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한 마리 있습니다. 제가 딱 스무살 때부터 키워온 말티즈입니다. 5키로정도의 뚱띠이고 소시지 몸통입니다. 원래는 비짝 말랐었는데 중성화/슬개골 수술 할 적마다 영양제를 3-4개씩 먹여서 살이 불어났습니다. 이녀석 3개월 때 분양받아왔어요. 애가 사납긴한데 충성심이 강해서 저만 알아봅니다. 잠자는 제 곁에 가족들 지나가지도 못해요;; 제가 외출하면 하루종일 쉬야응가도 안한답니다ㅠㅜ 아무튼.. 입양때부터 왠지 업자한테 속은 것 같았는데 그땐 어리고 잘 몰라서 그냥 데려왔습니다. 근데... 근데!!!!!!!!!!! 이녀석 참 손이 많이 갑니다ㅜㅠ 우선 중성화는 뭐 다들 하니까 제외하더라도 슬개골 왼쪽 오른쪽 다 수술했고요, 심지어 그때 전 돈없는 학생이라 공장알바해서 돈 모았습니다.....ㅠ 약 10개월에 한번씩 스케일링 해주고요, 푸드알러지+아토피 있어서 발진 일어날때마다 먹는약 넣는약 씁니다. 근데 아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독한 약 먹는 애들은 최소 한달에 한번은 혈액검사해서 간/신장 수치 확인해야됩니다ㅠㅜ 한달에 한번씩 합니다ㅜㅠㅠㅜㅜㅜㅠ 수술같은거 하고나선 영양제 최소 2개는 먹이고 옷, 가슴줄, 스카프, 신발, 쿠션, 장난감 등등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주고요..... 사료도 비싼거 먹입니다. 사료 살 때 주원료 다 체크해서 최적화된 거 찾아서 계속 이것만 먹였어요. 푸드알러지가 심해서 가수분해고 나발이고 그냥 닭 안 들어간거!!!!!!!!!!!!! 연어 짱!!!!!!!!!!! 샴푸도 비싼거, 간식도 재료 보고 사니 또 비싼거.. 저도 못 먹는 하루 1,000원가량 유산균제, 아토피에 좋다는 뭐 천연뭐시기 보조제,
하핳.....
애견수첩에 날짜적고 혈액검사 결과 적고 컨디션, 발진경과, 몸무게 다 체크해줍니다. 혹시 어디 혹이나 종기 난 곳있나 촉진도 자주하고 미용은 한달에 한번 정도. 심장사상충은 먹는거 바르는거 다 하고 매년 추가접종에 면역증강주사도 맞춥니다.
.....제 지인들은 말합니다. 다음생엔 부자도 천재도 필요없고 제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나같이 말합니다. 네. 저도 이 팔자로 태어나고 싶어요.....ㅎ
근데도 미안한 게 많아요. 귓병때문에 약 넣고나면 끄으으응 하고 아파하고 푸드알러지 때문에 먹고싶어하는 간식도 못 먹이고 건강을 위해 병원 끌고가는 것도 미안합니다. 그냥 다 미안해요.
저는 3,4만원짜리 보세 원피스 하나 사기 무서운데 얘한테는 일단 5만원이 기본입니다. 5만원 안 넘으면 오늘은 병원비가 얼마 안나왔네 하는 정도예요....ㅠ
벌써 4년째 제 목숨보다 제 삶보다 소중하게 키웁니다. 남편이랑 어딜 놀러가도 호텔 안 맡기고 꼭 데려갑니다. 숙소 구하기도 어렵고 기껏 여행가서 식당 들어가는 것도 안되지만 이녀석이랑 사진찍고 뛰는게 행복해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 녀석에겐 몇 번의 봄이 올까요. 많아야 이 봄을 15번 정도... 보겠지요. 그러니 봄을 매번 만끽시켜주려고 이번에도 여의도에 꾸역꾸역 데려가 꽃도 봤습니다.
비싼 사료, 한달에 한번 20만원씩 깨지는 병원비, 온 집안에 진동하는 귓병 냄새, 내 피곤과 귀찮음....
다 상관없습니다. 제 아들강아지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에궁... 귀에 약 넣고 30분을 넘게 아파하는걸 보니 눈물이 나서 끄적거려봅니다. 녀석은 자고있네요ㅠㅜ