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주우며 `홍익인간' 실천" 한양대 미국인 강사 팀버드송씨가 매일처럼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사회/ 2005.7.3(서울=연합뉴스) 한양대 미국인 강사 팀버드송씨 매일 쓰레기줍기 화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한양대에 처음 가본 사람은 `외국인 청소부'가 쓰레기를 줍는 광경에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된다. 한 중년 미국인이 한손에 장갑을 끼고 다른 한손에는 검정색 비닐봉지를 든 채 날마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것. 주인공은 쓰레기를 주우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는 한양대 사범대학 영어교육학 강사 팀 버드송(Tim Birdsongㆍ51)씨. 그가 부인과 함께 한국을 찾은 것은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온통 `붉은 물결'로 가득 찼던 2002년. `붉은 악마'라는 이름 아래 혼연일체가 된 한국인의 열정과 애국심에 감탄하던 버드송씨는 우연히 자신이 강사로 일하게 된 한양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 이 학교의 건학이념에 눈길이 갔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실천해 삶의 행복을 극대화시킨다는 내용,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의미는 그동안 내가 살면서 늘 추구해오던 것이었어요." 그는 건학이념을 보자마자 다른 이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홍익인간'에 대해 얘기를 하면 대부분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며 의아해했다. 그는 "분명 홍익인간은 한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요.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온 개념이 아니죠. 하지만 요즘 한국 사람들은 홍익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잊어버리고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버드송씨가 생각해 낸 홍익인간의 실천방법 중 하나가 바로 캠퍼스 곳곳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는 것. 그는 "학생들은 캠퍼스를 마치 자신의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바로 손만 뻗으면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바닥에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린다"며 안타까와 했다. 그는 매일 40분 정도 직접 캠퍼스 곳곳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고 다니면서 만나는 학생마다 홍익인간의 이념을 설파하고 있다. 실제 많은 학생이 쓰레기를 주우며 돌아다니는 버드송씨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민망한 표정으로 주변의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그가 사회과학대 앞 벤치 주변에 있던 쓰레기를 줍자 벤치에 앉아 있던 학생 중 한명은 "내가 쓰레기를 버린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죄지은 기분이 든다"며 주변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기 위해서는 몸을 굽혀야 합니다. 자신을 낮추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죠." 버드송씨가 매일 캠퍼스를 청소하다보니 교내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짱'이다. 종종 그와 함께 쓰레기를 줍는 김대광(28ㆍ법대 4년)씨는 "지난주 금요일 법대 앞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버드송 선생님을 만나서 그의 얘기를 들었다"며 "선생님이 쓰레기를 줍는 데 못 본 척 지나가기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이 원하는 건 학생 모두 자신처럼 매일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일주일에 한두번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레기를 주우면서 스스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드송씨는 "요즘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 혹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라는 게 아쉽다"며 "한국에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이를 믿고 뭉친다면 미국을 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