남자 반장이 여자 반장의 손을 잡으니 여자아이들은 만세삼창을 하고 남자아이들은 한 쪽 구석에서 친구를 잃었다는 마음에 깊은 탄식을 흘렸다.

난 소인배가 아니기에 앞에선 같이 환호해 축복해주고 뒤에선 저 녀석을 어떻게 뽕빨내버릴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첫 고백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반 분위기가 한층 더 들떠오르기 시작하니깐 여기저기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처음엔 여자아이들이 남자애들에게 고백하는 모습만이 속속 보였지만 후에는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에게 먼저 고백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고백을 하는 곳마다 나타나 빙 둘러싼채 사당패마냥 소란을 피워대는 아이들 때문인지 싫다며 거절하는 것 없이 고백하는 족족 모두 커플이 되며 좋다고 실실대며 수줍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나도 내심 누가 나한테 고백하지 않으려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나 하면서도 한편으론 집 나간 남자 부반장이 어서 희소식을 가져왔으면 하는 생각에 옆에 있던 친구녀석 옷소매를 더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저기서 알콩달콩하면서 얼굴 붉히고 히히 대고 있자 한 쪽 구석에서 부반장을 애타게 기다리던 못난 놈들 중 하나가 떠들기 시작했다.

"너희들 이런식으로 먼저 해봤자 부반장이 돌아오면 다시 새로 짝 해야될껄? 멍청한 놈들 바보 같은놈들"

보는 사람마저 비참해질 정도로 그 녀석은 꿋꿋이 자신의 말을 설파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흐름을 타기 시작한 반의 분위기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거늘 어찌 신성한 배움의 장소에서 이 무슨 파렴치한!"  

나중가서는 횡설수설해졌지만 내용은 대충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때마침 교실 문이 열리면서 남자 부반장이 들어왔다.

희망을 놓치 않았던 못난 놈들은 남자 부반장에게 득달같이 달려가 마라톤 전투에서 승전보를 가져다 준 전령처럼 너도 우리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주렴 하며 일말의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제 와서 뭐라 한들 고백해서 한 조가 된 놈들을 강제로 헤어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좁쌀만한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커플이 된 놈들은 된 놈들이고 이제부터라도 분위기 반전을 꾀해 이 이상은 뜻대로 이루어지게 둘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반장의 주둥이에서 아까 전 선생님이 했던 말과 같은 말이 떨어지자 못난 놈들 중 한 놈은 어찌나 흥분했는지 자신의 눈을 까뒤집으며 자세히좀 얘기해보라고 고성을 질러댔다. 

그러나 그런 못난 놈을 밀쳐내고 여지껏 남자 부반장을 기다렸다는 듯 여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남자 부반장을 금세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나가 있느라 그 동안 반에서 무슨 사단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리 없던 남자 부반장은 자신을 둘러싼 여자아이들을 보고 불안함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등 떠밀리듯이 나온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고 둘 사이에 기묘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눈치가 좋은지 남자 부반장 녀석도 분위기를 읽은 듯 싶더니 얼굴에는 금세 남자 반장하고 똑같은 쳐 보기 싫은 미소가 가득 번졌다.

차마 그 장면을 두 눈으로 보기 힘들어 고개를 돌렸지만 '우리도 같은 조 할래?' 하는 여자아이의 결의가 담긴 목소리와 '응' 하는 듯한 수줍은 목소리가 나란히 내 귀를 후벼파기 시작함과 동시에 그 둘을 둘러싼 여자아이들에게서 나온 환호성 소리에 남자부반장을 지킬 수 없었던 내 무력함을 저주하며 그 알콩달콩 눈꼴시리고 부러운 공간에서 결국엔 등을 돌려버렸다.

분명 훈훈한 모습이것만 내 두 주먹은 이상하리만치 분노에 떨어 불끈 쥐어져 있었다. 

다음 수업종 소리가 울리고 제발 이 엿같은 분위기가 끝나라 하는 내 바램과는 다르게 다시 찾아온 쉬는 시간에는 한 조가 되어 서로 백년가약을 약속한 놈들이 급기야 자리까지 옮기며 서로 한 책상을 공유해 쓰는 장관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본래의 자리 주인들도 이 녀석들의 앞 날을 기리듯이 흔쾌히 자리를 양보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내 옆자리의 친구녀석도 자기 짝을 찾아 철새마냥 날아가버리고 새로운 얼굴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에잇, 교실 꼴 잘 돌아간다! 이 딴 교실 내가 나가고 말지!"

이 곳에 계속 있으면 내 속이 뒤틀리고 배알 꼴려 제 명에 못 죽을것 같았기에 그 때 당시 유행했던 학종이를 들고 나는 옆 반으로 원정을 나갔다.

차마 한 명 두 명 서로 조가 되어가는 모습이 부럽다거나 하는건 아니었고 그 때 당시 공기팡으로 학종이 좀 딴다는 놈이 옆 반에 있어서 잠시 주물러주러 간거였다 ㅇㅇ ㄹㅇ

그러다가 예상외의 실력에 내 모든 학종이를 뺏겨버리고 그런 한심한 내 모습을 보고 득의양양해져서 자꾸만 도발하는 그 녀석 면상에 "총알이 부족하니 끝발이 안붙네! 내 금방 돌아올테니 그 자리에서 단디 기다리라우!" 하고 외치며 우리 반으로 씩씩대며 발걸음을 돌렸다. 

반 녀석들에게 학종이 좀 넉넉히 꾸고 나도 적의 기술을 모방해 공기팡으로 녀석을 후려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교실문을 들어선 순간이었다.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겉으론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내심 속으론 '그래 나도 드디어 조를 이루는구나. 상대는 어떤 용기있는 젊은이 이지?' 하며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꾹 참고 모른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리에서 튀어나온 여자애를 보고 진심으로 까무라치게 놀랐다.

진짜 내가 우리 반 에서 가장 멀리하고 피해다니던 여자애A 였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친구에게 짖꿎은 장난을 친다지만 이 여자애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진짜 좋아하는데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한것인지 아니면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을 보는 것인지 구별을 못할 정도 였다.

툭하면 장난을 치는데 내가 정성들여 만든 물딱지, 불딱지는 물론 학종이랑 카드도 뺏어서 가져간 뒤 저 멀리 도망간 다음에 빨리 안 쫒아오면 이거 버려버린다 하고 협박을 해댄다.

근데 진짜 엮이기 싫고 귀찮고 니 가져라 라는 식으로 내가 쫒아가지 않으면 그 놈은 그걸 진짜로 버려버리는 잔악무도한 짓까지 서슴없이 해대었다.

그리고 쫒아오지 않은 나한테 지가 뭘 잘했다고 꽁해져선 하루종일 진짜 엄청 시비를 걸어댔다.

수업중에 지우개 똥을 던져서 살살 약오르는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내가 애들이랑 딱지치기나 카드 뒤집기를 할때는 옆에 와서 온갖 부정섞인 저주를 퍼붓고 학종이 따먹기를 할때는 바람을 불어 내 뜻대로 되지 않게 할 정도였다.

진짜 한 번은 개 빡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당시 유행했던 디지몬팬들럼으로 겨우 고생하면서 진화시킨 내 그레이몬을 멋대로 가져가서는 대전시켜 죽게만든 뒤 다시 유년기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진짜 너무 화나고 꼭지돌아서 패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 녀석 옆에 있는 단짝친구 여자 F 를 보니깐 진짜 어쩌지도 못하고 속으로 분만 삼켰다. 

여자 F 는 그 때 당시 키가 우리 남자 또래보다 머리가 하나는 더 컸고 덩치도 산만했으며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근처의 중학교 누나들이랑 싸워서 이겼네 어쩌네 하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실제로 우리반에 전학왔던 남학생 한 명이 여자 F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설치다가 이 여자 F 가 던진 의자에 얻어 맞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오금을 지린 적도 있었다.

맨날 하교시간에 학교 앞 분식점에서 여자애A 가 피카츄 돈가스를 사주고 여자 F 가 그걸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친구관계가 아니라 돈으로 고용된 용병이 아닐까 싶기도 했을 정도다.

진짜 그 때 내 그레이몬이 죽었을 때는 집에 가는 내내 꾹 참다가 집에 도착한 순간 쌓아왔던 내 모든 한이 눈물로 터져 끄윽끄윽 거리며 울고자빠져 하루종일 방방 뛰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여자애 A는 아무튼 여러모로 나한테 안 좋은 기억만 심어주던 놈이라서 여자아이들이 날 둘러싸고 이 녀석이 위풍당당 앞으로 걸어 나올때는 '그래 그냥 차라리 때려라, 나도 그레이몬 곁으로 갈련다'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여자애는 여태껏 들어본적 없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 우리 같은 조 하지 않을래? "

귀를 의심케한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었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게 끝이었다.

" 나 미술 엄청 못하는거 알잖아 "

" 내가 잘하니깐 됐어 "

썩을 세상은 불공평해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은 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다시 되물어봤다. 정말 작은 희망을 품고.

" 그거 다음 미술시간까지만 말이지? "

엮이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물어본 내 일말의 희망이
 
" 아니, 그 계속 같이 하지 않을래? "

이 순간 무너졌다.

진짜 나 정도 되는 사람이었으니깐 그 자리에서 엉엉 울지 않은거지 보통 사람 같았으면 통곡을 하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레벨이였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더 웃긴건 나는 아직 확답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주위에서는 벌써부터 오오 이 지랄을 하면서 얼레리꼴레리하며 등신같은 추임새를 넣고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떤 식으로 거절을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 내가 덜 맞고 끝나지 하는 생각에 짱구를 정신없이 굴리는데 내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 반 남자애 중 친구 한 놈이 내 가방이랑 신발주머니를 들고 여자애 A 책상 옆으로 옮기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 친절함이 얼마나 눈물겹던지 날 둘러싸고 있던 여자애들의 포위망을 풀고 득달같이 그 새끼한테 달려가서 내 가방을 홱 낚아채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빽 질렀다.

평소 소리 한 번 안 지르던 내가 갑자기 돌변하니깐 이 녀석도 어안이 벙벙해졌는지 잠시동안 내 눈치만 살피다가 드디어 그 조막만한 주둥이를 열었다.

"아니 그냥 니들 둘이 같이 앉는게 좋을 것 같아서 "

왜 이렇게 눈치가 없고 멍청한 놈이 내 친구인 것일까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나는 이렇게 사리분별 잘하고 똑똑한데 이 놈은 이리도 멍청한 것이 필시 우리 둘은 친구가 아니고 주종관계 였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이 녀석은 분명 우리집 마당이나 쓸고 소 여물이나 멕이고 있었겠지

정말 철딱서니없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나는 말문이 막혀버린 상태였다. 

이 오갈 데 없는 화를 이 녀석한테 풀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결국엔 선생님한테 불려가 때리는 나만 혼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주먹을 쥐었다 폈다만 할 뿐이었다.

어찌하여 일이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일까 하고 상심에 빠져있는데 나에게 고백했던 여자애 A가 우리 쪽으로 왔다.

그러더니 내 가방을 손수 옮겨준 친구 녀석의 대가리를 손바닥으로 한 대 후려갈겨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도 예전에 한국민O촌에 갔다가 혼자 개별행동을 해서 우리 조를 기다리게 한 덕분에 이런 식으로 이 녀석한테 한 번 맞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다 내려놓고 지나가던 포졸의 창을 뺏어 이 년을 찌르고 나도 연못에 몸을 던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아팠다.

그 아픔을 알기에 솔직히 쳐 맞는 꼴이 후련했지만서도 저 녀석 혹시 울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까 눈동자가 흔들리고 눈이 반짝반짝 거리는게 옆에서 ' 울어? ' 한 마디만 하면 서러움이 폭발하여 금세 울 것만 같은 얼굴 이었다.

그런 친구녀석을 개의치 않고 여자애 A는 입을 열었다.

" 남의 물건에 손을 왜 대? 다른 사람이 니 물건에 막 손대면 넌 기분 좋냐? 어? " 

솔직히 다른 사람이 얘기했으면 수긍하고 그래 니가 큰 잘못했네 하면서 나도 덩달아 친구녀석 머리를 후렸을텐데 이 년이 이런 얘기를 하니깐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친구 놈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는지 나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면서 여자애 A는 친구 녀석에게서 남은 내 신발주머니를 뺏어들고 자기 책상 오른편에 걸기 시작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그 행동에 '어라? 내 신발주머니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정신을 차린 나는 이런 식으로 가면 안되겠다 싶어 친구놈에게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네가 내 책상에서 가져왔으니깐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놔"

자연스럽다.

이런 식으로 나는 이 여자애와 같이 앉는다는 선택지를 없애버렸다.

" 응? 왜? 저쪽 책상에 가서 앉으려고? 난 아무쪽이나 상관없는데"

응? 이게 뭔 소리지? 

내 비상한 머리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가 나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자애 A가 자연스럽게 자기 짐을 챙기려 하고 있었다.

ㅁㅊㄷㅁㅊㅇ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거야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 희망을 품고 간절하게 빌듯이 물어봤다. 

" 야 근데 우리 언제까지 이러는거야? "

다시 한번 생각해도 이게 무슨 병신같은 질문인가 싶었지만 그 때의 나에겐 그런건 개의치 않았다.

이미 저쪽에서는 내가 자신의 고백을 두말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한 것 같으니 적어도 기간이라도 정해져있으면 버틸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 몰라 ㅎㅎ " 

" 그래 "

그래 마음대로 해라.  혹시라도 날 때리거나 괴롭히면 집에 돌아가 엄마 품 속에서 엉엉 울어줄테다

결국 자리는 내가 옮기는 것으로 하고 본래의 내 책상 속의 남은 짐까지 새로운 자리로 전부 옮겼다.

짐 정리를 끝마치니 쉬는 시간이 끝나고 짝이 이루어진 녀석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수업이 시작하는데도 서로 히히덕 거리면서 쳐웃고 앉아있었다. 
걔중에는 서로 부끄러움을 감추듯이 눈을 억지로 책에 두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훈훈하고 귀여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나는 책상에 선이라도 그어서 이 선을 넘어오면 헤어지자고 할까 하는 진지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물론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옆 자리에 앉아서 내 교과서를 마음대로 가져가 내가 페이지 구석마다 그린 움직이는 졸라맨 만화를 보고 있는이 계집애한테 얻어맞겠지

대각선 뒤에 앉은 여자 F 한테 맞는 것은 덤일 것이다. 

이 날 예닐곱쌍이 넘는 남녀 혼합 복식 조가 탄생했으며 나와 반장 조를 제외하곤 모두 다음 미술시간이 오기전에 헤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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