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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에 있는 고양이 눈을 감겨주고 오셨다는 얘기를 보니까...
게시물ID : animal_1231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X맨
추천 : 10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4/18 23:13:27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던 시기.

그 땐 7~8월 사이쯤이라 한참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습도가 높은 날이었습니다.

어김없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시 바람도 쌜겸 밖으로 나왔을 때, 

습도가 높아서 나는 그런 냄새가 아닌 퀘퀘한 냄새가 제 코를 찌르는 것입니다.

그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 다가가 보니, 차도와 인도 사이 즉 물이 흐르는 배수로 쪽에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이미 부패가 진행중인 채로 그곳에 방치가 되어있는겁니다.

아마도 그곳에 주차해놨던 차가 고양이가 밑에 있는 줄 모르고 그냥 출발해 버려서 치고 간거 같았는데...

그런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으니 안타까움과 미묘한 기분이 뇌리를 스치는 것입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보았을거고 악취가 심해 건의가 들어왔을텐데 방치가 되어있으니 '하... 고양이라고 아무도 신경도 안쓰고, 

내가 다 미안하다.'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군요.

계속 거기에 방치해 둘 수는 없어서 일단 대학 본부로 올라갔습니다.

수위실에 삽을 좀 빌릴 수 있냐고 물으니까 이곳은 대학 본부 건물이라 여기에는 없고 아까 제가 왔던 도서관 앞 경비실에 가보라는 것입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양해를 구하고 삽을 좀 빌릴 수 있냐고 묻자 무슨 일이냐고 다시 되묻길래 지금까지 있던 상황을 모두 얘기해줬습니다.

그분은 자기가 순찰 중에 못 본 일이니 자기 책임도 있다며 직접 삽과 작은 상자, 장갑을 챙기시더니 같이 가자는 것입니다.

그분을 모시고 그곳에 도착하여 고양이 시신을 수습하고 도서관 건너편에 있는 작은 동산 소나무 밑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곳이라 이곳이 좋겠다며 그곳에 고양이를 묻어주고 극락왕생 하라며 명복까지 빌어주었습니다.

몇일간 방치가 되어있어서 죽은 후에도 편히 못쉬었을텐데, 좋은 터는 아니지만 아득한 보금자리를 하나 만들어주어 편히 쉬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참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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