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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멈췄다.
게시물ID : sewol_414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변에서온그대
추천 : 0
조회수 : 2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16 08:18:01
세월이 멈췄다.
누군가의 하루는 무너지고 파괴되고 바스러져 멈췄다.
민요 속의 오래된 할아버지의 시계처럼 영원히 멈춰버렸다.
시간이 재가 되어 흩뿌려졌다.
   
입술에 비소를 바른 사람들은 말한다.
언제까지 슬퍼하고만 있을래,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니,
이젠 지겹다,
산 사람의 삶에 슬픔이 영원하면 안되는 거야.

맞는 말이다.
산 사람들은 어쨌건 살아가야 한다.
영원히 슬픔 안에 갖혀있을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다.
슬픔을 기억하는 게 아니다.
슬퍼했던 기억을 기억하는 것이고,
분노했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지워진다.
지워지면 새로운 슬픔이 반복된다.
나는 다시는 슬퍼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아주 평범한 '사람'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음이고 의무이다.

나는 가라앉은 세월호에, 멈춰버린 세월에 갇혀 있는 게 아니다.
심장에 박혀버린 기억의 조각은
슬픔을 반복하는 어제와 오늘을 위한 위로이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아침을 위한 기도이다.
가장 낮은 사람인 내가, 그리고 네가 꿈 꿀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이상이다.

사람인 우리가.

기억.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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