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수업은 재밌고도 정신없는 시간이야.
모두들 자기작품을 만드느라 분주하고 필요한 준비물을 빌리러 다니기도 하지.
덕분에 저번주에는 커터칼을 잃어버렸어.
그래서 이번주에는 네 커터칼을 잠시 빌렸단다.
슬쩍한 게 아냐. 자~암시 빌린 거라니까.
그 커터는 내 커터와 닮았어. 색, 모양 그리고 끈적한 얼룩도.
나는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오늘 수업이 지나고 다음주가 되고서야 이 커터를 돌려줄거야.
물론 너에게 말해주지 않을거야.
거기에는 나의 속깊은 배려가 담겨 있으니까 섭섭해 하지 마.
다음주에 네가 새로 산 커터를 확인해 보면 모든게 분명해 질 테니까.
다시 말하지만,
슬쩍한 게 아냐. 다음주에는 반드시 돌려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