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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정도까지 개방적일까요?
게시물ID : phil_111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마18
추천 : 2
조회수 : 73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4/18 09:56:11
저는 사람마다 머릿속에 나름의 공리(axiom)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리는 선천적으로 어느정도 구성되기도 하며 살아온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사춘기를 넘어서 어느정도 자신의 사고가 결정되기 시작하면 쉽게 바뀌지도 않고 바뀐다 할지라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공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타인의 공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긴 합니다. 
예를 들어 이유 없이 무작위로 사람이 죽게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좀 다른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니오라는 동일한 대답을 하는 이들은 전부 같은 이유로 그 대답을 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다보면 어느 순간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반박할수도 설명할수도 없는 명제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이 그 사람의 공리입니다. 

공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공리의 한 특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언어를 예시로 설명하고 싶네요.

한국어와 영어 사용자가 있다고 칩시다. 한국어 사용자는 한국어로 사고하고 영어 사용자는 영어로 사고합니다. 그리고 양쪽 언어에는 상대방 언어에는 없는 표현이 존재하죠. 그렇다면 표현의 부재는 왜 존재할까요?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어느 정도는 그 이유가 존재할 것입니다(i.e. 유교 문화권의 영향). 즉 특정 대상을 떠올리는 것 자체에 방해를 받거나 혹은 반대로 더 용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공리라는 것은 사고를 속박하는 성격을 지닙니다. 그렇다면 언어를 아예 안 배우면 어떻게 될까요? 예전에 이쪽 분야의 서적을 읽어보았는데 실제로 불의의 사고로 인해 사회와 격리되어 야생에서 살아가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이 아이의 뇌의 특정 부분이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또래에 비해 적게 활성화되어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즉 인간 언어의 습득이 전반적인 사고능력을 길러준다는 것이 어느정도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이지요. 
공리도 우리의 사고에 있어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식물이 있을 때 이 식물을 화분에 심어주면 처음에는 화분이 식물의 생장을 도우나 뿌리가 화분에 닿을 때 쯤에는 오히려 식물의 생장에 방해가 되듯 우리의 사고에 있어서 공리도 이러한 양면성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리가 전부 다릅니다. 타인과 대화를 나눌 때 처음에는 특정 진술에 대해 서로의 의견이 일치해도 대화가 깊어지면 어느 순간 서로 대화가 안 통하는 때가 있지요. 제 생각에는 서로의 공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공을 가지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주공간에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우주공간에서 당신은 우주공간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알기 위해 마치 박쥐가 초음파를 쏘듯 공을 던집니다. 그리고 공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그 속도와 방향 귀환 시간 등을 고려해서 우주공간의 형태를 알고자 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공을 던지기만 하면 공이 안 돌아올 수도 있겠죠? 그래서 (억지지만) 염력으로 벽을 세워둡니다. 그럼 벽에 튕겨서 공이 돌아오겠죠?
그리고 벽을 더 멀리 세우면 더 큰 공간을 넓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벽을 더 좁게 세우면 더 좁은 공간을 세밀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충 아시겠지만 비유에서 나온 벽은 공리이고 공은 사고의 흐름입니다. 

자 다시 두 사람의 대화가 안 통하는 상황을 생각해볼까요? 저는 사람의 공리체계는 제각각 그 크기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전에 말씀드린 공간에 비해 인간의 사고는 훨씬 더 복잡해서 3차원보다 훨씬 더 많은 여러가지 축과 방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타인과 자신의 공리에서 괴리를 느끼고 그 괴리에 불편함을 느낄 때 상대의 공리구조가 작다고 느껴서 불편함을 느낄때와 상대방의 공리구조가 크다고 느껴서 불편함을 느낄때가 다릅니다. 전자의 경우는 상대방이 답답하다 후자의 경우는 상대방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다 더 심하면 미쳤다 라고 반응합니다. 

사회에도 이런 공리가 알게 모르게 분명히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의 공리구조보다 본인의 공리구조가 클 경우 범법자가 되거나 정신병원에 가게 됩니다. 종교의 경우 신성모독자가 되고 이단이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역사상 천재라고 불렀던 이들은 사실 주변 사람들과 사회가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공리구조가 커서 독특한 생각을 했던 것이고 그 이상의 수준이었던 이들은 어쩌면 인정받지 못하고 죽거나 감옥 혹은 정신병원에 수용되지 않았을까요?

또 한가지 생각해보자면 화분 안에 화분보다 지나치게 큰 나무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들은 인간이 아닌 더 고등한 존재로 태어나야 하지 않았을까요?

두서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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