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져버려서 다행이다
매화를 닮은 향기가 나던 그대가
더이상 생각나지 않아서
다시는 매화가 피지 않길
그대 향기를 잊어버릴 수 있게
목련도 져버려서 다행이다
목련 같은 웃음을 짓는 그대가
더이상 떠오르지 않아서
내년에 다시 목련이 피어도
그땐 목련을 봐도 그대가 생각나지 않으리
벚꽃도 져버려서 다행이다
벚꽃처럼 떨어지던 그대 눈물도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 거짓말, 벚꽃이 설령 다시는 피지 않는다 해도
그대의 울음은 잊혀지지 않으리
동백도 져버려서 다행이다
동백처럼 시뻘건 피를
흘리다 죽어버려라
동백은 내년에 다시 피겠지만
그대는 돌아오지 않으리
애초에 그대가 나를 저버린 건
꽃이 져버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