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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사람한텐 안 그러더니 얘한테만 그러냐?
게시물ID : star_2913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삵나비
추천 : 30
조회수 : 739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5/04/14 14:47:45
그동안 연예계 일에 대해서는 댓글, 글 자제해왔었는데 이번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글 한번 써봅니다.

저는 TV 자체를 안 보고(뉴스는 봅니다) 연예계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 흔한 아이돌 팬질 한 번 해본 적 없고, 예능이고 개그프로그램이고 단 한개도 챙겨보는 게 없고, 그나마 마지막으로 챙겨본 드라마는 뿌리깊은 나무고, 당연히 무한도전도 안 봅니다. 십년간 아마 열몇편 정도는 보긴 했겠네요. 논란 된 옹달샘에 대해서도 유세윤 말고는 아는 멤버가 없습니다. "안다"는 것도 끽해야 얼굴과 이름을 매치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고요.

저는 장동민이 누군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저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누군가가 그런 발언을 농담삼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는 겁니다.

남자분들은 이도경 씨가 루저발언을 했을 때 이도경이 대단한 사람이라 그렇게 화를 냈습니까? 아니잖아요. 그냥 그 발언 자체가 문제였던 거고, 하필 TV에 나와서 그런 말을 했기에 더 크게 분노했던 거죠. 마찬가집니다. 장동민이든 김동민이든, 안 중요해요. 그기 대중에게 파급력이 큰 연예계에서 나온 말이라 더 큰 문제인 겁니다.(설마하니 이도경은 TV에서 한거라 문제지만 이번 일은 팟캐스트였다, 이런 말은 없길 바랍니다. 일반인의 TV출연보다 연예인의 팟캐스트가 훨씬 파급력은 큽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정말로 여자들이, 지금까지 다른 연예인들이 여성비하 할 때는 기분도 안 나빠하고 얌전히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장동민 한 명이 싫어서 사람 하나 잡으려고 꼬투리 물고 늘어지는 걸로 보이시나요?
이전까지 그랬듯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하필 대단하신 무한도전 예비멤버님께서 얽혀있어서 물어뜯는 걸로 보이시나요?

 그동안 다른 연예인들은 이슈화가 왜 안 됐냐고요?
죄송한데, 그동안 이런 사건 터질 때마다 여자들은 꾸준히 불쾌해 했어요. 왜 그땐 아무 말 안 했냐고요? 왜 이제와서 장동민한테만 그러냐고요? 왜냐고요?


별 것도 아닌데 뭘 그러냐.
농담한 거 가지고 사람 잡아먹으려 든다.
진지빨지 말고 개그는  개그로 받아들여라.
원래 남자끼리는 다들 그런 농담 하고 사는거다.
 옛날 일 가지고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거냐.
사과한다잖아, 사과했잖아, 대충 좀 끝내.

 
이런 분위기가 그동안 쭉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건 터질 때마다 여자들은 분노했고, 그때마다 묻혀왔고, 그런데 이번엔 유례없을 만큼 크게 터진 것 뿐입니다.  지금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연예인들의 과거행적들도 다 수면위로 드러나는 거 굉장히 반갑고 달갑네요.

 
지금 왜 이렇게 여자들의 분노가 큰 줄 아세요? 
장동민은 그냥 도화선일 뿐이예요.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여자에게 향하는 크고작은 편견과 일반화와 비하들. 남자 키 170이하가 루저라는 발언은 사회에서 매장당할 발언이지만, 몸무게가 50이 넘으면 여자가 아니란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으로 통용되는 사회. 남자는 대형 사고를 내도 김모씨지만, 여자가 차도에서 미적거리기라도 하면 김여사란 말이 나오는 사회. 내 돈으로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갖고싶은 가방 하나 돈 모아서 장만하면 된장녀 소리듣는 사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육점 고기마냥 쇄골 깊이부터 복숭아뼈 모양까지 평가받는 사회. 아직도 처녀작이니 처녀비행이니 처녀막이니 하는 개소리가 사전에 버젓이 등재되어 있고, 네, 엠창이니 김치녀니 보슬아치니 보지년이니 하는 단어가 존재하는 사회요. 그래서 연예인이 방송에서 딜도때문에 헐겁네 뭐네 하는 소리를 지껄여도 재밌다고 같이 웃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 말입니다.

그게 전부 이번 한 번을 계기로 터진 겁니다.
물컵은 이미 가득 차 있었고, 장동민이라는 마지막 한 방울 때문에 그 물이 전부 쏟아지고 있는 거예요. 이 분노들은 사실 장동민 한 사람에게 몰리는 게 아닙니다.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농담으로 가능한 사회에 대한 분노입니다. 과거 일 가지고 캐낸다고 너무한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이제와서 터진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그런 글로 쓰기도 어려울 정도의 발언들이 그동안 묻혀있을 수 있었다는 게 문제라고요.

  정치에나 신경쓰라고요?
적어도 저는 연예계보다 정치계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근데 이 문제는 연예보다는 오히려 정치와 더 밀접한 문제라는 거 혹시 아세요?  여성인권문제 역시 정치문제예요. 일베가 사회문제이듯, 일베 때문에 일어나는 공공연한 여성비하 분위기 역시 사회문제라고요.

  
 비슷한 일이 또 터졌을 때, 장동민때도 그냥 넘어갔는데 왜 이제 와서 얘한테만 그러냐고,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자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나요?

이중잣대라고요? 전에는 그냥 넘어가놓고 왜 이번에만 이러냐고요? 네, 그러면 언제까지 그냥 넘어가야 하나요. 이깟 일은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일 쯤 당해야 화낼 만 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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