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로 귀환하는 블랭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초반 픽할때부터 별 불협화음 없이 조용히 전개되었고, 초반상황 또한 인베이드나 여타 변칙적인 플레이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에 그의 서폿을 받을 원딜은 베인. 사실 그리 믿음직한 원딜은 아니었지만 앞구르기를 하지 않는것만으로 블랭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가 잘하면 어떻게든 될것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라인전에 임했고, 레오나를 무시하고 가볍게 적 애쉬를 끌고오는데 성공, 에어본에 이은 베인의 벽꿍으로 초반 퍼블을 따내는데 성공했던게 바로 방금전의 상황이었다.
무슨 챔프이던, 어떤 라인이던 간에 퍼블을 따낸다는것은 무척이나 기분좋은 상황. 이른 귀환이었기에 현돌을 맞출 돈이 되지 않아 그는 똥신과 와드를 하나 추가하고는 다시 봇라인으로 향했다.
그런데 봇라인 내부타워를 지나려는 찰나, 아군정글의 레드 부쉬에서 적 정글러인 리신이 포착되었고 아군 정글러인 아무무는 도마뱀장로와 리신의 협공 사이에 껴서 이래저래 힘겨워 보였다. 혼자 봇라인에서 cs를 먹을 베인이 못내 걱정되었지만 그가 잘만 한다면 1어시를 추가할수 있는 상황. 블랭은 w를 켠채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무무는 블랭이 그의 곁에 도착할때까지 잘 버텨주었고,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한순간에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되어버린 리신은 다급히 달아나기 시작했고 신난 아무무와 블랭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도망다니는 리신은 결국 미드라인까지 도주하는데 성공..... 할 뻔 했으나 아군 미드라이너 역시 눈리신은 아닌지라 리신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적 미드라이너의 컴퓨터 오른쪽 아래에도 역시 미니맵은 존재하기에, 적 미드라이너가 이 소규모 교전에 합류하였지만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3:2의 상황은 여간해서는, 특히 초반에 템이 거의 비슷할 때에는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기 마련. 이번역시 다르지 않았다. 블라인드 몽크와 방랑마법사는 나란히 까진 머리를 자랑하며 차례대로 전광판에 등장하였고 블랭은 2어시를 추가했다.
'2어시를 추가했으니 현돌을 맞출까? 아니면 와드를 좀 더 살까..?'
다시 우물에 돌아와 행복한 고민에 빠진 블랭이 갑자기 흠칫했다. 이제서야 혼자 봇라인에서 버티고 있었을 베인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안그래도 라인전 약체인 베인... 거기다 상대서포터는 레오나.
블랭은 정말 꽁지빠지게 달렸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점멸마저 이동기로 사용하고 싶을정도로.
이윽고 도착한 봇라인에는 주인없는 석궁 하나만 줄이 끊긴채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수많은 미니언들의 발에 짓밟힌채.
"미니언이 모였는데 먹지를 못하니!!!! 왜! 와드를 사왔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운수가 좋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