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모두가 나를 더 싫어할 거야. 좋아하라는 부탁을 한 적도 없었는데
발음되지 않는 엽서/조혜은
유난히 마음이 약하다는 게 자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너는 아주 몸을 돌리고 손바닥으로 눈을 가린다.
오리들 때문에 이렇게 울면, 나랑 헤어질 땐 어쩌려구요.
오리들이 사는 밤섬/김승일
그녀가 깨진 유리 조각 하나를 보내왔다
잘 깨지지 않는 코렐 접시를 보면 공포를 느껴
너와 함께할 수 없는 이유야라고 적힌 엽서와 함께
콤플렉스 산책/장승리
하나만 남았다
나만 남았다
오늘부로 나는 우리라는 말을 쓸 일이 없게 된다
서바이벌/오은
네가 나의 눈을 태양이라고 불러준 이후로 나는 그늘에서 나왔지.
블랭크 하치/이제니
베로니카, 아직 따스한 내 손을 잡아줘, 당신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나를, 나의 혁명을 추억이라고 말하지 말아줘
그러니까 베로니카, 우리는 세상을 버리고 그냥 우리에게 망명해 버리자
당신만 들어주면 돼, 그러면 돼, 나는 밤새도록 당신의 귓가에서 파도치며 출렁일 테니 당신만이 꿈의 주파수로 날 들어주면 돼
베로니카 그러니까 기억해야 해, 꿈속에서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그래 여기는 파도치는 말레콘 해적 방송이야
해적방송/박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