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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볼까 다른 채널 좀 돌아볼까
게시물ID : phil_99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림자와먼지
추천 : 4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0/07 10:45:58
TV를 보고 있습니다.

채널이 100개 밖에 없는 TV입니다. 100개의 채널을 한 번 쭉 돌아본 다음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채널을 봅니다.

이 100개의 채널이 지루해질 즈음 어느날 방송회사에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해서 볼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습니다.

채널의 수는 전 세계에서 방영되는 모든 채널들, 1초에 한 번씩 돌려도 살아있는 동안 다 못 볼만큼의 수입니다.

게다가 VOD서비스까지 들어와서 지금까지 못 본 프로그램, 영화 등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제가 볼 미지의 재밌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는지 이름은 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제 찾는 작업에 돌입합니다.

충분히 재밌는 프로그램을 찾으면 “더 재밌는 게 어딘가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만족하지 못하고 찾아다닙니다.

이렇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할 수 있는 것까지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선택권이 더 많아졌는데 불행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삶도 이와 같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여러 가지 신체적, 사회적인 제약이 있다.

가령 어려서 약하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들지 못 한다,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는 것은 하면 안 된다, 등이 있다.

이런 제약은 좁은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집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성장하면서 제약은 점점 없어지고, 활동할 수 있는 범위는 넓어진다.

그러나 제약이 완전히 없어질 때, 혼란이 온다.

선택권이 무한한 이 순간에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할 수 없다.

일이 끝나고 오랜만에 얻게 된 자유시간에 멍때리거나 의미없는 일을 반복해 본 사람은 이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뭐가 가장 즐거운 일인지 몰라 즐거운 일을 찾는 데에 시간을 낭비할 것이고,

“지금까지 내가 아는 가장 즐거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럼 평생 내 세계에 갇혀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다시 고민하게 된다.


다른 예도 있다. 큰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꺼내 읽을까? 무수한 지식체계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이는 정말로 천년 만년을 살지 않는 한 정복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없다고 믿고 싶지만 한계가 없을 수는 없다.

욕심을 버리고,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한계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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