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월호 사건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 부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사다리는 두단 이상 못올라갑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산을 좋아하시고 산에 한번 올라가면 위험한 길을 골라서 다니시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 표현이 가능해진 중학교때 부터는 산행을 일절 안가게 되었죠.
칼에 손바닥을 한번 크게 베인 이후에는 칼을 부주의하게 다루는 광경을 보기만 해도 무섭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식칼을 쓰실때도 손조심하라고 항상 한마디씩 하게 되더라구요.
한번은 계곡에서 발이 닿지 않는 물에 빠져서 물을 두세모금 마시면서 떠내려가다가 간신히 발이 닿아서 살아남은 적도 있는데 그 찰나의 시간동안 느낀 점은 표현을 못하겠네요.
마지막으로 지하철 공익생활 하던중에 열차에 뛰어든 분을 봤는데... 사람 몸속을 구경하고 나니까 정말 사람이 쉽게 죽겠더라구요.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까 그저 세상 모든게 무섭고 주의해야 될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머리속에 자리잡았습니다. 회사 비상벨이 오작동으로 작동했을 때 1층까지 뛰어내려간게 저밖에 없더라구요? 주변 사람들한테 노이로제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입니다.
자,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람들이 물에 익사했습니다. 저한테는 그 순간의 공포감과 무력감이 너무 와닿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랑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얽메여있느냐고 하시더라구요.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져서 울음이 나오더라구요. 왜 ㅄ같이 울고 있냐는 소리에 대판 싸웠습니다. 그리고 위에 써놓은 내용을 하나하나 말하면서 저거때문에 관심을 끊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전국의 교량이 긴급점검을 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전국의 빌딩이 안전점검을 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터졌을 때는 책임자가 처벌을 받고 (진짜인지는 모릅니다) 지하철에 안전설비가 이것저것 생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월호는요?
배는 뭘 어떻게 믿고 탑니까?
저는 그래서 세월호 사건을 그냥 잊고 넘어갈수가 없습니다.
이 일이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저는 평생동안 배를 타지 못할겁니다.
빠른 책임규명과 후속대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