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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집 솔플을 해봤다.txt
게시물ID : cook_1473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커피씨
추천 : 12
조회수 : 1955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04/19 11:51:14
인강 시험 때문에 일요일에 학교를 나왔다. 

 시험 시간을 9시 40분으로 알고 있었으나 9시 시작 9시 40분 끝 이라는 칠판 글귀를 보고 조교에게 부탁을 해서 교수님을 통해 시험을 보게 되었다. 

 다음학기에 재수강 해야지..  

꿀꿀한 내 기분을 예상했던걸까? 아침부터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건 안헤아려줘도 되는데..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 도중 문득 오늘 아침을 굶고 나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식당가를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맥도날드의 해피밀, 맘스터치의 싸이버거, 근처에 유명한 돈까스 집.. 

세월을 오는대로 그대로 받아들인 겉모습과는 다르게 세월을 요리조리 피한 내 미각은 어제 저녘부터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기름진 것을 원했고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돈까스 집이 가장 끌렸지만 대학로의 일요일이라 그런걸까.. 굳게 닫힌 문은 월요일이 되어야 열릴것만 같아 돈까스는 포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맘스터치 싸이버거를 먹을까, 모던한 현대인의 영원한 친구 해피밀을 먹을까 고민하던 도중 맥도날드와 맘스터치 사이 국밥집에 서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국밥이라.. 작년에 친구들이랑 꽤나 자주 갔던 곳이었다. 지금 그 친구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머리를 밀고 금욕적인 삶을 강요받고있겠지..  

가만히 국밥집을 바라보다 양옆에 햄버거집을 보니 위에는 러시아 아래에는 일본에서 서로 싸우며 피해를 본 조선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국밥집 문을 열었다. 

왠지 애국자가 된 기분이었다.  

국밥집 내부에는 생각보다 붐볐다. 창문에 성에가 껴서 안이 안보여서 그랬던건가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내실이 튼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국밥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 

5분도 안되서 나오다니 주문 캔슬된거 다시 끓여준건가 싶었다.  

국밥은 반찬과 함께 금색쟁반에 다같이 올려져서 왔다. 

급하게 계산을 하러가는 아주머니를 보며 깜박하신건가 하고 잠깐 기다려봤으나 아주머니는 오지 않고 쟁반은 마치 동네 뒷산의 바위처럼 당연한듯이 그 자리를 지키고있었다.  

근처를 훑어보니 저 앞에 나와 똑같이 솔플을 하는 용사가 있었다. 

그는 쟁반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밥을 먹고있었다.  쟁반은 솔플을 하는 용사들을 위한 아주머니들의 배려였던것 같다.. 

 자기들이 편하게 치우기 위한 배려..

쟁반은 당연히 있어야 됐다는 것을 깨닫고 수육국밥의 메인디시인 국밥에 있는 수육을 먹기위해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뽀얗게 자신의 하얀색을 자랑하던 국밥이 붉게 물들여지기 시작했다.  

내.. 내가 죽인게 아니야!! 

 순간적으로 개드립이 생각났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건 다데기..  원래 다데기 안넣고 먹었는데 오늘따라 말하는걸 까먹다니 나도 늙은것 같다. 

더 늙기전에 군대 가야지.. 

 나는 개인적으로 고독한 미식가에 고로씨를 존경하는 편이라 혼자 먹으며 우마이.. 우마이 를 말하고 싶었지만 옆 테이블에 여대생무리를 보고  내 고독한 미식가 놀이는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끝나게 되었다..  

국밥의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진짜로  

솔직히 안정적일 뿐이지 맛있지는 않았던것 같다. 

작년에는 꽤 맛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생각보다 추억보정이 심했던건가..

그래도 고추가 아삭이인줄알고 먹었으나 청양고추여서 피해본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던것 같다. 

 국밥집 솔플.. 처음에는 꽤나 걱정됐지만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런걸까.. 다음에는 한번 고기집을 가봐야겠다. 그때는 여대생들의 눈치를 보지않고 꼭 고로씨와 같이 우마이를 외치는 한명의 사내가 돼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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