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길지만 꼭 좀 읽어주시고 조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살면서.. 아니 아직도 어떤사람과 저의 능력 차이를 생각하면서
항상 열등감이 들어요.. 어떻게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ㅠ
일단 고등학생 때쯤인데 제가 학교공부를 안하고 바둑을 했어요
프로가 되려고 했던건데.. 딱 미생에 나오는데 장그래같은 입장이에요 ㅋ
이런 사람들은 학교도 보통 안다니고, 바둑도장을 나가요
근데 그나마 장그래는 거의 프로 얹저리라도 갔지, 저는 전혀 알아주지도 않는..
쉽게 말해 재능이 전혀 없는.. 재능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보면 이미 제가 늦은거라 왜 도장에 나오는지 이해못했을거에요
날 보면서 또래 애들이나 프로 사범님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싶어요
그런데 제가 도장에 다닐 때 엄청 신기한 형이 하나 있었어요
거의 프로 입단권에 있던 실력이었는데요 (참고로 바둑을 다들 어려서부터 배우고 그 중 가장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프로를 목표로 도장에 다녀요
그 중에서도 프로가 되는 사람들은 극소수라서 거의 상위 0.5% 이상의 재능이 있어야 프로가되죠)
이 형과 저를 비교하면서 저는 28살이 된 지금도 큰 열등감을 느껴요
신기하게도 이 형은 학교공부를 다하면서도 그 정도 실력을 유지하고 있었죠.. 실제로 다들 프로가 되는 사람들은 기본으로 10시간 이상씩 바둑공부만
하거든요? 그래서 다들 그 형을 보면서 말이 안된다고 했죠..
근데 학교공부도 뭐랄까.. 그냥 보통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밟는 수순있잖아요..
외고 다니고, 학원다니고, 좋은 대학가고..
그런데 이 형은 뭔가 느낌이 달랐어요... 우리가 흔히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이라고 하잖아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
지금 생각해보면 이 형은 뭔가 서양식 교육? 을 제대로 받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젊은 나이에도 자기 철학이 있었고 굉장히 여러분야에 박학다식하고 뭔가 그런 지식이 행동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느낌?
근데 바둑이란게 서로 이기고 지고의 경쟁이고.. 어린나이에 그런거에 대한 서로 열등감 그런게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형은 저보다 실력도 훨씬 뛰어나고 공부도 잘하고... 굉장히 제가 초라하게 느껴졌죠
바둑이란게 서로 경쟁하는것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젠간 반드시 내가 이 형보다 성공하리라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 형은 프로입단에 실패했어요.. 물론 저도 실패했고 지금은 대학도 제대로 못나오고 있지만..
바둑계가 좁아서 바둑하는 사람들은 다들 서로서로 아는데.. 다들 이 형이 실패해서 아쉬워했죠 그렇지만 다들 이 형은 다른거해도 뭐든지 잘할거다..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어요.. 워낙 똑똑했으니까
그런데 저는 내심 좀 기뻤어요 (남 잘 안되는거보고 좋아하니 쓰레기라 하실지 모르겠는데 어린 나이에 경쟁을 하게되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봐요ㅠㅠ)
그렇게 어떻게보면 그 형의 실패에 대해 위안아닌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5년쯤 지난 23살 쯤? 이 형을 다시 보았는데 집이 엄청나게 잘 사는가 보더라구요 ;;
평소에 티를 안내서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오랜만에 만나서 저한테 밥을 사주는데 2명이서 밥 한끼에 100만원이 나왔어요
분당에 70평이 넘는 아파트에 20살 부터 혼자 살고 식사를 호텔에서 하는게 일과더라구요
저는 집이 가난해서 제가 어떻게든 성공해야 된다는 의식이 있었어요
아버지는 몸이 안좋으셔서 집에서 간단한 부업을 하시고
어머니는 하루 종일 일하셔도 월 150정도밖에 못 버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한편으로 가난함에 대한 자각이 있었고...
제 부족한 실력에 대한 열등감도 있었는데
이 형은 애초에 그런게 없었고 정말 즐기면서도 저보다 훨씬 잘 하고 있었던거에요
뭔가 저는 열등감을 떠나서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죄송해요 저는 자꾸 이 형과 저를 비교하게 되더라구요ㅠㅠ)
그렇게 제가 이 형과 조금씩 더 친해져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요
보통 사람 중에서도 엄청 뛰어난 사람들은 예를 들면, 대학을 SKY를 나오고 뭐 의사나 판검사가 되거나.. 그런 초일류 엘리트를 생각하겠죠
그런데 심지어 이 형은 그것보다도 윗 클래스에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뭐에서 나타나냐면 어떤 물질적인 부나 그런 것보다도 정신, 생각, 태도, 카리스마 이런거에서요..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네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물었죠.. 나는 내가 바둑실력도 형편 없었고, 지금 나이 먹어서도 폐인처럼 사는게 열등감이 크고 그런데
형은 이렇게 잘 살고 공부도 잘하고.. 다만 형은 결국 프로가 되는데는 실패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런데 이 형이 그에 대해 했던 대답이 아주 하이라이트였어요..
자기는 너가 느끼는 그런 감정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그 당시 바둑 경쟁하던 사람들은 자기를 많이 부러워했던걸 본인도 알았다고 해요
특히 나이가 드니까 주변사람들이 더 그런이야기를 한데요... (왜냐하면 어렸을 때는 그냥 프로만 되면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도장에 나가서 10시간씩 바둑공부만 하는데, 막상 프로가되도 시원치않고.. 어렸을 때 공부를 안했으니까 당연히 학력도 안좋고.. 그래서 다들 이 형을
부러워하고)
그런데 자기는 애초에 살면서 부러움을 느껴본 적이 없데요;;; 한 번도 없데요....
제가 그러면은.. 우월감을 느껴본 적은 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우월한건 아는데.. 우월감은 못느낀데요..
즉 사실은 우월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런 감정은 안 느껴지는 것 같데요..
오히려 자기자신보다도.. 주변에서 하도 자기를 칭찬해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또 실제로 남들보다 잘 살고 그러니까 그런거고.. 딱히 우월감을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누구는.. 자기가 그렇게 경제적으로 잘 사는것을 알았을 때, 차를 왜 사지 않느냐고.. 내가 너였다면 고급 스포츠카를 사고 놀면서 살겠다고 하는데
자기는 보통 사람들의 그런 일반적인(?) 가치가 무의미하고 그렇다면서 자기는 일반인들이 추구하는 그런 가치를 이미 다 가지고 태어났다는 걸
아주 어렸을 때 이미 알아버려서 오래 전부터 다른 가치들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프로가 되는데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한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패에 대한 감정을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그리고 자기도 사실 일반 사람들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은 있었데요..
그런데 보통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보다 훨씬 위태롭고 불안하고 영리하지 않은 걸 알게된 이후로
애초에 그 누구도 경쟁대상으로 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네요
오히려 너무 건방진거 아니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평소에 오랫동안 지켜본 이형은..
분명히 정말 저렇게 말한게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한거였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어요.. 심리학에서 말하는건데 열등감이 없으면 우월감도 없데요...
반대로 우월감이 없으면 열등감도 없고.. 즉 아무리 잘난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러한 감정조차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우월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요?
심지어는 이 형이 프리메이슨일까 생각까지 해봤어요.. 부모님이 무슨일하시는지 여쭤보니까 대답을 안해주던데
재산도 얼마나 많은건지 가늠이 안되는데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이 형이 10억 넘는 아파트를 몇십채 정도 경매로 샀다는 얘기를 들었네요
이제 저는 알죠.. 제가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이 형을 따라가기는 절대 불가하다는 것을..
그런데 이 형의 그 말은.. 제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소박하게나마 꿈꾸는 성공에 대해서도 열등감을 갖게 하는 말이었어요
뭔가 저런 정신적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누구는 경쟁에 이겨서 기뻐하지만 이 형은 이미 그들보다도 위에 있고..
난 심지어 그런 경쟁에서도 밀려난 보통 이하의 인간인데.. 죽을 때까지 경쟁에 치이고 실패하면서 살 가능성이 농후한데..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도와달라고 처음에 글제목을 썼는데 무엇에 대해 여러분께 조언을 구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푸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지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각자 꿈도 이루시고 성공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